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무선인터넷 단말기 휴대폰 앞세워 국내시장 우위 점할 듯

무선(Wireless)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방법에 풀브라우징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상용화에 들어간 와이브로(WiBroㆍWireless Broadband Internet)가 오히려 더 앞선 서비스다.

와이브로는 노트북 등 휴대형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약 1Mbps급)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옥내에서 사용하는 유선인터넷을 옥외로 확장한 셈이다. 우리말로는 ‘휴대인터넷’으로 불린다.

특히 정지 상태뿐만 아니라 시속 7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 중일 때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것이 최대 장점이자 특징이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하면 달리는 자동차나 전철 안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끊김 없이 영화나 온라인 게임, 웹서핑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현재 기술발전 추이를 감안하면 조만간 시속 100km에서 3Mbps급의 전송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무엇보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이동통신기술로서 국제 표준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선진국 기술을 수입해 쓰던 처지에서 신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와이브로는 WCDMA나 리비전A 등 3세대 이동통신기술에 비해 이동성은 떨어진다. WCDMA나 리비전A는 시속 250km로 달리면서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데이터 전송량에서 훨씬 우세하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제대로 된 인터넷 접속환경을 제공해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40여개 국가가 와이브로를 차세대 핵심 이동통신기술로 인식,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을 주축으로 구글, 인텔 등이 연합한 145억 달러 규모의 와이브로 무선인터넷 합작벤처기업이 탄생해 와이브로 서비스의 확산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하지만 와이브로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시장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 지 거의 만 2년이 됐지만 가입자가 애초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확보한 고객은 대략 16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2003년 무렵 정부는 시장이 성숙하면 와이브로 가입자가 약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와이브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시장에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아직 서울 및 수도권으로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인 데다, 전송속도와 요금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확실하게 가입자를 끌어들일 ‘킬러 서비스’가 부재한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런 마당에 풀브라우징을 앞세운 휴대폰 무선인터넷이 심상치 않은 기세로 떠오르자 유사 서비스인 와이브로가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출시 한 달 만에 10만 가입자를 유치한 LG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오즈’의 성공적 안착과 비교해봐도 꽤 수긍이 가는 분석이다.

어차피 초고속 유선인터넷 인프라가 촘촘하게 구축된 우리나라에서 이동 중에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훨씬 간편한 데다 전송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휴대폰 무선인터넷이 상대적으로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얼마 전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했을 때 ‘두 번째 디지털 10년(Second Digital Decade)’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향후 휴대폰과 컴퓨터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휴대폰이 풀브라우징을 통해 정보기기로 진화하는 현상을 중요한 사례로 들었다.

‘IT 현인’ 빌 게이츠의 예언대로 간다면 미래 무선인터넷의 가장 지배적인 단말기는 무엇이 될까. 그것은 아무래도 휴대폰이 아닐까.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