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평균 270일 문화행사 진행, 웬만한 장르는 모두 다뤄

현대백화점은 6개 점포에서 200~300평의 문화이벤트홀을 운영하고 있다.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업계에서 이렇게 넓은 공간을 비영업 용도로 할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각 이벤트홀의 넓이를 평균 250평으로 잡으면 한 점포당 약 7억 원의 매출을 포기하는 셈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6개 점포 이벤트홀을 모두 합치면 매년 총 42억 원의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매출액 손실을 아까워하기보다는 ‘생활문화의 제안자’라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서 보람을 얻고 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이 순수 문화행사만을 위한 이벤트홀을 처음 설치한 것은 2000년이다. 천호점을 시작으로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천호점, 미아점, 목동점, 중동점에 잇달아 이벤트홀을 열었다.

이벤트홀은 그야말로 다용도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전시회, 뮤지컬, 영화 시사회, 콘서트, 패션쇼, 생활강좌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최신 음향 및 조명시설과 500~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 등을 갖춰 웬만한 행사는 다 치를 수 있다.

휴점일과 명절 연휴 등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문화행사가 열린다는 점도 반가운 대목이다. 각 이벤트홀은 연 평균 270일 가량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행사 일자가 300일 정도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 어느 때든 현대백화점만 찾아도 문화적 갈증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벤트홀에서 문화행사를 접한 백화점 회원수는 무려 100만 명에 달했다. 올해는 그 숫자가 더욱 늘어 약 1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화센터 회원 24만 명까지 포함하면 약 130만 명이 현대백화점이 펼치는 각종 문화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백화점은 매월 초 백화점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홀 주요 일정을 안내하고 사전예약 접수를 받는다. 이용 금액은 대부분 1,000원이고 강좌의 경우에는 재료비가 추가된다. 원래 무료로 제공했으나, 예약 부도율을 낮추기 위해 접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돈은 복지기금으로 적립된다.

올해부터는 일반 고객에게도 문화이벤트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리 행사 안내 전단지를 배포해 모든 공연의 전체 관람 인원 중 20%를 일반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정지영 영업전략실 마케팅팀장은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의 요소로 문화 콘텐츠 제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단순히 손님을 모으기 위한 집객용 행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문화공연의 질과 관람시설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불황 한파 덕분(?)에 현대백화점 이벤트홀은 더욱 성황을 이룰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각종 문화행사의 회당 관람객은 2007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특히 콘서트는 주부에서부터 젊은 여성들까지 사전 접수가 몰려 600명 정원을 불과 이틀 만에 채우고 있다.

경제침체로 지갑은 얇아졌지만 문화향유 욕구를 억누를 수 없다면 종종 현대백화점 이벤트홀을 찾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