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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달라지는 암과의 전쟁] '마음만 바꿔먹어도 암 이길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 인체 면역력 감소와 깊은 연관
암환자 대상 정신건강 클리닉 개설 병원 증가세
웃음·미술·요가·명상치료 등 심신요법 효과 적잖이 입증돼



유방암 환자들의 모임인‘삼샘회' 회원들이 삼성서울병원 잔디밭에서 암 치료 정보를 교환하며 웃고 있다.




진행성 위암을 선고 받은 박 모(47·여)씨는 성공적으로 위 절제수술을 마쳤다.

다른 신체적 문제가 없어 항암치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자꾸 토하는 문제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1차 항암치료 후 환자 스스로 치료를 포기했다. 그 후로도 박 씨는 계속되는 구토증 때문에 거의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위내시경 결과 수술 후 합병증이나 재발 소견이 없어 신체적으로는 먹지 못할 만큼 심한 구토의 원인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자 박 씨는 가족들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정신과 치료 과정에서 그가 가족들을 위해서만 자신을 희생하고 살았는데 모든 것이 헛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위가 없으면 어떤 음식도 소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자율신경계가 영향을 받아 소화기에 문제가 생겨 자꾸 구토가 발생했던 것이다. 박 씨는 정신과에서 개인면담과 가족치료를 받은 후 불안하고 화난 감정이 한결 가라앉았고, 구토 없이 식사를 잘 할 수 있게 됐다.

박 씨의 경우처럼 심리적 요소는 암의 발병은 물론 암의 진행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정설로 효과적인 암치료를 위해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불가결 하다는 주장이 의료계 안팎에서 계속 일고 있다.

하지만 이제껏 암환자의 마음건강까지 챙겨주는 의료기관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국내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아주대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전미선 교수가 2002년부터 암환자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국선도와 명상치료 등 몸과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심신요법을 제공했다.

전 교수는 "치료효과를 비교해보면 심신요법을 받은 암환자들은 받지 않은 환자들보다 치료 예후가 좋고, 암 재발율이 낮았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이완요법을 받은 환자들 스스로가 마음이 편해지고, 잠을 잘 자는 등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버드의대를 비롯해 미국의 여러 의료기관에서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 심신요법을 통한 스트레스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최근 들어 국내 의료기관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심신치료를 실시하는 아주대의대에 이어 지난 2006년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내 정신건강클리닉(정신과 김경란 교수)이 개설됐다. 정신건강클리닉은 암환자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가족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원자력병원과 건양대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암치료에 웃음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술치료와 레크리에이션치료,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고대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는 소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음악치료와 미술치료를 실시하며 스트레스 관리에 힘쓰고 있다.

■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 도모하는 전인치료 각광

단순한 스트레스 관리를 넘어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다 포괄적인 치료 개념인 전인적 의료서비스를 도입하는 의료기관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립암센터는 2007년부터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삶의 질 향상에 대해 교육하는 '암환자 웰빙교실'과 '완화의료클리닉(삶의질향상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노동영 교수는 '비너스'라는 유방암 환우회를 통해 웃음치료, 노래교실, 건강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환자들의 사회적응과 재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의료원은 암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올해 암환자교육센터를 개설해 웃음교실, 요가교실, 운동교실, 금연교실 등 20여 가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인적 치료란 이처럼 인간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해결하며,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배려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조정실장은 "암환자를 위한 전인치료는 암 진단 시점부터 치료 도중, 그리고 완치 후까지 연속적으로 질병과 치료에 따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을 조절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흡연, 음주,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암 발생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교정해 암의 재발과 2차암 발생을 예방한다.

환자와 가족이 암으로 인한 상황변화와 사회적복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암환자의 전인치료에 포함된다.

암으로 인한 고통은 단지 환자 자신의 건강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립암센터가 2006년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암 진단 당시 직업이 있는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이 중 53%가 직장을 그만 두었으며, 나머지 43%는 무급 또는 유급휴가를 내는 등 96%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바로 환자와 그 가족의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진다.

또, 여성암환자들의 경우 성생활, 신체 이미지 저하 등으로 남편과의 관계 악화로 이혼 등 가정붕괴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환자의 치료비용 때문에 가족구성원 중에 진학 등의 교육계획을 미루거나, 환자를 간병하기 위해 가족 중 누군가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도 암 치료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들이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는 추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앞둔 극한상황에서 마주치는 신체·정신적 문제와 사회·영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전인적인 의료서비스다.

한 연구에서 말기 암환자들의 33.6%가 죽기 한달 전까지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조정실장은 "말기 암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외롭게 임종한다"며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환 말기 암환자들이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줘야 암환자의 삶의 질이 진정으로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점 때문에 국내 주요 의료시설들이 호스피스 시설을 점차 확충하고 있다. 또, 호스피스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환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교육활동도 펼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말기 암환자가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사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까지 호스피스·완화 의료 병상을 2500병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며, 건강보험의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 암 극복 '음식궁합'도 챙겨야
식이요법 병행하는 환자 점차 늘어



전인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의 30% 이상이 음식과 관련이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가 환자와 의사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암을 일으킬 수도,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에 항암치료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항암치료 시 항산화제나 코엔자임Q10 등 자연제재를 복용하는 것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 미슬토(겨우살이)라는 식물에서 항암성분을 추출해 주사하는 미슬토요법을 사용해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고, 면역력을 키우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학병원 의사 중에도 항암치료와 더불어 기공치료나 국선도, 태극권, 요가 등을 보조적으로 사용해 항암치료의 부작용 극복수단으로 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는 "검증된 대체요법의 사용은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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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5/13 14:16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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