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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여성의 옷에 자유의 날개를 달다
몸 조이면서 강요 된 아름다움 '신체 곡선 살린 디자인으로' 해결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 choileeyoojin@hotmail.com
사진·샤넬 코리아 제공

1- 샤넬 08/09 가을 겨울 레디 투 웨어 컬렉션
2- 샤넬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자켓 (Heritage Picture of chanel jacket)3- 1935년 만 레이가 찍은 샤넬의 모습
4- 가브리엘 샤넬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① 루이비통-여행트렁크 ② 몽블랑-만년필 ③ 페레가모-구두 ④ 볼보-자동차 ⑤ 샤넬-여성복

■ 샤넬(CHANEL)
여성의 옷에 자유의 날개를 달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과거 서양의 화려한 드레스, 그 안에는 봉긋한 가슴선과 잘록한 허리, 풍성한 치맛자락을 강조하기 위해 조여지고 짓눌린 여성의 몸이 있었다.

유독 여성에게만 강조되어온 미(美)가 결코 여성들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쉽게 바꿀 수도 바뀌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혹사되어온 여성의 몸을 해방시킨 이가 있었으니, 오늘날의 ‘샤넬’을 만든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이다.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었던 여성의 정적인 움직임은 산업화가 되면서 기계문명에 의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사회상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활동에 제약이 많은 드레스는 점차 늘어나는 여성의 사회활동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으며 이를 대신할 동적인 움직임이 보장되는 실용적인 의복이 필요했다. 이러한 사회적, 시대적 변화를 읽고 여성의 옷에 자유의 날개를 단 샤넬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샤넬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활동성과 실용성이었다.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여성의 신체 곡선을 살린 디자인은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능케 했다.

발을 덮어 치렁치렁했던 긴 치마를 잘랐고 그와 함께 길게 늘어진 무거운 머리칼도 잘랐다. 늘 손에 사뿐히 쥐어야만 했던 핸드백에 끈을 달아 어깨에 멜 수 있게 했고 재킷에 주머니를 달아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게 해 손을 편하게 했다.

샤넬의 합리적 디자인은 직물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주로 남성 속옷의 소재로 사용되었던 저어지와 편물의 사용은 활동이 편안한 남성복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으며 심플한 디자인과 색상은 일반 서민들의 단순한 의상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특히 블랙의 사용은 매우 획기적인 발상이었는데 상복 이외의 용도로는 잘 사용되지 않았던 색상을 의복에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샤넬이 블랙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실용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블랙의 매력을 잘 알고 있었던 샤넬은 모든 색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검정의 아름다움을 절대적인 것이라 여겼다. 흔히 옷을 잘 못 입는 사람들을 위한 ‘검정색 옷을 입어라’라는 조언은 그녀가 말하는 ‘블랙의 절대적 매력’ 때문이다.

또한 모든 빛의 색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화이트에 대한 그녀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블랙 앤 화이트가 어느 색상보다 화려하며 시선을 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고아가 되어 수녀원에서 자랐다는 그녀의 이력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화려한 그녀의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두 개의 C가 겹쳐진 로고가 수녀원 창에서 보았던 이미지로부터 착안된 것이라는 사실은 샤넬과 그녀의 수녀원 생활을 매우 필연적인 것으로 연결시킨다.

5- 오리지널 샤넬 백
6- 네모 무늬의 퀼팅은 샤넬의 대표적 이미지 중 하나로 샤넬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퀼팅 이미지가 담긴 샤넬의 08/09 가을 겨울 컬렉션.
7- 샤넬 No.5


수녀원에서 바느질을 배워 봉제회사에 취직했지만 지루함을 느낀 그녀는 카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주목을 받기도 했고 모자상점을 열어 자신이 만든 모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녀원의 엄격하고 엄숙했던 분위기와 다소 상반된 모습이었지만 결국 그녀가 디자인에서 선택한 것은 심플함이었다.

그녀 안에 깊이 남아있던 수녀원의 절제되고 정제된 정서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로 인해 미니멀리즘의 미학, 그 단순함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승마복이 디자이너로서의 그녀 인생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실용성과 활동성 말고도 미적인 부분에 대한 그녀의 감각을 추측하게 한다. 특정한 움직임을 위한 승마복만의 독특한 라인이 갖는 디자인적 요소는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그녀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샤넬 디자인의 여러 가지 특성은 그녀 자신의 활동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이기도 했다.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고 일컬어지는 그녀의 삶 자체는 끝없는 에너지의 분출이었다.

의상뿐아니라 핸드백, 구두 등 ‘샤넬 스타일’로 탄생된 모든 것들에 그 에너지가 담겨있다. 여성의 손을 자유롭게 한 금색 체인이 달린 누빔 백과 발을 작고 얇게 보이게 하기 위해 끝부분에 까만 컬러를 넣은 베이지색 슈즈는 ‘똑똑한 디자인’을 대표한다.

샤넬이 출시한 향수는 또 한 번의 이슈가 되었다. 옷, 가방, 구두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의상과 악세사리를 총망라하는 ‘토탈룩’의 개념에 향기가 더해졌으며 이는 패션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켰다. ‘샤넬넘버5’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잘 때 무엇을 입느냐”는 질문에 대한 마릴린 먼로의 “샤넬 No.5 몇 방울뿐”이라는 대답은 샤넬의 향수가 지닌 향에 대한 깊이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움직임이 편한 자유로운 디자인을 추구했던 샤넬의 스타일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과 사치를 과시하는 부르주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것은 여성으로서, 여성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여성을 잘 이해했던 그녀의 배려였으며 일반서민의 양식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회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美)의 기준에 의해 억압되어있던 여성의 신체를 자유롭게 했다는 점에서 여성주의를 몸소 실천한 원조 여성주의자가 아니었을까.

“럭셔리란 빈곤함의 반대말이 아니라, 천박함의 반대말이다.” 그녀가 남긴 이 말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깊이 되새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명품은 사치를 의미하는 천박한 말이 아니며 갖지 못한 사람들을 따돌리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녀가 명품 ‘샤넬’에 담은 정신은 가난을 천대하지 않으면서 사회의 약자를 존중하는 휴머니즘이다. 그것이 바로 앙드레 말로가 “샤넬, 그녀는 드골, 피카소와 더불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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