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영어달인 SkyLife 콘텐츠기획팀 임경환 차장공학도서 해외채널 기획자로 직업 변경… 영어학습 카운슬러·교재가이드 유망 직종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영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절실하게 공감이 가죠.”

스카이라이프 콘텐츠기획팀 임경환 차장은 영어를 위해 유학이나 연수를 택한 적이 없다. 오로지 국내에서 영어를 배우며 네이티브에 버금가는 영어실력을 쌓은 순수토종영어고수다. 임 씨는 무수히 많은 해외채널 사업자들 가운데 스카이라이프에 어떤 채널을 들여오는 것이 좋은지 기획하는 일을 한다. 이 일을 위해서는 ‘영어’가 ‘국어’처럼 자연스러워야 하는 게 필수 조건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외국 바이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능숙한 영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자랑하는 그는 사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89학번인 그는 영어가 좋아 과감하게 진로를 변경한 뒤 영어를 즐겨 사용할 수 있는 회사에 취직을 했다. 90년대 초반만해도 영어과열현상은 생기기 전이었고, 영어시험시장 규모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작은 것이었다.

이런 시절에 임 차장은 국내 내로라 하는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놀라운 영어실력을 발휘했고, 지금까지 14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영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일을 해오며 토종영어고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은 못 당한다’는 말이 있죠. 70년대 당시만해도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방송이나 매체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주로 라디오가 영어 선생님이자 친구가 돼줬어요. 특히 팝송에 심취해있던 저는 AFKN을 즐겨 들으면서 영어를 향한 열정을 키워나갔죠. 그냥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이색적이고, 매력적이었다고 할까요.”

임 씨는 영어고수가 되기까지 단 한번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나 마지못해서 영어공부를 한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단순히 영어가 좋아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들 새도 없이 그는 영어를 즐기고 있었다.

대학생 시절 본격적으로 영어 즐기기에 돌입한 임경환 씨는 대학생연합 영어회화동아리에 가입을 했다. 말 그대로 영어로 놀아보는데 전념하고자 했던 것이다.

“영어 동아리라서 그런지 해외에서 살다 온 친구들이 많았어요. 나름대로 영어라면 자신 있던 저였지만 훨씬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들을 보고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영어뉴스 받아쓰기를 시작했고, 스크립트 구하기도 어렵던 때라 계속해서 반복을 거듭했죠. 하나의 뉴스를 완벽하게 받아쓰는데 처음에는 3개월 정도가 걸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붙으면서 실력이 쌓이는 걸 느꼈어요.”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항상 ‘귀가 트여야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임 씨 역시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디오베이스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듣기를 계속하면 머릿속에서 연상작용도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직접 영어를 배우면서 터득한 거예요. 비디오베이스의 경우는 처음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한계가 있고, 오디오베이스를 기본으로 한 영어학습이 훨씬 성과가 큰 것 같아요.”

임 씨는 “실무영업을 하면서 영어를 사용할 때 전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사실상 굉장히 힘들다”면서 “전화 목소리만 듣고서도 상황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오디오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영어학습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경환 씨만의 독특한 취미도 그의 영어실력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들러 영어교재를 살펴본다는 임 씨는 “새로 나온 교재를 보면서 기존의 교재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것들이 보강됐는지 확인하고 분석하는 게 취미이자 자신만의 영어공부법이다”며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영어관련 교재를 보는 것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왜곡된 국내 영어교재시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중에 나오는 영어 교재들은 주로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책 한 권이면 영어공부를 끝낼 수 있는 것처럼 유혹하는 책들이죠.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맞춘 유행을 타는 교재들은 단발성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요.”

임 씨는 쉬울 것 같고 금새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교재들은 정작 읽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인스턴트 식품 같은 것이라며, 영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영어 공부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너도나도 영어 학원으로 향하고, 이마저도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결국 영어실력이 높아질 줄 모르고 제자리걸음인 거죠.”

토종 영어 고수답게 임경환 씨는 평소에도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항상 기초로 돌아가라는 얘기를 해줘요. 이 책 저 책, 이 학원 저 학원 옮겨 다니는 것보다 예전에 봤던 책을 다시 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하나라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영어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 때문이죠. 영어를 억지로 암기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영어를 공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

영어는 이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라면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임경환 씨는 계속해서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분명 영어학습 카운슬러나 교재 가이드 같은 직업이 각광 받게 될 거예요. 쏟아지는 영어 교재 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그 사람에게 맞는 적합한 영어 학습법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적절하게 매치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기회가 되면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순수하게 국내에서 영어를 향한 열정 하나로 영어달인의 경지에 이른 임경환 씨는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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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