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할인·편안한 공간 국내 브랜드 약진, 고가정책 고수 외국 브랜드 주춤

경희대생 김경화(20.여) 씨는 <스타벅스>나 <커피빈>에는 잘 가지 않는다.

그는 대신 학교 앞에 있는 국산 상표 커피하우스를 즐겨 찾는다. 외국 상표 커피하우스에서 파는 커피 가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맛도 별차이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앞 <세븐 몽키즈>에서 만난 김 씨는 “국내 브랜드 커피점이 가격대비 만족도는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대생 이성렬(24)씨는 학교 앞 <이디야> 커피전문점을 주로 찾는다. 이 씨는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없는 메뉴를 자주 먹는편”이라며 “어떤 상표의 매장인지는 굳이 따지지 않고 커피를 사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이 양분하고 있던 국내 커피하우스 시장에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를 비롯한 국내 상표와 원두커피를 직접 구워 판매하는 커피하우스가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경기불황의 여파까지 겹쳐 커피하우스 시장의 판도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각각 ‘별다방’, ‘콩다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커피하우스 시장을 독과점해왔다.

■ 춤추는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롯데리아가 운영하던 <자바커피>가 지난 2006년 <엔제리너스커피>로 상표를 바꾸고 메뉴와 공간을 혁신한 이후 매출은 53%, 점포수는 150% 폭증했다.

국산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의 2008년 매출액은 2007년보다 48.1% 증가한 671억원에 이르렀으며, 매장 수는 183개로 전년대비 38.6% 증가했다.

국내 저가형 커피전문점 <이디야>의 올해 예상매출은 작년보다 40%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디야>는 올해까지 187개로 점포수를 대폭 확대했다.

송인용(30) <할리스커피> 고대지점장은 “올해 경기불황이후 주춤한 상태지만 전보다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고구마라떼 등 우리 매장에만 있는 메뉴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 주춤하는 '별다방', '콩다방'

국내 상표 커피의 약진 속에 국내시장을 양분했던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숨을 죽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진출한지 10년째인 <스타벅스>의 시장점유율은 50%대에서 33%선으로 줄어들었다. <스타벅스>는 2005년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매년 30개 이상의 점포를 늘리고 있지만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에 시장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히려 가격을 인상한 <커피빈>은 토종 상표의 등장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커피빈은 12월부터 가격을 200원에서 700원까지 인상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커피하우스 2인자로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21%정도로 보고 있는 <커피빈>은 원자재가격 상승을 이유로 12월 6~17%선에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로 돌리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커피빈> 관계자는 “매달 평균 두자릿 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여왔던 매출액 증가율이 가격인상 이후 한자릿 수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 국산 커피하우스 왜 뜨나

소비자들이 국산 커피하우스로 발길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디야> 고대점에서 만난 박성태(24)씨는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는 학생 처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싼 국산브랜드 매장을 자주 찾는 편”이라며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없는 메뉴를 즐긴다”고 말했다.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 커피의 ‘맛’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는 외국에서 원두를 들여오긴 하지만, 대부분 국내의 공장에서 로스팅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높다”며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경우 로스팅 공장이 외국에 있어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할리스커피>는 고구마라떼를 비롯한 자체개발 메뉴를 판매하고 있으며 홍삼라떼까지 출시했었다. <투 썸 플레이스>를 비롯한 국내 상표 커피하우스는 파이와 케이크를 비롯한 커피 외의 메뉴가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공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경희대 앞 <세븐 몽키즈>를 자주 찾는다는 김형균(28) 씨는 “스타벅스는 금연이라 안간다”며 “비싼 돈 내고 북적거리는 공간에서 커피를 마실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경화(20.여) 씨는 “복잡한 스타벅스나 커피 빈보다는 조용한 국내 상표 커피점을 자주 찾는 편”이라며 “공강시간에 조용히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는 이런 곳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불황 여파, 가격정책의 차이도

고가전략을 고수하는 외산 커피 하우스에 비해 가격할인 혜택을 주는 국산 커피하우스의 가격전략 역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나 <엔제리너스>의 커피는 이동통신사 카드를 제시하면 20%내외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스타벅스>는 하나은행 스타벅스 카드를 제시하는 고객에게 좀더 큰 사이즈로 커피를 내줄 뿐 별다른 할인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다. <커피빈>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두차례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