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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달리는 '문화열차', 시민들은 '하하호호'
문화공간 거듭나… '지옥철' 악명은 이제 옛말
지하철 역사 곳곳 문화예술 향기로 가득
시민들과 어우러지는 공연, 전시 행사 이어지며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1- 지하철 예술무대
2- 젊은이들의 공연




발걸음을 분주하게 재촉하던 사람들이 힐끗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멈춰 선다.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외국에서 온 무명의 음악 밴드다. 밝으면서도 진지한 눈빛의 멤버들은 자기 나라 고유의 선율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며 흥겨운 몸짓을 보이기도 한다. 이국적인 음악과 분위기에 행인들도 함께 동화된다.

간혹 곳곳에 마련된 미술품 전시회가 걸음을 멈추게도 한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듯한 프로 작가의 작품을 만날 때도 있고, 장래 미술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을 접할 때도 있다. 주마간산 격으로 슬쩍 훑어보고 지나치더라도 예술의 향기가 옷깃에 적잖이 남는 듯하다.

널따란 벽면을 따라 가지런히 붙어 있는 벽보들에도 시선이 종종 간다. 각종 문화행사 개최를 알리는 벽보들이다. 그 중에는 선착순으로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을 무상 관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도 적지 않아 솔깃하다. 어쩌다 ‘볼일’이 급해 후닥닥 들른 화장실에서는 잠깐이지만 마음을 정화해주는 잠언들에 눈길이 머문다.

과연 이곳은 어딜까? 다름아니라 서울 시내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하는 중추적 대중교통망인 지하철 역사 안이다. 조금 느린 걸음과 너른 시야, 느긋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거닐어 보라.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진 풍경임을 쉽사리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서울 지하철은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적이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쏟아지는 엄청난 인파에 떠밀리고 파묻힌 이용객들은 제 몸 하나 가누기조차 어려운 공간 속에서 극도로 높아진 불쾌지수를 안으로 삭여야만 했다.

그런 서울 지하철이 최근 들어 사뭇 달라지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치이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문화의 향기’에서 비롯됐다.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가 펼치고 있는 각종 문화사업이 삭막하고 칙칙한 지하공간에 ‘사람 사는 냄새’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숫자는 거의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서울시민 전체가 하루 한번은 지하철을 탄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서울시민에게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일상적 삶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을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울메트로 홍보실 김정환 차장은 “서울시의 시정 방침이 ‘문화지향’에 맞춰져 있는 데다, 시민기업으로서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차원에서 문화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지하철을 모든 시민들이 즐겁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자체 공모를 통해 선발한 ‘지하철 예술인’ 60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에 마련된 예술무대를 통해 시민들에게 ‘찾아가는 공연’을 수시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사당역, 동대문운동장역, 을지로입구역, 종합운동장역 등에는 상설무대가 마련돼 있어 공연관람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공연 장르와 프로그램도 매우 다채롭다. 클래식, 가요, 국악 등 음악 연주와 한국무용, 현대무용, 비보이 댄스 등 무용 공연, 나아가 마임이나 퍼포먼스 등도 펼쳐 보인다.

해마다 공연 개최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고작 35회에 불과했으나 2004년 1,000회를 돌파하더니 2008년에는 무려 2,000회에 달하는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6회의 공연이 1~4호선 역사 곳곳에서 이뤄진 셈이다.

서울메트로는 두 곳의 공공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경복궁역의 서울메트로미술관과 혜화역의 혜화전시관이 그것이다. 이들 미술관은 관람료를 받지 않는 데다 접근성도 좋아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2007년 기준 서울메트로미술관은 75건, 혜화전시관은 42건의 전시를 각각 개최했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이형주(36) 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간혹 경복궁역 미술관을 찾는 편인데, 집과 회사를 오가는 지하철 구간에 있어 들르기도 편하고 전시 작품들도 나름대로 수준을 갖춘 것 같더라”고 전했다.

