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자동태엽장치 등 최초 개발… 완벽을 향한 끝없는 도전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11. 로얄살루트-술 12. 프라다-나일론 가방 13. 까르띠에-보석 14. 아르마니- 패션 15. 롤렉스 - 시계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발음하기 쉬워 잘 기억되는 것 말고도 천만 원 단위를 호가하는 높은 가격으로 머릿속에 각인됐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높은 가격만큼이나 강한 소유의 욕망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롤렉스의 역사에 있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최초’다. 1905년 독일 바바리아 출신의 사업가 한스 윌스도르프(Hans Wilsdorf)에 의해 시작돼 1908년 ‘롤렉스’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시계는 ‘팔찌와 같은 손목시계는 여성적이며 손목에 차는 작은 시계가 정확할 수 없다’는 당시 남성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면서 새로운 손목시계의 역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윌스도르프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부분은 정확도. 이는 ‘오직 기술로만 승부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이자 롤렉스가 나아갈 목표이기도 했다.

롤렉스의 기술력은 1910년 스위스 손목시계 역사상 최초로 공식적인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14년에는 당시 항해용 대형 시계에만 인증을 수여하던 영국 KEW 천문대로부터 손목시계 최초로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으면서 ‘정확한’ 손목시계로 자리 잡았다.

현재 대부분의 시계가 지닌 방수기능과 자동태엽장치는 롤렉스가 최초로 선보인 기술이다. 세계 최초 방수 시계는 1926년 롤렉스가 탄생시킨 ‘오이스터(Oyster)’.

정확성뿐 아니라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작된 연구가 방수, 방진, 밀폐 시계를 탄생시켰다. ‘oyster(굴)’이라는 이름은 한번 껍질을 닫으면 물이 들어가지 않는 굴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속을 통째로 깎아 케이스를 만들어 이음새가 없는 이 시계는 태엽을 감고 시간을 조정하는 용두를 잠수함의 해치처럼 나사형태로 만들어 2중으로 잠그도록 고안됐다.

이 부분이 바로 물과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아주는 것으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1927년에는 메르세데스 글릿즈라는 여성이 영불의 해협을 헤엄쳐 횡단했는데 그 때 그녀의 손목에 방수시계인 오이스터가 있었다.

해협을 건너는 15시간 15분이라는 시간동안 롤렉스 시계는 정확히 작동했고 그 후 방수 시계로서의 우수한 성능이 또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 오이스터는 1953년 힐러리 경과 존 헌트 경이 인솔한 등반대와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에서 성공해 심한 충격이나 온도의 변화에도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시계를 영구적으로 작동시키는 자동태엽장치는 1931년 롤렉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퍼페츄얼(Perpetual)’에 의한 것이다. 손목의 움직임만으로 태엽이 감기는 영구 회전자는 모든 현대 자동 시계의 자동태엽메커니즘의 원조가 됐다.

이 밖에도 롤렉스는 100여 년의 시간동안 수많은 특허를 획득했는데 그중 데이트저스트(Datejust)와 데이-데이트(Day-Date) 기능은 자동으로 날짜와 요일을 표시해 바쁜 현대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6- 데일리 신문을 장식한 오이스터 기사. 1927년 메르세데스 글릿즈가 영불 해협을 건너 15시간 15분 동안 정확하게 작동했다.
7- 롤렉스 시계는 공식적인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 A등급으로 인정받았다.
8- 트리에스터 잠수정 외부에 장착된 롤렉스 시계는 10,916m 바다 속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했다.
9- 탈알 아카쉐흐(요르단)는 고대 페트라의 역사와 유적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로 2008 롤렉스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10 -원격조정 헬리콥터를 이용한 화산 폭발 예측 프로젝트로 2008 롤렉스 어워드를 수상한 앤드류 맥고니글(영국).
11- 2008년 롤렉스 어워드 수상자 팀 바우어(미국)는 아시아에서 삼륜 오토바이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프로젝트로 수상을 했다.

롤렉스의 정확성에 대한 연구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 시계를 개발해내기도 했다.

1960년 특수 제작된 오이스터 ‘딥씨 스페셜(Deepsea Special)’은 자크 피카드(Jacques Piccard)의 심해잠수정인 트리에스터(Trieste) 외부에 장착되어 가장 깊은 해구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의 10,916m 바다 속을 탐험, 1㎠당 1톤 이상의 수압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그 후 롤렉스는 가장 높은 산과 가장 깊은 바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완벽한 시계’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오이스터 프로페셔널 컬렉션은 카레이서, 수중 다이버, 요트 선수, 파일럿, 탐험가를 위한 ‘코스모그래프 데이토’, ‘서브마리너’, ‘요트마스터’, ‘GMT-마스터’, ‘익스플로어’ 등 전문적인 기능을 지닌 시계들로 구성된다. 통신, 항공우주, 의학 등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한 ‘밀가우스(Milgauss)’는 1,000가우스 이상의 자기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롤렉스에는 정확성을 바탕으로 미적 가치를 극대화한 제품도 있다. 롤렉스의 첼리니 컬렉션이 바로 그것. 플래티넘이나 18캐럿 옐로우 골드와 화이트 골드 소재로만 제작되는 이 컬렉션은 롤렉스 중에서도 고급으로 평가되는 전통적인 드레스 워치다.

1960~70년대 쿼츠 기술을 이용한 일본제 전자시계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롤렉스는 난관에 봉착했지만 기계시계제작을 포기하지 않은 롤렉스는 완벽성과 정확성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갔고 ‘타협하지 않는 최고급 시계’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완벽을 위한 노력과 시도를 통해 세계 최초의 기술을 선보인 롤렉스의 정신에는 ‘모험’과 ‘도전’이 빠질 수 없다.

새로운 시계 제작 기술이 인류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한 것처럼 각 분야에 있어 여러 가지 도전은 우리의 역사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롤렉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롤렉스 어워드(Rolex Award)를 통해 진취적인 모험정신을 지닌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다른 후원 프로그램과는 달리 ‘모험정신’을 평가기준으로 삼아 과학 및 의학, 기술 및 혁신, 탐험과 발견, 환경, 문화유산에 대한 수상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오이스터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1976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존중받는 과학 및 환경지원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수상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 상은 소외된 분야에 대한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롤렉스는 지난 해 비즈니스위크지를 통해 시계부문 글로벌 톱 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롤렉스의 이름이 빛나는 것은 과거부터 추구해온 ‘완벽성’ 때문이다. 어떠한 환경에도 변하지 않는 정확한 시계바늘은 미래에도 최고의 자리를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