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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100년 세계화 길을 묻다
특집- 신한류 이끄는 문화 콘텐츠
작품성·대중성 갖춘 다양한 장르 개발과 전문 번역가 양성 절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1- 무기의 그늘 불어판
2- <무기의 그늘> 프랑스판 출간 후 팬사인회 가진 황석영씨
3- 최다 해외출판 작품인 <시인>
4- 삼국지강의 저자 이중톈(오른쪽)과 작가 이문열씨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국지 강의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올 해는 한국 근대 문학의 100주년을 맞는다. 각종 행사가 범람하지만, 아직 우리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주 세계번역가대회에 참석한 해외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한국문학은 아직 북미와 유럽에서 생소한 문학”이라는 것이다. 전문 번역가의 부족과 오역의 문제도 수년 간 지적돼 왔지만, 우리 문학이 갖고 있는 보편성의 한계와 한정된 작가 군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의 대중문학이 상당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양한 장르 개발과 함께 번역가를 양성할 때다.

■ 우리문학의 해외진출 역사

해외에 한국문학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문호 개방이후다. 최초의 서영 언어 번역 작품은 1889년 미국에 출판된 <한국민담집>이다. 1892년에는 <춘향전>과 1895년 <심청전>이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고 1893년 <한국 전래동화와 전설>이 독일에 번역 출간된 바 있다.

국내 본격적으로 해외번역출판에 사업을 시작한 것은 국제펜클럽의 한국본부가 들어서면서다. 1954년 설립된 펜클럽 한국본부는 57년 ‘한국문학번역상’제도를 만들고 한국문학을 번역,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 문학의 번역과 해외진출은 73년부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담당하게 된다.

번역출판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90년대다. 93년 대산문화재단이 설립돼 민간차원의 번역 지원사업이 최초로 시작됐고 96년 한국문학번역금고가 발족하면서 번역사업을 주관하게 됐다. 2001년부터 한국문학번역금고가 한국문학번역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현재 한국 도서의 해외 출판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등 26개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유럽문화센터에서 분석한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을 보면 현대와 고전의 비중은 76:24(종수), 72:22(발간 편수)다.

90년대 이전까지 해외 출판된 한국문학은 북한의 영향을 받은 1920~1930년대 신경향파문학, 카프문학과 북한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이 많았다. 고전과 현대를 통합해 보면 소설이 920종으로 소설번역이 약 40%, 시가 385종으로 16.9%를 차지한다. (도표 1. 참조)

■ 외국번역 출판, 이문열이 최고 다수



본격적인 한류바람이 불기 전인 2005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국내 문학의 해외 진출은 본격문학작품이 주를 이뤘다. 북미와 중국, 일본을 타깃으로 낸 이들 작품은 사실 진출 자체에 의의를 둔 작업들이 많았다. 10종 이상 번역 출판된 작가는 모두 29명. 이중 20종 이상번역된 작가는 이문열, 조정래, 고 은, 황석영, 이청준, 김지하, 김소월, 황순원, 박경리, 서정주, 조병화 등 11명이다.

해외에 번역·출간된 작품 20권을 넘긴 생존 문인은 4명에 불과하다. 한국문학 번역원의 통계에 따르면 소설가 이문열이 32권으로 가장 많고, 고은(25권), 황석영(22권), 박완서(19권) 순이다. 한림원이 있는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작가는 고은으로, 4권이 출판됐다. 2002년 ‘고은 시선’이 나왔고, ‘만인보’(2005년), ‘순간의 꽃’(2006년), ‘화엄경’(2007년)이 연달아 출간됐다.(도표 2. 참조)

작품별로 보면 5개 언어권 이상 번역된 작품은 14종으로 이문열의 <시인>과 황석영의 <손님>이 각각 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김동리의 <을화>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그러나 이들 본격문학작품의 해외진출에 작가와 전문가 모두 회의적인 반응이다. 가장 많은 작품을 해외에 번역, 출간한 이문열은 올해 초 계간지 <문학의 문학>과의 대담을 통해 해외문학 번역의 회의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 9일 세계번역가대회에 참석한 케빈 오록 경희대 명예교수는 “지난 35년간 내가 읽은 한국 소설 중에는 퓰리처 상이나 부커 상 후보에 오를 만한 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시도 마찬가지로, 위트브레드 문학상 후보에 오를 만한 시집 또한 많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란시스코 카란사 페루 우나삼 대학 객원 교수 역시 “중남미 독자들은 수준 높은 작가를 원한다. 한국의 작가와 독자들은 무턱대고 노벨상만 꿈꿀 게 아니라 우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수 십 년간 한국문학을 자국어로 번역, 진출시킨 장본인이란 점에서 새겨들어야 할 충고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문학평론가 역시 “등단을 꿈꾸는 문학청년들에게 우선 해외의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 보라고 말한다. 국내 문학은 역사도 짧거니와 유명 작가의 계보를 이어가는 문학계 전통이 전혀 없기 때문에 깊이가 얕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 한류바람으로 인기 몰이 중인 대중문학

본격문학을 중심으로 한 국내 문학작품의 번역, 출판은 2000년대 중반 한류의 영향으로 달라진다. 특히 중국에서 한류는 한국문학의 진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데, 한국 드라마의 원작 또는 드라마를 각색한 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문학작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2001년 <가을동화>가 번역, 출판된데 이어 <아름다운 날><친구><엽기적인 그녀><호텔><이브의 모든 것><겨울연가><가슴에 새긴 너><불꽃> 등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소설로 각색되고, 번역 출판돼 중국도서시장에 한류가 출현한다.

2004년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와 <그놈은 멋있었다 2><늑대의 유혹>이 중국 문학도서시장 10대 베스트셀러에 각각 3,5,7위에 오르는 등 대중문학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반응은 중국 출판계의 트렌드와 맞물려 있는데, 중국의 문학출판 시장에서 최근 젊은 남녀의 연애를 소재로 한 ‘청춘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중국 문학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도서를 보면 절반가량이 청춘문학작품이 차지했을 정도다.

중국출판 시장에서 한국문학은 귀여니와 김하인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학과 안도현(<짜장면><연어>2003년), 은희경(<은희경 소설선2004년>, 권지예(<권지예 소설선>2004년), 신경숙(<신경숙 소설선>2004년) 등 본격문학이 동시에 진출하고 있다.

한류의 또다른 진원지 태국에서도 한국 서적출간의 시작은 영화와 드라마의 각색 작품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인기에 힙입어 소설이 번역,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발표한 <한국문학 세계화 방안연구>에서는 이런 현상을 “소설이나 실화를 각색해서 만든 드라마, 영화의 대본이 다시 한번 각색되어 다시 소설로 만들어 지는 독특한 형태의 문학 장르가 한국문학의 하나로서 태국에 자리잡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가시고기><아홉 살 인생><괭이부리말 아이들> 등이 번역되어 출간됐고 황순원의 <소나기> 판타지 소설인 <아린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에는 여러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격문학을 중심으로 진출한 북미와 유럽권에서 한국문학은 깊이와 작품성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며 대중성을 내세운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문학은 애정소설과 인터넷 소설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정부와 민간단체의 문학교류와 문인들의 교류가 지금보다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국가에서 인기 있는 대중문학 작가와 저명한 작가들로 구성된 한국작가방문단 혹은 한국작가강연단을 조직해 한중문학 연구자 관련단체와 교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해당 진출 국가에서 한국문학의 번역, 수입이 유용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출판업계와 해외 출판업계 사이 문학도서의 판권 거래를 수월하게 하고 빠른 시간 내에 입수 할 수 있도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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