특히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11월 국내 지하철 운영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미술공모전인 ‘2008 서울메트로 전국미술대전’을 주최한 데 이어 입상 작품 전시회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행사는 향후 서울메트로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이자 신진 미술가들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곳곳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광화문역 갤러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미니 전시장으로 명성을 굳혔다. 또한 광화문역, 월드컵경기장역, 이수역, 노원역 등 4곳에 마련된 상설 공연장은 프로,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역세권 단체 등과 연계해 5~8호선 전체 148개 역사에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어울림의 문화마당’을 수시로 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백미는 매년 가을에 개최하는 ‘가을문화축제’다. 가을문화축제는 지하철 역사를 축제의 장(場)으로 개방해 지역주민과 하나가 되어 만들어가는 한마당 큰 잔치다. 지난해 10월에도 열흘간 5~8호선 119개 역에서 전시회, 공연, 음악회 등 총 302가지의 크고 작은 행사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과 지하철 이용객들을 찾아갔다.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실 정선인 팀장은 “공사는 지하철 고객 안전 및 서비스와 더불어 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문화 지하철’의 이미지를 심고자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의 문화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고 성숙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메트로는 문화예술 유관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하철 문화활동을 보다 효율적,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사회공헌 차원의 ‘문화 나눔’ 사업도 활발하게 펼쳐 나간다는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시대에 걸맞게 문화공간으로 진화 중인 서울 지하철. ‘지옥철’이라는 과거의 어두웠던 터널을 뒤로 한 채 앞으로 질주해 나가는 ‘문화열차’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 서울메트로 '21세기형 지하철' 경적 울린다
2008년부터 '토털 문화·정보 공간화' 계획 추진 중


3- 낙도 어린이 기관사 체험
4- 댄스페스티벌
5- 서울메트로 운행거리 5억km 돌파 기념공연
6- 메트로팝스 공연


서울메트로가 2008년부터 추진 중인 이른바 ‘토털 문화ㆍ정보 공간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이 계획은 하루 수백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일상생활 공간이자 수도 서울의 동맥인 지하철을 ‘문화, 정보(IT), 디자인’이라는 3가지 콘셉트로 가다듬은 ‘21세기형 지하철’로 만들어간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1세기형 지하철 승객들은 깔끔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만날 수 있으며,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역사에 마련된 도우미 로봇 ‘메트로봇’으로부터 역세권 정보나 생활정보 등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서울메트로는 서울시 민선 4기 시정의 핵심 화두인 ‘문화’에 부응해 지하철 역사의 ‘복합문화공간’화를 추진하고 있다. 역사 공간에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공연과 전시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시민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문화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우선 기존의 상설 예술무대 숫자를 늘리는 동시에 조명이나 디자인 등 시설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또 역사 내 유휴공간에 복합문화센터를 만들어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메트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대목은 시민과의 교감이다. 역세권에서 열리는 대학축제나 공연을 역사 안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역사 안에서만 펼쳐지던 공연을 역사 밖의 주변공원 등에서도 개최하려는 구상은 그런 쌍방향 문화소통 사업의 일환이다.

2008년 3월부터 추진한 ‘시(詩)가 흐르는 지하철 공간 만들기’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스크린도어 출입문 등에 아름다운 시구를 게시해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하철 예술무대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예술무대 공연자를 대상으로 예술인 자격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우수한 공연자를 선발하기 위한 지하철 예술인 경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교통과 문화는 도시인들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앞으로 지하철을 21세기에 걸맞은 토털 문화ㆍ정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시민 고객들이 감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메트로 '클릭'하면 티켓이 공짜

서울메트로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각종 문화행사의 무료 관람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수시로 펼치고 있다. 화제의 공연이나 전시회, 영화를 공짜로 즐기고 싶다면 서울메트로 홈페이지(www.seoulmetro.co.kr)에 접속하면 된다. 물론 전산 추첨을 통해 당첨된 시민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

지난 11월에는 연말 최고의 뮤지컬로 꼽힌 <지붕 위의 바이올린> 무료 관람회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해 뮤지컬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화제의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와 서양미술거장전, 퐁피두센터특별전 등 보기 힘든 미술전시회의 무료 관람권 추첨을 했다. 가장 최근(1월1일~7일)에는 지난해 독립영화계의 최고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무료시사회 추첨을 진행했다.

호주머니가 가볍거나 공짜의 쏠쏠함을 원하는 문화예술 애호가라면 가끔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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