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달인' 마포 초등학교 3학년 유연수양준비물 빌려주고 숙제 대신해 주고… 재테크 감각 뛰어난 '초등학생 CEO' 많아

서울 마포구에 사는 유연수(10)양은 펀드에 입문한지 어느덧 2년째로 접어든다. 8살 때 ‘아이러브펀드’ 라는 펀드관련 만화책을 통해 ‘제테크’의 개념을 알게 됐다는 유 양은 요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차곡차곡 용돈을 불리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처음에 아빠가 그냥 읽어보라고 하시면서 펀드만화책을 사주셨어요. 화장실에 두고 틈틈이 읽었는데 책에 나오는 단어나 뜻이 어려운 게 많아서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한 거예요. 그때마다 아빠가 친절한 경제선생님 역할을 해주셨어요.”

연수 양이 펀드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는 아버지 유무상 씨의 공이 컸다 우리CS자산운용의 팀장인 그는 포털사이트 주니어네이버 내 개설된 ‘쥬니버펀드’에서 어린이펀드와 관련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2005년 첫 선을 보인 쥬니버펀드에 연수 양과 함께 가입한 유 씨는 다양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에도 같이 참여하며, 연수 양의 펀드 투자에 흥미를 더해 준 장본인이 됐다 게다가 지금 막 세 돌이 지난 막내를 위해서도 일찌감치 유아펀드를 들어놓은 상태다.

부모님의 이런 적극적인 원조 덕분에 유 양은 이제 웬만한 어른 못 지 않은 풍부한 경제 상식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어린 동생들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에서도 성숙함이 물씬 풍긴다.

“책 뿐만 아니라 경제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재미있어요. 방송을 보면서 아빠의 직업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는데 직접 펀드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펀드를 알려주기도 하면서 투자에 도움을 주는 일이 어떤 건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거죠.”

연수 양은 자신은 물론 반 친구들도 대부분 용돈을 받아 쓰면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며,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용돈기입장을 기록하는 법이나 통장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펀드에 대한 딸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 시간이 늘어났다는 아버지 유무상 씨 역시 “경제이야기를 비롯해 교내외 활동이나 교우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훨씬 성숙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한번은 귀엽다고 엉덩이를 토닥거렸다가 어른대접을 해달라며 면박을 주는 연수 때문에 혼이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펀드신동 연수 양 외에 또래 친구들 중에는 ‘초등학생 CEO’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학교 준비물을 빌려주거나 숙제 대신해주기 등의 소소한 일을 해주며 조금씩 돈을 모아가는 어린이 사업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수 양은 “펀드나 주식이 어려운 친구들은 미니홈피를 통해 준비물을 빌려주는데 500원, 숙제 대신해주는데 1,000원과 같이 가격을 매겨 용돈을 벌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아빠와 함께 ‘직업설계’를 한다는 연수 양은 “하고 싶은 게 자주 바뀌기는 하지만 지금은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며 “미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멋진 큐레이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아버지 유무상 씨는 꼭 한정된 직업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고 또 연수가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