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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문화마케팅-글로벌 기업] LG전자, 순수예술 접목한 '아트 마케팅'
디자인 경영철학 반영한 신개념 제품 '아트 디오스' 예술품 반열
현지 문화 적극 수용하는 열린 마케팅으로 글로벌 가전시장 제패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아트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LG 김치냉장고


LG전자가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데는 ‘디자인 경영’의 힘이 컸다. 2006년 디자인 중심의 제품개발 원칙을 천명한 이후 LG전자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예술성’에서 나타났다.

디자인 경영철학은 ‘아트 디오스(Art Dios)’라는 이름의 완전히 새로운 제품 개념을 탄생시켰다. 아트 디오스는 순수예술을 가전 디자인에 접목한 제품군. 가장 큰 매력은 마치 예술품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 인테리어 기능을 가진다는 점이다. 여러 개를 조화롭게 비치해 놓으면 주거공간 자체를 마치 ‘아트 갤러리’처럼 꾸밀 수도 있다.

아트 디오스 시리즈의 첫 번째 제품은 아트 디오스 모던 플라워. ‘꽃의 화가’로 불리는 하상림의 작품을 제품 전면에 적용한 냉장고다. 하 작가의 꽃을 은은하게 담아낸 모던 플라워는 원작의 특징인 순수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디오스 냉장고의 고급스러움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아트 디오스는 트롬 세탁기, 휘센 에어컨에까지 확대 적용됐다.

아트 디오스 냉장고는 출시 초기이지만 바람몰이가 심상찮다. 지난해 LG전자 양문형 냉장고의 국내 판매량 가운데 70%를 차지했으며, 유럽, 독립국가연합(CIS), 중동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냉장고로 먹혀 들고 있다.

LG전자는 향후 아트 디오스 디자인에 다른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단계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과의 파트너십도 공고히 다져 나가고 있다. 특히 제품과 작품을 연계 판매하는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3월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H갤러리’에서 개최한 ‘휘센이 만난 6인의 아티스트 전’에서는 휘센 신제품에 적용된 예술가 6인의 작품과 에어컨 신제품을 함께 전시하고 판매했다. 갤러리 안에서 예술작품과 에어컨에 대한 상담 및 구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한 것.

휘센 신제품에 자신의 작품이 반영된 6인의 작가는 이상민(유리조각가), 김지아나(조형예술가), 하상림(서양화가), 함연주(조형예술가), 수지 크라머(색채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 등이다. LG전자는 6인 중 한 명인 김지아나 작가를 초청, 직접 작품에 대한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가전제품 디자인에 순수예술을 접목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예술계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예술과 디지털 가전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또 다른 형태의 예술작품”, “일반인들이 순수예술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 등의 견해가 많다.

LG전자가 아트 디오스를 야심차게 선보인 것은 치밀한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다. 특히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대형 가전의 경우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기 때문에 싫증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것. 이런 결과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패션제품’이 아니라 10년을 봐도 변함없는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예술작품’을 개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1- 메종오브제 행사에 전시된 디오스 샤인 냉장고
2- 휘센 합창페스티벌


현지인들의 문화를 적극 포착하는 LG전자만의 지역특화 마케팅도 해외시장에서 돋보이고 있다. 진출국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 등을 디자인에 십분 반영한 제품을 내세워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소형 아파트 형태의 주거환경이 일반적이다. 비좁은 주거공간에 덩치가 큰 가전제품은 아주 비효율적이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이를 감안해 위 칸에 냉장실, 아래 칸에 냉동실을 배치한 키 크고 늘씬한 ‘콤비 냉장고’로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의 종교 문화를 반영해 일명 ‘사바스(Sabbathㆍ안식일)’ 기능을 가진 냉장고를 판매하고 있다. 사바스 기능은 냉장고가 마치 꺼져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가동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에 소비전력을 최소화하는 장점을 지녔다.

이른바 ‘중동형 광파오븐’도 현지문화에 대한 세심한 통찰력과 배려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이 오븐은 케밥이나 통닭구이 등 중동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메뉴에 적합한 자동 멀티 회전식 조리기기를 장착했으며 스팀 기능도 갖고 있다.

LG전자는 중동지역의 인기 음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음식을 오븐으로는 어떻게 조리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문제를 고찰한 끝에 현지문화 친화형 오븐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중동형 광파오븐은 2003년 첫 출시 이후 판매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깨어나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그곳 실정을 충분히 감안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메뉴 화면을 현지 부족어로 표시하는 TV를 나이지리아에서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나이지리아는 이보, 요르바, 하우사 등 3대 부족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되는데, LG전자는 교육수준이 높지 않은 소비자들을 배려해 현지어 지원 기능을 갖춘 TV를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현지인들을 먼저 이해하는 문화마케팅 활동의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어컨, 냉장고, 홈씨어터, PDP-TV, LCD-TV 등 주요 가전제품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으며 절대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2010년 글로벌 톱3 목표 달성을 위한 6대 전략 방향 중 하나로 ‘기술혁신과 디자인 차별화’를 중요하게 꼽으며, 그 기반은 바로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 통찰력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예리한 눈, 아니면 재빠른 계산일까. 오늘날에는 바로 마음과 마음을 잇는 ‘문화적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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