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 등 제작비·시스템 지원, 공모전·지원금과 차별화KT&G 상상마당- 인디밴드·영화 디자인으로 영역확장두산아트센터- 개성강한 4팀의 창작자 서포트아르코예술극장- 신춘문예 작가에 공연 기회 제공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극본상(2007년)을 수상한 뮤지컬 <오디션>에는 세상의 무대를 향한 인디밴드의 ‘고달픈’ 도전이 담겨있다.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 서기 위한 그들의 고군분투는 ‘꿈’이 있기에 감내할 수 있는 현실이다. 요동치는 젊음 위에 실험성이 생동하는 홍대 일대 200여 인디밴드의 삶도 뮤지컬 속 인물과 다르지 않다.

뜨거운 열정이 있지만 조금 더 단련해야 할 실력과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그들. 그들을 육성해 홍대 클럽보다 더 넓은 무대에까지 그들을 세우는 곳이 있다. 지난해 9월 홍대에 터를 잡은 KT&G 상상마당의 ‘인디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그것.

지난 10월 말 ‘Mary Jane’을 비롯 6팀이 선발된 2기 멤버는 12월 3일부터 상상마당에서 마련한 연습실에서 1년간의 특별한 성장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앞으로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와 상상마당 예술감독 유병렬 씨(윤도현 밴드의 전 기타리스트)에게 꾸준한 멘토링을 받고 여러 무대에서 선배 뮤지션들과 혹은 단독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음반발매의 혜택도 누리게 된다.

지난해, 우려와 기대 속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원한 120팀 중 11팀을 선발해 1년간 훈련을 했고 최종 4팀에는 EP앨범(Extended Play의 약자로, 싱글과 정규앨범의 중간 정도인 4-5곡 정도가 수록되어 있다)의 발매혜택을 주었다.

지난해에 여기에 투자된 금액은 약 5억에 이른다. ‘상상마당’이란 인큐베이터 속에서 성장해가는 예술 분야는 인디밴드 외에 영화와 사진, 디자인이 있다. 그 중 영화는 최근 많은 성장세를 보여준 분야로 꼽힌다. ‘상상메이킹’이란 이름의 영화인육성프로그램은 시나리오 공모->제작비 지원->유통과 배급으로 확장된다.

2006년부터 해마다 40편을 제작해온 ‘상상메이킹’은 지난해 11월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과 올해 8월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를 배출했다. <은하해방전선>은 부산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고 <우린 액션배우다>는 1만 2천명 관객동원으로 인디영화 중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사진가를 육성하는 ‘스코프(SKOPF)’와 생활사진가를 위한 ‘슬랩(SLAP), 디자이너를 위한 프로그램 역시 활기를 띄어가고 있다. 상상마당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KT&G 사회공헌부의 권영근 과장은 “장기적으로는 상상마당 안에 머물지 않는 외연확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영화는 현재 배급으로까지 영역을 넓혔고 1기 인디밴드에 대해서는 좋은 기획사가 나타날 때까지 일정 부분 매니지먼트를 해줄 예정이다. 투자대비 30%정도, 3년 후에는 50%까지 수익을 확대해 그것을 다시 육성프로그램에 재투자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연강홀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한 두산아트센터는 공연에 대한 창작자육성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웠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이란 이름의 소극장을 전적으로 아트 인큐베이터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올해 7월부터 본격 가동된 창작자육성프로그램은 개성 강한 네 팀의 창작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작가들의 잠재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비전이 명확한 팀이라는 선정방식에 부합한 이들은 공연계에서도 주목 받아온 신진 창작자들이다.

국악에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키며 판소리의 현대화에 노력하는 이자람, 여성과 이주 노동자 등 마이너리티와 사회의 관계성에 주목하는 추민주, ‘12언어 연극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한국문학과 1930년대의 구어체 등 언어에 많은 관심을 가진 성기웅, 다양한 스타일의 연극적 실험을 거듭하는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 부부가 그들이다.

