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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인터넷 인맥] SNS, 세상 모든 사람과 '접속'을 꿈꾼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디지털시대 인맥구축에 핵심적 역할… 오프라인 세계에도 영향력 급증





미국 노트르담대 알버트 라즐로 바바라시 교수는 2002년 출간한 <링크>라는 저서에서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이론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는 이른바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는 간단한 도구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던 어떤 배우든 6명만 거치면 다른 어떤 배우와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도출해냈다. 바바라시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여섯 단계의 분리’(six degrees of separation)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즉 세상 사람들 모두는 불과 여섯 다리를 건너면 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이뤄진 적이 있다. 2003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한국 사람이 평균 4.6명을 거치면 다른 어떤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실험 보고서를 내놓았다.

아마도 미국보다 인구가 적은 탓에 좀 더 단계가 좁혀졌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연구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불과 몇 사람만 통하면 세상 사람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단순한 사교나 놀이 위주서 벗어나 실질적인 인맥 형성에도 큰 도움
국내선 1세대 대표격 '싸이월드' 이어 다양한 서비스 추가한 2세대 SNS도 나와
웹2.0 조류 타고 SNS간 개방도 화두… 세계를 하나로 묶는 '메가 SNS' 등장에 관심


그럼에도 이론과 실제는 엄연히 다른 법이다. 현실 세계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게 되고 돈독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리적 거리, 심리적 거리, 계층적 거리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겹겹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학자들이 제시하는 ‘이론적 축지법’만으로 이 세상 누군가와의 거리를 쉽사리 단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 정보기술(IT) 혁명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지구촌 구석구석이 유ㆍ무선 통신망으로 촘촘히 연결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든 쉽사리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에도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관계 맺기가 오프라인 상의 만남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제는 온라인 상에서 잠깐 단말기만 두드려도 그것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디지털 인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과거 PC통신 시절의 채팅은 디지털 인맥 형성 수단의 원조 격이다. 이후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포털 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고 유지할 수 있는 온라인 공동체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Networking Serviceㆍ이하 SNS)가 디지털 인맥 구축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SNS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위해 온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서비스’ 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우리 말로는 통상 ‘인맥구축 서비스’로 불려진다.

우리나라에서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SNS다. 수 년 전 엄청난 ‘싸이질’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는 현재 회원수가 무려 2,200만 명에 달하는 독보적 위상을 갖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게 싸이월드는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창(窓)과 끈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방송작가로 일하는 양모(여ㆍ32) 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메신저를 통해 친구는 물론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지인들과도 날마다 소식을 주고 받는다. 그 중에서도 남다른 친분을 가진 사람들은 ‘일촌’을 맺어 특별 관리한다.

외국으로 떠난 지인들도 싸이월드를 통하면 얼마든지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는 “싸이월드에서는 친구나 지인들과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주고 받는 데다 자칫 소식이 끊길 수 있는 사람들과도 인연의 고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전모(31) 씨는 일촌 숫자가 무려 280명에 달할 만큼 인맥이 많다. 그 비결은 물론 싸이월드를 통해 정성스레 관리한 덕분이다. 그의 인맥은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기반이다.

즉 오프라인 인맥의 연장선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만남을 자주 갖는 게 어려운 만큼 싸이월드를 통한 디지털 인맥 관리는 오프라인 인맥을 보다 강화하는 역할을 해준다. 실제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싸이월드 회원의 86%가 오프라인 인맥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온 ‘커뮤니티형’ 인맥 관리를 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인터넷 콘텐츠의 무게 중심이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해 싸이월드의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조만간 미니룸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한 ‘3D SNS’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무료 VOD 등 동영상 서비스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에 맞춰 향후 SNS 시장에서도 우위를 유지해가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SNS의 진화는 후발 서비스 업체들에서도 감지된다. 이른바 2세대 SNS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세대 SNS가 기존 오프라인 인맥간의 사교나 교류, 놀이에 비중을 뒀던 데 비해 2세대 SNS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맥을 구축하도록 돕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부가하는 형태를 띠는 등 상당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절실한 비즈니스 인맥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른바 비즈니스 인맥구축 SNS를 통해 영업이나 거래 과정에서 든든한 원군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터넷 마케팅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장종희(31) 씨는 지난해 비즈니스 인맥구축 SNS인 ‘링크나우’에 회원으로 가입해 불과 반 년 만에 무려 1,000여 명의 ‘일촌’을 확보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장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 및 광고분야 회원들과 인맥을 연결하는가 하면 자신의 프로필도 꼼꼼하게 신경 써서 작성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촌 연결을 요청하는 회원들이 그에게 몰려든 것이다.

그가 밝히는 인맥구축의 비결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가 아니라 ‘기브 앤 기브’(give & give), 즉 주고 또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남에게 계속 도움을 주다 보니 상대방의 깊은 신뢰를 얻게 됐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5,000명 정도를 목표로 삼아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며 “그 정도 인맥이 형성되면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에 특화된 SNS ‘피플투’도 이채로운 서비스와 명확한 타깃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피플투는 사교나 재미 차원을 넘어 ‘가치교환’을 핵심 서비스로 내걸었다.

가치교환은 말하자면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끼리 각자의 가치를 주고 받음으로써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뜻한다. 가령 기타 연주에 조예가 있는 A학생과 기타를 배우고 싶은 B학생이 있다면 피플투를 매개로 ‘스승과 제자’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식이다.

피플투는 가치교환을 매개로 대학생들의 소개팅, 미팅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C여대 1학년 임모 양은 두 살 위의 S대 남학생 박모 군과 피플투를 통해 커플로 연결됐다.

자신은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남자친구는 카메라를 가르쳐준다고 한다. 임 양은 “남자친구는 내가 배우고 싶었던 카메라를 잘 다뤄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서로 필요한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더욱 만남을 진지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덕분에 SNS는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엔플러그’는 유ㆍ무선 연동 서비스를 표방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엔플러그는 컴퓨터, 휴대폰 등 다양한 기기에 따로 보관된 개인의 정보와 콘텐츠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지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ㆍ무선 통합 및 융합으로 가는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응한 셈이다.

디지털보안의 대명사 안철수연구소도 최근 ‘아이디테일’이라는 SNS를 출범시켜 눈길을 끈다. 기술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에서 내놓는 작품이라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비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원은 자신의 이름, 관심 분야, 학교, 회사, 자주 가는 곳 등 기본정보와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마이디테일’ 페이지에 모으고 동료나 동창,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 등을 찾아 ‘마이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입력한 정보에 맞게 추천을 받거나 검색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인맥 맺기를 신청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디테일이 눈길을 모으는 이유는 국내 처음으로 서비스 업체가 아닌 일반 개발자가 SNS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인맥구축 서비스를 아이디테일에 추가할 수 있다. 참여, 개방,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웹 2.0’의 정신이 SNS에도 구현되는 것이다.

SNS의 개방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대되는 추세다. 검색과 SNS에서 각각 지존의 위상을 가진 미국의 구글과 마이스페이스는 ‘오픈소셜’(Open Social)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오픈소셜’은 SNS를 서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야후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 인터넷업계를 주름잡는 이들의 연대가 본격화하면 모든 SNS가 하나로 묶이는 ‘메가 SNS’가 탄생할 수도 있다.

즉 마음만 먹으면 지구촌의 어느 누구와도 ‘일촌’을 맺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바바라시 교수가 주창한 ‘여섯 단계의 분리’ 이론을 정말 현실에서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은 넓지만, SNS는 그 세상을 점점 손바닥 안으로 가져오고 있다.



입력시간 : 2008/04/08 10:40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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