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천 가방 현대생활의 필수요소 실용성 상징 세계적 열풍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6. 로얄 코펜하겐 – 도자기, 그릇, 7. 겔랑 - 향수, 8. 버버리 - 트렌치 코트, 9. 랑콤 - 화장품, 10. 에르메스 - 가죽제품, 11. 로얄살루트-술, 12. 프라다-나일론 가방, 13. 까르띠에-보석, 14. 나두찌-가죽소파, 15. 입생로랑-여성복 바지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세련미를 풍기는 프라다는 모던함을 대표한다. 다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잘 어울리는 프라다의 특징은 현대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검정색 천으로 된 프라다 백은 현대생활에 필수적 요소인 실용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 ‘프라다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테스토 벨라(tessuto vela)는 1978년 탄생된 나일론 천 가방이다. 실크와 같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위한 특별 직조 기술을 통해 생산된 이 가방의 천은 원래 프라다의 창립자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가 트렁크를 감싸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던 포코노라는 방수천을 개발한 것.

이 천으로 만들어진 백은 가벼움과 편안함으로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사랑받았으며 특히 어느 옷에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실용성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혁신’은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에 의해 이루어졌다. 1913년 프라다를 설립한 마리오 프라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닥친 위기에 대해 대반전을 일으킨 그녀는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다. 마우치아 프라다는 현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프라다를 세계 정상의 브랜드로 이끌어 왔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관찰에서 비롯된다. 세상 이야기는 물론 자신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그녀는 늘 세상의 일반적인 예상을 뒤집고 과감한 시도를 선보여 패션 세계를 재패해 왔다.

현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프라다의 작업은 고객을 중요시하는 철학으로 이어진다. 고객을 응대하는 프라다의 마음가짐은 자신들의 기준에 의해 고객을 판단하고 서비스에 차별을 두는 일반적인 ‘고가’ 브랜드와는 차이가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한 그들의 시도 중 눈에 띄는 것은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 뉴욕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판매사원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무선 물품 데이터베이스 단말기는 재고목록과 관련된 정보 등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뉴욕의 매장을 비롯해 도쿄와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프라다 스토어는 2001년부터 이루어져 온 프라다의 건축프로젝트 ‘에피센터 프로젝트’다.

6- LA 프라다 에피센터 내부전경
7- 내년 3월 경복궁에 설치될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조감도
8- 뉴욕 에피센터 외관. 고풍스러운 건물 안으로 보이는 현대적인 디스플레이는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9- 프라다 재단이 선보인 톰 프리드맨(Tom Friedman)의 전시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전시 중 가장 화려하고 복합적인 전시였다.
10- 프라다 홈 컬렉션

아방가르드 건축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온 프라다가 건축디자인을 통해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소비주의와 문화의 총체적 코드’인 쇼핑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이 공간들은 문화적 담론을 중시하는 프라다의 정신적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에피센터 프로젝트의 스토어 디스플레이는 설치미술작품전시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실제로 뉴욕에 있는 프라다 매장을 방문했을 당시 그곳을 미술관으로 착각한 필자의 경험은 매우 색다른 것이었다.

프라다는 스토어 공간을 현대미술전시와 같이 디스플레이할 뿐 아니라 매장 안에서 각종전시회를 열고 필름을 상영, 각종 공연과 강연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바로 프라다의 예술적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스토어에서 전시를 열거나 필름을 상영하는 것은 판매와 구매가 이루어지는 매장으로서는 대담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프라다의 문화재단 ‘프라다 폰다지오네’는 현대 문화예술에 있어서 가장 급진적이며 지적인 도전을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현대예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술전시 뿐 아니라 사진, 영화,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장르의 행사를 선보인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시각적인 문화 활동 지원을 넘어선 각종 심포지엄 등을 통한 프라다의 학술적인 면모이다. 심포지엄을 통해 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원 등을 하고 있는 프라다는 예술가들의 업적을 다룬 책이나 예술평론서적을 출판하기도 하여 문화 예술에 대해 심도 깊은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3월 서울에서 선보이게 될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펼쳐지는 프로젝트로 경희궁에 회전이 가능한 건축물이 설치되는 것. ‘건축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전환시킬 이 프로젝트는 ‘자의적으로 변하는 역동적인 유기체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과 개념을 제공할 것이다.

문화 예술과 함께 변화하는 프라다는 미우치아 프라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패션과 예술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대한 그녀의 노력과 능력은 각종 화려한 수상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VH1 Music & Fashion Award, 런던 왕립미술학교(Royal College of Art)로부터 수여받은 명예박사학위, 뉴욕 신 현대미술관(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공로상, 미국디자이너협회 CDFA(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의 International Award, 프랑스 문화부의 예술문화훈장, 미국잡지 『풋웨어 뉴스(Footwear News)』주최 올해의 디자인상 등을 수상한 그녀는 타임지가 뽑은 ‘전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라다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의 정신을 잇기 위해 급진적이며 현대적인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상징을 분석하는 프라다 파워는 패션 아이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전반에서 느낄 수 있다.

현대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현대인의 필수 아이콘인 휴대폰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낸 프라다 폰은 세계최초의 완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국내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출시되어 세계로부터 각광을 받기도 했다.

현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 프라다의 뒤에는 전통적 명품브랜드의 정신과 실력이 살아있다. 1919년 이탈리아 왕실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됐던 프라다의 명성은 앞서가지만 과하지 않은 ‘절제미’를 통해 완성된다.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