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훈련과 서프라이징 파티 TV프로 본딴 '1박2일형' 대표적와인클래스·유머 강의등공부 프로그램 새롭게 등장

12월은 짧다. 주말마다 각종 모임과 송년회를 찾아 다니다 보면 어느덧 두둑해진 뱃살과 부은 얼굴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먹고 마시고 흥청대는 송년회가 사라진다는 말은 이제 구문이 됐지만, 그래도 음주가무 없는 송년회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올해는 ‘경기 침체’란 변수도 끼어 송년회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달라진 송년회 트렌드와 멋진 송년회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 송년회에도 찾아든 '불황 트렌드'

최근 몇 년 간 송년회는 참가자가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행사’가 많아진 점이 특징이다. 모 음료회사의 경우 지난 해 W호텔의 우바를 통째로 빌려 직원과 관계자 150여명이 프라이빗 파티를 했는데, 향수 시음, 카드놀이, 마술쇼 등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참가자들이 각자 자유롭게 행사를 즐기도록 만들었다. 외국계 명품 회사 역시 갤러리 하나를 빌려 작가의 작품 설명을 듣고 각자 주류와 다과를 즐긴 미술 송년회를 갖기도 했다.

모 금융회사는 지난해 송년회 행사로 외국에서 주주와 가족을 초청해 뮤지컬 ‘겨울연가’를 보여주고 롯데호텔에서 하룻밤 보낸 후 서울의 관광 유적지와 궁중 음식을 대접한 적이 있다. 이처럼 임원과 VIP 고객을 대상으로 문화행사, 체험형 행사가 몇 년째 각광을 받았지만, 불황은 송년회에도 찾아왔다.

첫째 날 워크숍 또는 극기 훈련을 실시하고 저녁에 체육관으로 돌아온 직원에게 서프라이징 파티를 열어주는 ‘1박 2일 송년회’는 최근 불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 KBS2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름을 따온 이 송년회는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데 최고의 효과를 준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가 올해 송년모임 계획이 있는 직장인 9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2%가 ‘최근 경기불황이 송년회 계획을 세우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이들 중 56.6%는 ‘횟수와 비용을 모두 줄였다’고 대답했다.

올해 예상하고 있는 송년모임은 약 2.6회. 지난해(4.2회) 대비 60% 수준이다. 송년회 예산은 작년(17만9,000원)의 절반 정도인 평균 9만7,000원. 1회 평균 3만 7,000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지출 규모도 줄었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송년회를 담당하는 한 프리랜서는 “행사가 없어졌다기 보다는 지출 규모를 줄이거나 신년회로 미루는 분위기다. 예산이 있는 기업도 눈치를 많이 본다. 송년회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외부로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송년회 A to Z

불황의 여파를 확인했다면 이제 올해 송년회 계획을 세워보자. 파티플래너 백승범 씨(http://www.cyworld.com/bummy100)에게 자문을 구해 앞서 설문조사를 참고로 1인당 3만7,000원으로 할 수 있는 송년회 계획을 세워보았다. 올해로 파티플랜 경력 7년 차인 백 씨는 MBC ‘달콤한 스파이’와 SBS ‘내남자의 여자’를 비롯해 25회 청룡영화제 등 각종 영화ㆍ드라마 관련 파티와 기업 파티를 담당해 왔다. 백승범 씨는 “장소를 선정하면 30%는 끝낸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3만 7,000원으로 호텔 같은 값비싼 장소를 대여할 수는 없다. 우선 사무실이나 회사 회의실, 또는 구내식당이나 옥상 테라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사 내 적당한 공간이 없다면 뷔페나 연회장 등 식사를 함으로써 장소를 빌릴 수 있는 곳이 있다. 백승범 파티플래너는 “장소를 대여할 때는 음향과 조명, 빔 프로젝터 등이 있는 곳을 빌려야 추가비가 적게 든다”고 조언했다.