이자람의 <사천가2008>을 시작으로 서재형, 한아름 부부의 <청춘 18대1>, 현재 공연 중인 성기웅 작,연출의 <깃븐 우리 절믄 날>, 내년 공연 하는 추민주 작, 연출의 <빵>이 차례로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예술감독 강석란의 지휘 하에 전문 프로듀서 2명이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두산아트센터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극장의 레퍼토리화와 해외 진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요안 프로듀서는 “키워드는 성장과 발전이다.

신인이 공연계에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 함께 한다.

그들의 작품성을 키워가고 실험해보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서 두산아트센터만의 특징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창작자를 섭외할 예정이라는 두산아트센터는 앞으로도 스터디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의 아르코예술극장도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무대 위에 선보였다.

<봄 작가, 겨울 무대>라는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신춘문예 작가들에게 무대의 경험을 더해주고 동시에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업이다. 아르코예술극장은 신춘문예 작가 6명을 선정해 30분 분량의 작품을 쓰게 하고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연출가 6명을 작품 스타일에 맞추어 연결해주었다.

이양구(서울신문), 김지용(한국일보), 박철민(부산일보), 김혜순(한국희곡작가협회), 이진경(동아일보), 정서하(전남일보) 등의 작가와 김낙형, 문삼화, 이재준, 류주연, 김수희, 김태형 등의 연출가가 그들이다.

지난 10월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다음 역’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연극을 지난 12월 4일부터 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올렸다. 매년 선보이게 될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연극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상마당, 두산아트센터, 그리고 아르코예술극장에 이르는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이들은 제작비뿐 아니라 시스템적인 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공모전이나 지원금과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아이템이나 아이디어와는 관계없이 상업적 논리에 밀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예술의 싹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이들은 곧 세상이란 무대로 향한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순탄하게 운영이 된다면 비단 신진 작가뿐 아니라 나아가 예술계 전반에 긍정적인 선순환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아르코 예술극장의 '봄작가, 겨울 무대'의 김지용 작가
"연출가가 내 코드 새롭게 해석 색다른 경험"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2008년)에 당선됐던 김지용 작가는 최근 아르코예술극장의 <봄 작가, 겨울 무대>에서 단막극 ‘달리는 자들’(연출 김태형)을 무대에 올렸다. 기차에서 끊임없이 달리는 남자가 등장하는 작품 속엔 취직, 결혼 등 보이지 않는 룰에 이끌려 가는 우리네 삶에 대한 의문이 담겨있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해 극작과 연출에 재능을 보였던 그가 <봄 작가, 겨울 무대>에서는 온전히 극작가로서 연출가 김태형과 함께 연극을 완성해냈다. 김지용 작가를 만나 아르코예술극장에 연극을 올리기까지의 과정과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봄 작가, 겨울 무대>와 같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극작에 데뷔해도 연극을 할 수 있는 ‘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연출가와 함께 일해 보니 어땠는지..

처음엔 느낌이 묘했다.(웃음)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연극연출가협회 주최로 희곡을 무대화하기는 하지만 정식 공연과는 좀 다르다. 이번에는 연출가와 적극적으로 공동 작업이 이루어졌다. 극작과 연출을 혼자서 하게 되면 내 시야에만 머물게 되지만 다른 연출가가 내 코드를 새롭게 해석해내는 과정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자유주제가 아니라 ‘다음 역’이란 주제가 정해져있었다.

주제는 선정된 작가들과 함께 토론을 통해 정했다. 그래도 주제와 30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다. 처음 대본을 쓰니 50분 분량이 나왔는데, 줄이는 작업이 녹록치 않았다. 파편 같은 이야기를 배우들, 연출자와 함께 모아보자 해서 열 번쯤 수정작업을 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단막극이었다. 아쉽지 않았나.

신춘문예로 처음 단막을 쓴 후에 장막으로 이어지는 게 무척 어렵다. 이번 단막은 숨고르기 차원이라고 본다. 이번에 작업한 작가들은 어느 정도 무대 경험이 있었지만 보통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경험이 많지 않다. 이러한 경험은 현장의 느낌을 좀 더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계획과 포부는..

공연을 끝으로 잠시 머물렀던 어미의 품 같은 곳을 떠나야 한다.(웃음) 그동안 매년 부산에서 공연을 해오고 있는데, 내년에는 부산시립극단에서 객원연출을 맡게 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