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비움'의 철학

빈 의자가 있다. 언젠가 누가 앉았던 것이며 누구라도 앉을 수 있는 또 누군가가 앉게 될 공간이다.

‘비움’의 철학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작가 ‘남현주’가 12월 6일까지 빛 갤러리에서 <존재에 대한 제물론적 물음> 전시를 갖는다.

남현주의 그림에 등장하는 의자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의자는 다채로운 형태와 색채를 통해 다양한 세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사유와 또 그 사이를 연결하는 매채체로 작용하고 있다.

의자를 중심으로 화면에 펼쳐진 아름다운 꽃들이나 신비한 동양적 병풍들, 서양의 명화 액자 등은 그 섬세한 필치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서있는 의자의 주변에서 보조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의자를 뒤로한 배경의 소재들은 그 빈 의자 속의 시대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비어있는 의자에는 누구든, 어느 시대의 인물이건, 언제든지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는 곧 현재적 시간이며, 화려하거나 정적인 꽃들도, 또 움직이는 동물까지도 모두 동등하게 취급하는 남현주 작가는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빈 의자를 통해 일체의 사물은 동등한 가치는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4- 낙원을 꿈꾸며Ⅱ
5- 낙원을 꿈꾸며Ⅲ




윤선희 기자 leo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