실질적인 예방 프로그램 정비 시급… 교육 통한 사전차단 시스템 서둘러야선진국- '앰버경고 시스템' 완비… 시민-자원봉사자-경찰3각 공조체제 잘 갖춰한국- 정부 업무영역 애매하고 전문시스템 부재… 예산 부족으로 전담반 허술

지하철 승객들이 실종아동 앰버경고를 관심있게 쳐다보고 있다.
영국 요크셔의 듀즈베리에서 지난달 19일 9살짜리 여자아이가 실종됐다.

섀넌 매튜스라는 이름의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경찰은 심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실종전담반을 투입해 대규모 수색작업을 진행했고, 부모의 실종신고 육성을 비롯해 학교 CCTV에 잡힌 섀넌 양의 하교길 인상착의, 다양한 얼굴 사진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제공했다.

곧 이어 수백 명의 주민들은 섀넌 양의 포스터를 만들어 자원봉사에 나섰고,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나 섀넌 양은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를 찾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아닌 시민의 제보였다.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도 2살 영아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범인은 11시간 만에 체포됐고, 아이는 무사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실종사건은 우리 현실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실종 어린이는 3시간 안에 못 찾으면 3일이 걸리고, 3일 안에 못 찾으면 석 달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종 어린이 사건에서는 초동수사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서 몇 달이 지나도 범인은커녕 아이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는 우리의 상황을 볼 때 영국이나 미국의 신속한 사건 해결은 놀랍기까지 하다.

일단 아동 실종사건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가장 먼저 ‘앰버경고(Amber Alert) 시스템’이 발령된다. 그리고 일반 시민과 자원봉사자, 경찰이 일제히 공조체제를 이룬다. 바로 이 점이 조속한 사건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비공개로 수사를 끌다가 해결을 못해 공개로 돌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즉시 사건이 공개돼 주요 공공기관과 시설에 사실이 알려지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4월, 제주도에서 양지승 어린이 납치 살해사건이 일어났을 때 처음으로 ‘앰버경고 시스템’을 발동했지만 활용이 제대로 안 돼 아직까지도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되고 있다.

1996년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서 납치돼 잔혹하게 살해된 9세 소녀 앰버 해커먼의 이름에서 유래된 앰버경고는 유괴 또는 유괴가 의심되는 실종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시 전광판·교통방송·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아동의 사진, 범행 발생 과정, 경위 등이 담긴 실황화면을 동시에 전파하는 ‘유괴·납치사건 공개 전파 시스템’이다.

경보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실종아동의 초기 발견률과 범인 검거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96년 앰버양의 유괴 살해사건을 계기로 앰버경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과 북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아동 실종사건에 대응하는 다양한 수사 기법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왔다. 어린이 실종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그 해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같은 경우 2002년부터 앰버경고 시스템을 도입, 그 결과 납치·실종됐던 어린이 30여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앰버경고를 실험·도입하게 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 한 통계조사를 보면 42초에 한 명씩 아이가 실종될 정도로 미국에서 어린이 실종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는 앰버경고 시스템을 적극적 활용한 결과 최근 6개월 동안 어린이 실종 사건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어린이 실종 사건이 꾸준하게 증가했고, 범행 수법은 더욱 잔인·교묘해졌지만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어린이 실종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처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수사체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전문수사팀 체제를 갖춰놓은 외국에서는 보다 정확하고 치밀한 수사가 진행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수사국(FBI)에 실종수사전담반을 두고 상시 운용하고 있다. 실종수사전담반에는 전문적인 실종수사연구지원 체계도 마련돼 있어 실종사건 발생 즉시 수사팀의 증거 추적을 조언하고, 수색 노하우를 제공한다.

전담반에는 베테랑 경찰을 비롯해 범죄·심리·아동학 등 해당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수사기법을 교류한다. 실종(유괴) 장소와 시점에 따라 어떤 곳이 범행(살해·시신 유기)지점으로 유력한지, 또 어떤 장비를 이용해 찾을 것인지 등을 자세하게 분석해 사건해결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밖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실종 어린이 찾기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기관도 운영 중이다.

미국의 실종 및 착취당하는 아동을 위한 센터(National Center for Missing & Exploited Children)는 실종순간부터 장기적으로, 심지어 평생에 걸친 실종자 찾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변해가는 아이들의 얼굴모습을 추정하는 프로그램 역시 이 센터가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수사의 전문성이 돋보이기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경찰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NPIA(National Policing Improvement Agency)에서 실종수사전담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동실종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범죄의 연관성을 분석해 경찰의 현장수색과 수사 방향에 도움을 준다.

