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스타일 재현·대중의 반감 줄이고 혁신바람 일으켜英 블레어·대처 佛 사르코지 멋쟁이 정치인, 獨 메르켈도 깜짝 변신

대중의 지지가 곧 생명인 정치인에게 스타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호감을 주지 못하는 스타일로 민심을 얻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스타일파워는 정계에서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민의 폭 넓은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그의 승리는 어떤 의미에서 스타일의 승리였다. 선거기간 내내 맵시 있고, 젊은 패션 감각을 소유한 오바마에게 미국인들은 매료됐다.

세계의 언론들도 그의 스타일이 대선 후보 중 가장 빼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일 그가 기성세대의 이미지를 물씬 풍기거나 촌부를 연상시키는 촌스러운 차림으로 나와 변화의 구호를 외쳤더라도, 똑 같은 호소력을 발휘했을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권력을 거머쥐는데 성공한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바로 호감 가는 스타일이다. 반대로 스타일이 빈축을 사거나 관심을 끌지 못한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는 게 보통이다. 대체로 정치인이 민심을 잃는 시점과 그의 스타일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시점도 묘하게 맞물린다.

어찌 보면, 정치만큼 스타일파워의 진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세계도 없다.

정치에서의 권력과 스타일, 그 치명적 관계를 조명해본다.

일천한 정치경력과 흑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확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던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말이다.

8년 동안의 부시 정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변화를 외치는 진보 성향의 젊은 정치인에게 열광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정치적 메시지는 옷과 헤어스타일, 표정, 제스처, 분위기 등 스타일을 통해 대중에게 강력하게 전달됐다. 오바마는 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으로부터 줄곧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뛰어난 스타일파워를 가진 인물로 평가 받았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요즘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슬림 라인(slim-line)’ 양복은 그가 젊고 멋진 스타일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으며, 연설 때 자연스럽게 재킷을 벗어 버리는 모습은 친근감을 더해줬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 때문에 남성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와이드 칼라 셔츠를 통해 중화 시키기도 했다.

고 케네디 대통령의 성향을 이어 받았다는 의미에서 그는 케네디의 스타일을 재현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케네디가 썼던 레이반 선글래스를 착용하기도 했다.

그는 케네디처럼 전통과 파격을 적절히 소화한 옷차림으로 대중의 반감을 피하면서 신선한 반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슬림 라인, 줄무늬 양복 등 첨단 유행 패션을 선보이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정통 신사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스타일이 호감을 줄 수 있는 이유라고 패션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스타일전략이 케네디가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데도 일조한 게 틀림없다.

오바마는 또, 과감히 넥타이를 벗어 던진 모습으로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넥타이를 맬 때도 맥케인의 폭 넓은 넥타이와 달리 폭이 좁은 넥타이로 신선함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종종 야구모자, 캐주얼웨어, 아디다스 운동화 차림의 모습을 드러내며 젊고, 개혁적이며, 친근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성공했다.

반면, 유세장에서 격식 있는 정장을 주로 입었던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은 친근감 면에서 오바마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나치게 남성적인 그의 이미지에서 부드러움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와 한판 승부를 겨눴던 힐러리는 볼품 없는 스타일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했다. 힐러리는 여성성을 강조하면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을 까 두려워 치마 대신 남성적인 바지 정장을 택했고, 재킷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볼품없는 재킷을 입는다며 많은 매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권력과 스타일의 돈독한 관계를 입증하듯, 이번 미국 대선에서 최후의 왕관은 스타일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오바마의 차지가 됐다.

1- 오바마 미대통령 당선인이 2008년 11월 23일 농구를 하기위해 시카고 대학 랩스쿨에 도착해 자동차에서 내리고 있다.
2- 케네디
3-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4- 토니 블레어
5-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일부에선 오바마를 두고 “알맹이(정책 등 구체적인 콘텐츠)는 없고, 껍데기에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여 선거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지도 모른다”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은 결과적으로 알맹이는 껍데기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지금까지도 미국인의 영웅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존 F. 케네디 역시 스타일파워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한 인물이다. 그의 인기를 폭발 시킨 데는 무엇보다 일명 ‘차양머리’라 불리는 그의 헤어스타일이 일조했다. 탁월한 미적 감각을 자랑했던 그의 부인 재클린의 조언을 받아들여 케네디는 가르마 머리에서 탈피하고, 앞머리를 힘있게 살짝 올림으로써 젊고 박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전통과 혁신을 적절히 조화시킨 스타일로 거부감 없는 혁신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통적인 양복을 기본으로 입되, 당시 신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중절모는 벗어 던졌다. 그런가 하면, 가끔 재킷과 바지 색을 달리 해 입기도 하고, 노타이의 파격을 즐기기도 했다. 케네디는 또, 맵시 있게 스포츠웨어를 소화해 대중적 인기를 샀다.

토니 블레어는 3선에 성공한 총리다. 그의 3선 당선도 스타일파워를 빼고 논할 수가 없다. 그는 영국 왕실의 권위가 실추하자 ‘낡은 이미지’에서 탈피해 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

이를 위해 그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으로 이미지 혁신을 모색했다. 그가 유세 때 두 달 동안 330만원을 화장품 구입비용으로 썼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의 전용기에는 유명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동승했다. 노타이와, 캐주얼한 복장을 즐겨 입는 그는 젊고 친근하며 혁신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마가렛 대처는 영국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베스트드레서였던 것은 아니다. 총리 당선 직후 대처는 복장 때문에 의회에서 빈축을 사야 했다.

퍼프 소매의 원피스에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는 그야말로 동네 아줌마로 비춰지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처는 변신을 꾀했다. 웨이브를 풀고, 풍성하게 부풀린 헤어스타일은 귀족적이었다.

그는 또, ‘사파이어 블루’라는 고급스럽고 권위적인 색상을 가장 즐겨 입는 것으로도 유명해졌다. 파티에도 드레스보다는 정장을 주로 입었다. 자신의 실용노선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같은 스타일코드로 대처는 보수당 당수로서의 권위를 세우며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여론은 항상 스타일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론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해외 주요 정치인들을 보면 스타일 평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부인 브루니와 함께 멋쟁이로 평가 받으며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그가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났을 때 프랑스 국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스타일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오히려 매력포인트가 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들어 가슴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동네 아줌마를 연상시키는 바지 차림이었을 때보다 아름답게 변신한 메르켈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게 해외 언론들의 중론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