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음악회' 새로운 시도 기업 인지도·이미지 쑥쑥

“저희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여러분들 앞에 이렇게 서서 연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누가 주었을까요? 바로 기업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LG화학 덕분입니다.”

지난 가을 지휘자 금난새씨는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음악회가 끝난 후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공연의 타이틀은 ‘LG화학, Z:IN 벽지와 함께하는 청계천 음악회’.

오케스트라가 최근 기업 마케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테마로 하는 아트 예술 마케팅이 등장하거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공연 장면을 광고 화면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LG그룹과 LG에서 분리된 LIG손해보험 등의 기업이 이미 오케스트라 주제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또 현대자동차 그룹도 지난 10월 그랜저 베라크루즈 고객들을 상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초청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LG화학(대표 김반석)이 지난 가을 개최한 청계천 음악회는 최근 업계에서 일고 있는 오케스트라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날 음악회 타이틀의 첫 제목인 ‘Z:IN wallcovering(지인 월커버링)’은 LG화학의 프리미엄 인테리어 브랜드. 하지만 음악회는 LG화학의 인테리어 주력 제품인 벽지 브랜드가 ‘보는 제품’임에도 음악회라는 ‘듣는 미디어’를 통한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때문에 음악회의 소제목에는 ‘공감(共感)’이란 단어가 들어 가 있다. 미디어아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져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공감각적인 아트 심포니(Art Symphony)라는 의미. 또한 ‘Z:IN 벽지’의 아름다움을 ‘자연, 예술, 공감’이라는 세가지 테마에 맞춰 표현하는 ‘보고 듣는 음악회’로 꾸며졌다는 취지를 대변한다.

이를 위해 음악회는 국내 유명 지휘자 금난새와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올리버 그림(Oliver Griem) 등 두 거장이 호흡을 맞췄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뒤편에 세워진 대형 스크린에는 ‘Z:IN 벽지’의 다양한 패턴들이 화려한 영상으로 표현됐다.

이날 아트 심포니에 활용된 Z:IN 벽지 제품은 갤러리, 네이쳐, 도예일품 등 총 110여가지. 아트 심포니의 영상을 맡은 올리버 그림은 “Z:IN 벽지의 패턴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라며 “생활 속의 인테리어 자재가 미디어 아트 및 음악과 만나 예술로 재탄생 하면서 예술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힌 의미 있는 작업이 됐다”고 작업 소감을 털어 놨다.

하지만 그 동안 다양한 예술 문화 마케팅을 벌여 온 LG화학 입장에서도 이번 음악회는 ‘한편으로 대범하면서도 도전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쉽게 말해 비쥬얼 이미지의 기업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데 오디오(소리)적인 매체(음악회)를 활용했다는 파격성 때문이다. 실제 이전에는 LG화학의 아트 마케팅 대부분이 패션쇼 보디페인팅 등 시각적인 표현으로 진행돼 왔다.

이에 대해 LG화학 하우징솔루션 사업부 이승우 상무는 “Z:IN 벽지가 갖는 차별적인 고급성,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미디어 아트를 접목시키고 오케스트라의 음악까지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가 상승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한다. 결국 벽지를 보기만 하는 예술, 혹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듣기만 하는 음악을 넘어서서 이들 요소 모두가 결합된 아트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형식의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날 음악회를 지켜 본 3,000 여명의 관람객들은 물론 LG화학의 고객들까지 반응도 무척 호의적이다. 한 마디로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도 보는 진귀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었다는 감흥 덕분. 기업 입장에서야 무척 모험적인 도전이지만 결과적으로 신선하면서도 창의적인 접근이라는 평가가 따르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날 행사를 실무적으로 기획한 LG화학 강태윤 벽지사업부문장은 “미술, 아트와 시도되는 음악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그간 고객들로부터 받아왔다”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음악회로서 귀와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하는, 2가지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예술적 접근을 꾀한 LG화학이 거두는 마케팅 효과도 벌써 입증되고 있다. 인지도와 제품 이미지 등의 시장조사에서 급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소비자들이 이름을 들으면 생각나는 T.O.M(최초 상기도) 조사에서 Z:IN 브랜드는 이전 12%에서 18%로 무려 50% 이상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트 마케팅 활동은 또 벽지 뿐만 아니라 지인 브랜드 전체에 고급이미지를 더해주고 있다. TNS 가 29~40세 주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자 48%가 인테리어 브래드 중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로 '지인'을 꼽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 또한 쾌속 상승중이다. Z:IN브랜드 벽지가 시장 수위 상품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 지인 벽지의 마켓 셰어가 전년 22.2% 에서 33.3%로 증대, 프리미엄 제품군 매출 비중은 약 10% 늘어났을 정도. 원래 어느 제품이건 1등 브랜드는 고급제품 보다는 대중적인 제품이 차지하기 마련인데 벽지 시장에서는 예외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특이한 사례로 지적된다.

이는 LG화학의 경쟁사로 아트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KCC나 한화LNC 등의 행보와도 대조된다. 아트 마케팅을 앞세운 LG화학의 시장 장악력이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제품들이 기능에서 보고 느끼는 감성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현 시장의 흐름을 가장 먼저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반증.

“일반 소비자가 가장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 무엇인가를 조사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케스트라 공연이었죠. Z:IN의 오케스트라 음악회는 그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LG화학 이승우 상무는 “인간 존중을 중시하는 LG의 기업 이념이 창의적인 기업 문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예술적 감성을 통해 고객에게 프라이드와 가치를 전달해 주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