아동실종사건 발생 초기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내는 단순가출과 범죄, 사고의 범주를 가릴 수 있는 전문시스템조차 부재한 열악한 상황이다.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실종아동찾기센터 ‘182’도 실종아동이나 미아, 치매노인, 가출청소년, 정신지체아에 대한 신고접수 자료를 보건복지부나 다른 기관, 지방자치단체, 보호시설 등과 공유하며, 실종자를 찾아주는 일종의 서비스 일뿐 즉각적으로 실종자 수사나 수색에 착수하는 전문시스템은 아니다.

실제로 경찰청은 2007년 기존의 수사 인력을 대상으로 실종 사건 담당자를 지정, 담당자들에게 실종 사건 전문교육을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해나갈 예정이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지원할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전담반 추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결국 사건발생 초기 효과적인 개입이나 구조, 수색이 불가능 해 제2, 제3의 유사 사건이 발생해도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 해외사례- 미국·캐나다등 선진국은 강력한 예방시스템으로 실종 사전 차단

해외 여러 나라는 어린이 실종 신고 예방 대책과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실종아동관련단체 차일드 파인드 온태리오(Child Find Ontario)는 지역 호텔 직원들을 상대로 실종 아동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호텔 내부에서 발생한 미아는 물론 인근지역에서 아동이 실종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국은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정부차원에서 실종아동을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결과 현재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실종아동예방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특히 만 10세 이하 어린이에 대해서는 절대 혼자 귀가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어 어린이 교육기관이나 부모들이 무조건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을 책임져야 한다.

실종사고 예방을 위한 코드 아담(Code Adam)이라는 비상 안전경보시스템도 있다.

백화점이나 놀이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아동이 실종되면 인상착의·특징·연령 등을 안내방송하고, 출입구를 차단해 외부로 나가는 아동을 확인한 뒤 부모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직원교육이나 담당자 관리를 정기적으로 하며, 해당기관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코드 아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키드와치(Kid Watch LA)라는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봉사자들이 아동실종을 앞장서서 예방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학교나 주택가 등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돌며 경찰처럼 순찰을 하는 역할을 키드와치가 담당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또 곳곳의 집 창문에 노란색 손바닥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헬핑핸드(Helping hand)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집은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뛰어들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다. 항상 문이 열려 있다는 뜻으로 헬핑핸드는 아동들의 실종 사건은 예방하고 아동 범죄 또한 줄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은 실종예방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기준 또한 엄격하지만 지역 주민들을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어린이 실종관련 대책은 예방대책보다도 발생한 미아를 찾거나 사건을 해결하는데 더 집중돼 있다. 예방대책은 경찰청이나 실종아동과 관련한 기관에서 이른바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는 수칙을 제시하고는 있는 정도이고, 예방교육도 역할 극이나 손 인형극, 미아방지 노래 학습 등 실질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선진외국의 예방교육 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실종아동예방프로그램 정비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각 교육기관과 가정에서 효과적인 실종아동예방 교육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 미국은 24시간 미아신고 체계 운영… 영국은 추적용 마이크로칩까지 동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유전자(DNA)조사를 통해 실종 어린이를 찾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해외 여러 나라들은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미아 발생을 막고,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전 유럽에 걸쳐 단일 연결망을 통해 국제적인 아동복지활동을 벌이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벨기에는 전 유럽에 걸친 연결망을 형성해 실종된 아동을 찾고 이들의 성적 착취를 예방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연결망은 ‘실종 및 성적 착취 아동을 위한 유럽 센터(The European Centre for Missing and Sexually Exploited Children)’로 범죄, 법률, 사회사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가족들을 맡아 도움을 준다.

또한 캐나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도입해 실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문 프린트 프로그램과 신생아 ID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신생아들에게 무료로 발바닥 프린트와 사진을 찍어주고 동시에 관련기관에서는 신상자료를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미아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미국도 모든 주에서 발생하는 미아신고를 취합할 수 있도록 24시간 신고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신고된 미아정보는 미국 전역의 경찰 순찰차 및 담당 형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아울러 아동이 사라진 후에도 성장한 얼굴을 추측할 수 있는 얼굴 전환 프로그램 같은 과학적인 프로그램도 연계돼있어 효율성이 높다.

한편 영국에서는 2003년 10살짜리 소녀 둘을 납치해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희망하는 어린이의 팔에 위치 추적용 마이크로칩을 이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린이의 팔에 이식한 칩은 휴대전화 통신망으로 포착할 수 있는 전파를 발신하기 때문에 아이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다.

이처럼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생체인식으로 사전예방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지만 인식자체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예방보다는 사후 미아 찾기 방식인 DNA검사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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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