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프 케이스가 빅 클러치로 USB펜던트 등 톡톡튀는 제품 눈길 끄네

기능이 많은 것은 예로부터 의심스러웠다. 무얼 가리려고 이렇게 많은 기능을 달아 놓았을까 싶은 것이다.

유구한 전통을 가진 패션 하우스에서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는지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고로 기능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십 년을 들어도 변하지 않는 소재와 백 년이 지나도 인정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점잖기만 했던 중년의 신사도 가끔은 장난을 치듯이, 그리고 그것이 더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듯이 럭셔리 브랜드도 그렇게 가끔씩 일탈을 시도한다.

여기 한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력적인 일탈을 모아 봤다. 기능을 가미한 이런 제품들이 유독 남성 브랜드에서 많이 보여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상을 다 아는 척 폼 재다가도 불이 켜지는 가방 하나에 일곱 살짜리 아들과 함께 열광하는 것이 남자들이니까.

■ 반짝반짝 램프가 가방 안으로 - TODS

“이것 봐, 가방 안에 불도 켜져”

친구의 자랑에 ‘아직도 그런 걸 가지고 노냐’며 눈살 찌푸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제 그가 어두컴컴한 계단에서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가방에서 램프를 꺼내 비춰준 장면을 못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당신이 가방 속에서 휴대 전화를 찾느라 손을 휘젓다가 A4용지의 날카로운 단면에 손가락을 베이는 동안 친구는 램프를 켜고 2초 만에 작은 클립도 찾아낼 수 있다.

토즈가 선보인 남성용 요트백에는 이렇게 든든한 기능을 해주는 램프 외에도 방수 기능이 있는 PVC 케이스가 들어 있어 끈적하거나 축축한 내용물을 가방에 담아 옮겨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몸체는 가죽으로, 손잡이는 캔버스 소재로 되어 있어 비즈니스 용으로도, 레저 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 펜던트 속 무한한 저장 공간 - Vivienne Westwood

검은색 가죽 재킷 안에 빈티지 스타일의 흰 셔츠를 입은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단한 가슴 근육과 어울리는 펜던트다. 비비안웨스트우드는 남자들을 위해 블랙과 실버가 어우러진 세련된 펜던트를 선보였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해골과 심장이 그려져 있고 크리스탈로 장식돼 브랜드 마니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하다. 물론 이 펜던트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뚜껑을 열면 USB가 나타나는 것. 1GB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정장을 주로 입어 목걸이가 필요 없는 당신이라면 키 링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던힐이 선보인 불독 머리가 달린 키 링 역시 USB 기능을 가지고 있다.

■ 토막잠이라도 우아하게 자고 싶어요 – PRADA

간단한 출장 길에도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또는 기내에서도 우아함을 잃고 싶지 않다면?

정답은 패션 브랜드에서 내놓은 여행 세트를 찾아 보는 것. 프라다가 선보인 안대는 세련된 블랙 컬러에다 가장자리에 심플한 레이스 장식을 달아, 비즈니스 수트를 입고 개구리 눈알이 그려진 안대를 하고 싶지 않은 커리어 우먼들에게 적합하다.

부드러운 실크 소재에 얇은 패딩이 들어가 착용감이 편안하다.

함께 구성된 세트에는 케이스가 함께 딸린 기내용 슬리퍼와 4가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어답터, 휴대용 식염수 통이 딸린 렌즈 케이스 등이 포함돼 있어, 품위 있는 여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물론 이 모든 상품들은 감각적으로 디자인 된 프라다의 케이스 안에 담겨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 브리프 케이스의 섹시한 변신 – COLOMBO

점심 먹은 후 갑자기 걸려온 친구의 소집 전화. 남자 친구의 친구들도 부를 거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거울 앞에 섰다. 입고 있는 투피스는 그런대로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지만 이 커다란 브리프 케이스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만일 그 가방이 콜롬보의 까르트 피에그라면 걱정 없다. 가방을 반으로 접어 버클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최근 유행하는 빅 클러치로 변신하니까. ‘악어 백’으로 유명한 콜롬보라고 해서 딱딱하게 모양이 잡힌 악어 가죽만 떠올리면 곤란하다.

기존의 제품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져 클러치 백으로 감쪽같이 변신이 가능하다. 휴대폰과 지갑만 살짝 넣어 여성스럽게 연출해 보자. 컬러는 블랙과 브라운, 두 가지가 있다.

■ 김 새지 않는 화려함 - Moët & Chandon

그녀와의 소중한 기념일에 준비한 샴페인. 샴페인이라고는 난생 처음 마셔보는 그녀라 할지라도 골드빛 케이스에 샴페인의 버블을 연상시키는 크리스털과 골드 비즈의 화려함에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샴페인의 김이 새버릴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양 가죽으로 만들어진 이 화려한 케이스에는 샴페인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기특한 기능까지 있으니까.

지퍼로 열고 닫게 되어 있어 비슷한 크기의 병이라면 재활용할 수도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카미유 투페와의 합작품으로, 100% 핸드 메이드로 제작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1,500세트, 한국에는 단 10세트만 들어와 있다.

■ 내 손목 위의 나침반 - Benson & Clegg

예로부터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소품을 두고 치는 디자이너의 장난은 반갑다. 벤슨앤클렉의 커프스 링크 콜렉션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한 쪽은 시계, 한 쪽은 나침반 기능을 가지고 있어 몇 시인지,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소맷부리만 쳐다 보면 된다. 양쪽이 모두 시계로 이루어진 커프스 링크는 듀얼 타임으로 활용할 수 있어 먼 곳에 가 있는 그녀가 언제쯤 점심을 먹었을지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안쪽에 주사위가 내장돼 있거나 룰렛을 즐길 수 있는 등 현재 벤슨앤클렉이 판매하는 커프스 링크의 종류만 762여종에 달한다. 국내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았지만 신사복 란스미어 매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화이트 셔츠나 블루 셔츠에 코디해 보자. 당신이 중년의 남성이라면 아직도 소년의 호기심이 가득 묻어나는 커프스 링크를 본 젊은 여자들의 관심과 모성애를 유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활용도 만점의 아이스 버켓 - ALBRIZZI

인테리어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본 이라면 새빨간 포인트 장식 하나가 얼마나 집 안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바꿔 놓는지 알 것이다. 아크릴로 만든 이 빨간 통은 침대 옆에 놓고 신문이나 그밖에 자질구레한 물건을 담아 놓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그러나 기능은 이것뿐이 아니다.

급하게 친구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찬장에서 와인을 꺼내고 이 통을 뒤집어 엎어 깨끗하게 씻고 얼음을 담는다. 통 내부의 빈 공간이 진공 상태로 되어 있어 아이스 버켓으로 쓸 수 있는 것. 천편일률적인 알루미늄 버켓만 보던 친구들은 당신의 센스에 감탄할 것이다. 야외 바비큐 파티에서도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알렉산드로 알브리지가 디자인한 이 활용도 높은 보관함은 모두 수공예 제품으로, 뉴욕의 모스와 파리의 콜레트 등 일부 디자인 스토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청담동에 위치한 편집숍 10꼬르소꼬모에서 만날 수 있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