사원이 30~50명 규모라면 홍대 근처 카페를 빌릴 수도 있다.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루 저녁 카페를 통째로 빌려주는 곳이 많은데, 송년회 장소로 카페를 정할 때는 기물파손, 이용가능한 시간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계약서로 써야 행사를 진행하면서 카페 주인과 마찰이 없다. 와인 등 주류는 카페에서 구매하는 것 보다 10만원에서 20만원의 코르크 차지(Cork Charge: 외부 음료를 반입해 마실 때 가게 주인에게 주는 서비스료)를 주고 직접 사는 것이 더 싸다.

조용하고 아늑한 파티를 준비한다면 갤러리를 빌려 하는 것도 좋다. 갤러리가 문을 닫는 월요일 또는 수요일을 이용하면 깨끗하고 독특한 느낌의 송년회를 준비할 수 있다. 소규모 갤러리가 많은 삼청동 일대에는 30~50명의 송년회가 가능하고, 청담동에는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갤러리도 있다.

백승범 파티플래너는 “이전 S 미술관에서 100명의 티켓을 구매해 작가 설명을 들으며 미술감상을 하는 테마 파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갤러리 티켓은 비싸야 1만원이므로 장소 대여료로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 송년회는 외부 식음료 전담 업체를 불러 1만원~2만원 선의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장소를 선정 했다면, 송년회 2~3주전 미리 초대장을 보내고 이후 이메일로 다시 한번 공지한다.

‘체험형 송년회’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송년회의 프로그램을 짜는 일도 중요하다.

와인 클래스, 유머 강의 등 공부 프로그램이 최근 새롭게 등장한 송년회 방식이다. 소믈리에를 초빙해 비즈니스에 맞는 와인 매너와 와인 상식을 배우고 시음하면서, 자연스럽게 건배를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헬스 코치나 댄스 강사를 초빙해 운동과 춤을 배우며 화합을 돋우는 방법도 있다.

백승범 파티플래너는 “올해 불경기를 감안해 직원들이 각자 안 쓰는 물건을 기부하고, 재포장해 송년해 행사 때 경품으로 주는 방법도 있다. 자전거, 김치냉장고 등 집에 두 대씩 있어서 기부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는 회사 송년회는 자칫 분위기가 딱딱할 수 있다. 이때 상사가 먼저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든가, 춤을 추는 등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좋아지게 마련이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20~30대 여성들이 보내는 골드미스 송년회, 40~50대 남성들의 고교 동창회를 케이스로 송년회 준비 방법을 소개한다.

1) 20~30대 여성

20~30대 여성 8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예산은 약 30만원. 사실 이 예산으로 송년회를 계획하기에 애매하다. 삼청동이나 청담동 일대 갤러리 투어 후 와인바에서 담소를 나눈다든가, 영화 감상 후 파스타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송년회 계획.

1박 2일의 송년회를 계획한다면 레지던스(residence: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합쳐진 개념)나 부티크 모텔(대형 PDP와 PC, 게임기 등을 갖춘 멀티플렉스 형 모텔)을 빌려 ‘파자마 파티’를 열 수도 있다. 신촌과 영등포, 강남 일대 밀집한 레지던스와 부티크 모텔은 1박에 약 10만원에서 20만원 선. 잠옷과 같은 편안한 옷을 입고 샴페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거나 수다를 떠는 편안한 파티다.

2) 40~50대 남성 동문회

중년 남성의 송년회는 흔히 ‘먹고 죽는’ 음주가무형 송년회가 즐비했다. 고교, 대학 동문회라면 ‘추억’을 키워드로 건전한 행사를 준비해 보자.

20~30년 전 흑백 졸업장에서 시작해 젊은 시절 동문회 사진과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나란히 펼쳐놓아 송년회 장소를 갤러리 공간으로 꾸며도 좋고, UCC 영상을 만들어 행사나 식사 도중 상영할 수도 있다. 은사를 초청해 함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

40~50대 남성들의 송년회는 흔히 배우자를 동반한 가족 송년회 형식이 많은데, 이때 아이들의 사진을 두고 ‘누구 자녀인가?’를 맞추는 ‘게놈 프로젝트’ 게임을 한다든가, 학창시절 추억을 질문으로 만들어 ‘도전 골든벨’을 진행해도 반응이 좋다.

