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스터디그룹서 함께 예습하면 집중도 높아져… 원서 속독 훈련도 큰 효과

숙명여대 영문과 강애진 교수
일반인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배우는 영어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능력 전제로 시작된다고 가정하기 쉽다.

최근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실시하는 영어 수업에 손을 떼는 원인도 원어민 학생에게 성적이 뒤쳐질 것을 염려해 영어 과목 수강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영어 수업은 학점과 연결돼 곧바로 취업에 반영된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도 겁이나 시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는 그러나, 대학은 마음만 먹으면 영어공부를 하기 너무나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4년제 대학의 커리큘럼은 1~2년간 의무적으로 교양영어를 수강하도록 되어있다.

일상회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강 교수는 이 교양영어 과목을 수강한 후 전공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들어볼 것을 권유한다. 그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전공을 공부하는 것과 같이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이 있고, 일상회화처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 두 가지가 있다. 대학에서 익히는 영어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할 때 훨씬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에서는 전공 중 일부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도록 한 수업을 앞 다투어 개설하고 있다. 국어 등 일부 특수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몰입교육’과 달리 이런 방식의 영어교육을 CBI(Content-based instruction)라고 한다.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열망은 강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아요. 수업 시간 중 조사를 해보면 하루 두 시간 이상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2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 20%의 학생들이 CBI 수업을 받는 거죠.”

열의가 강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때문에 호응도는 높은 편이다. 학생들은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내용을 미리 예습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 데 이런 방식의 공부는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좋다.

전공과목을 영어로 수강하게 되면 관련 개념을 익히고 영어 공부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좋다. 특히 많은 서적을 읽고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대학 교육의 특성상 한국어로 수업을 받더라도 원서를 읽는 능력이 필요한데 영어로 강의를 들으면 영어 읽기 능력을 빠른 시간에 향상시킬 수 있다.

대학생이 영어를 훈련할 때 명심해 둘 것은 ‘모호함에 대한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모국어를 포함해 모든 언어를 배울 때는 모호함이 있다. 어린 아이가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쓰고 때로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틀린 표현을 쓸 때가 있다. 이런 실수를 통해서 말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잊어버린다. 성인이 되어 언어를 배우면 그런 실수 과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최소한 5년 정도 이런 ‘모호함’을 각오하고 훈련하면 영어를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언어 능력은 누가 더 뛰어나고 덜 뛰어난 게 아니라 시간만 지나면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남과 비교해 주눅들지 말고, 목표를 세워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체크 해 보는 것이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강 교수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영어 능력은 전공 내용을 발표하는 수준인데, 스스로 도망하는 학생이 많은 데 해당 언어를 배우려고 한 순간부터 5~7년을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식하라. 토익이나 토플 성적 말고 전공교재, 신문, 잡지를 보면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 처음부터 원서의 100%를 이해할 수는 없다. 50%를 이해하면 그것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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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