■ 사장님 '젊은그대' 부르세요


송년회를 준비하며 생기는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노래’다. 이때 삼성경제연구소가 SERI CEO 직원 50여 명과 대중문화 담당기자를 대상으로 ‘2008 송년회 분위기를 휘어잡을 필살가(歌)’를 선정해 발표해 눈길을 끈다. 아쉬운 점은 선정 기준이 ‘CEO들이 부르기 좋은 노래’라는 것.

그러나 선정된 곡들은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CEO가 아니라도 참조해 보자. 연구서는 남, 여로 나눠 분위기 띄우는 곡 각 20곡과 와일드 카드로 부르는 곡 10곡, 잔잔한 마무리 곡 10곡을 선정, 발표했다.

남자 CEO들이 분위기를 띄울 때 가장 좋은 노래의 1위는 ‘젊은 그대’다. 노래가 흥겹고 분위기를 띄우기 좋은데다 젊은 직원들이 따라 부르기 좋아 선정됐다. 2위는 ‘그대로 그렇게’, 3위는 ‘꿈의 대화’다.

여자 CEO가 분위기를 띄울 때 가장 좋은 곡 1·2위는 심수봉 씨의 ‘젊은 태양’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선정됐다. 부문별 추천 곡은 다음과 같다.

▲분위기 띄우는 곡(남)=1위 젊은 그대(김수철) 2위 그대로 그렇게(피버스) 3위 꿈의 대화(이범용, 한영훈) 4위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 5위 나 어떻게(샌드페블즈) 6위 내가(김학래) 7위 여행을 떠나요(조용필) 8위 황홀한 고백(윤수일) 9위 바람바람바람(김범용) 10위 널 그리며(박남정)

▲분위기 띄우는 곡(여)=1위 젊은 태양(심수봉) 2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3위 남행열차(김수희) 4위 첫차(서울시스터즈) 5위 서울탱고(방실이) 6위 영원한 친구(나미) 7위 하늘땅 별땅(비비) 8위 분홍립스틱(이애리자) 9위 낭랑18세(백난아) 10위 밤이면 밤마다(인순이)

▲와일드카드(남)=1위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 2위 꿈(이현우) 3위 난 알아요(서태지와 아이들) 4위 흐린기억속의 그대(현진영) 5위 흥보가 기가막혀(육각수) 6위 잘못된 만남(김건모) 7위 낙원(싸이) 8위 챔피언(싸이) 9위 빙고(거북이) 10위 맨발의 청춘(벅)

▲와일드카드(여)=1위 날개잃은 천사(룰라) 2위 버스안에서(자자) 3위 몰라(엄정화) 4위 순정(코요테) 5위 진달래꽃(마야) 6위 마리아(김아중) 7위 텐미닛(이효리) 8위 텔 미(원더걸스) 9위 원 모어 타임(쥬얼리) 10위 노바디(원더걸스)

▲잔잔한 마무리곡(남) = 1위 사랑(나훈아) 2위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3위 뜨거운 안녕(쟈니 리) 4위 향수(이동원) 5위 사랑해도 될까요(유리상자) 6위 사랑했나봐(윤도현) 7위 하나의 사랑(박상민) 8위 내 사랑 내곁에(김현식) 9위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이승철) 10위 보고싶다(김범수)

▲잔잔한 마무리 곡(여)=1위 그리움만 쌓이네(여진) 2위 당신은 모르실거야(혜은이) 3위 언젠가는(이상은) 4위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장혜리) 5위 사랑밖엔 난 몰라(심수봉) 6위 난 널 사랑해(신효범) 7위 행복한 나를(에코) 8위 나 항상 그대를(이선희) 9위 거위의 꿈(인순이) 10위 만약에(태연)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