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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다방·술집은 문학공간이자 사교장
[Special·작가들의 아지트]
광화문 '아리스 다방' 명동 '은성' 대표적… 80~90년대 인사동·안국동으로 둥지 옮겨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위-카페 '귀천'에서 만난 문단의 세 가인. 왼쪽에서부터 故중광스님, 故천상병, 이외수
아래-계간 '문학과 지성' 창간 직후동료 비평가들, 김현,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씨와 함께(왼쪽부터).
위-시인학교 정동용 교장 / 류효진 기자
아래-종로구 명륜동 학림다방의 개업 50주년을 기념해 공연. / 고영권 기자
2004년 ‘명동백작’이란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다. 김수영, 전혜린 등 1960년대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삶과 문학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EBS에서 조용히(?) 전파를 탄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문학 마니아 사이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명동에 밀집한 술집과 다방.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작가들은 문학과 사회,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술집과 다방은 일종의 문학 공간이자 작가들의 사교장이었던 셈이다. 그 많던 술집과 다방은 어디로 갔을까? 수십 년 전 낭만을 찾아 떠난다.

한국문학의 산실, 다방과 주점

소설가 이외수 씨가 청년 시절 춘천다방 DJ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방 DJ를 하며 밥을 벌었던 그는 글도 쓰고 잠도 잤던 자신의 구석진 테이블에 처음 본 여성이 앉자 ‘내 자리’라고 말하다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그 여성과 연애를 했다. 미스 강원출신의 이 여성은 지금의 부인 전영자 씨다.

이외수 씨뿐만 아니라 그 시절 작가들에게 다방과 술집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지인을 만나는 ‘업무 공간’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광화문에 있는 ‘아리스 다방’과 명동의 ‘은성’이었다.

아리스 다방은 김종삼 시인의 아지트. 출판사와 신문사 문학 담당 기자들은 김 시인에게 원고를 청탁하고 원고비를 주기 위해 그곳을 들렀다.

드라마 명동백작에도 자주 등장했던 ‘은성’은 연기자 최불암 씨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막걸리집. 이봉구와 전혜린, 박인환 등 문인들이 자주 들렀던 곳이다. ‘은성의 풍경화’로 불릴 만큼 이곳을 자주 들렀던 소설가 이봉구의 별명이 명동백작이었다.

명동이 금융 중심가로 번화하면서 80~90년대 문인들은 인사동과 안국동으로 아지트를 바꾼다.

인사동에 자리했던 ‘시인학교’는 시 동인 ‘두레’의 회원이었던 정태승 시인이 1983년 문을 열었는데, 87년 정동용 씨가 인수해 20여년 운영하다 지난해 문을 닫았다. 96년 경영난으로 첫 번째 문을 닫고 이듬해 다시 문을 열었다가 2004년 두 번째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시인들의 도움으로 2006년 문을 열었는데 지난해 세 번째 폐점한 것이다.

시인학교란 이름 때문에 이 주점의 사장은 곧잘 ‘교장’으로 불렸는데 신경림, 이행자, 강형철, 함민복, 박형준 시인과 현기영, 전성태, 조헌용 소설가 등이 시인학교의 단골손님이었다.

인사동 초입에 있던 ‘이화’는 소설가 김주영 씨와 요절한 시인 기형도 등이 자주 드나들었다.

인사동에 있는 카페‘귀천’역시 한국문학이 탄생한 명소다. 카페 이름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듯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해 자연스럽게 문인들의 아지트가 됐다. 특히 중광 스님, 천상병, 이외수 씨가 이곳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많은 시인들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그곳에는 김현이 있었다

문학평론가 고명철 씨는 지난 가을 술자리에서 “스무 살 제주에서 상경하자마자 곧장 반포치킨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학창시절부터 문학평론가를 꿈 꿨던 그는 어느 책에서 김현 평론가가 매일 저녁 퇴근 후 반포치킨에 들러 문청들의 글을 봐준다는 대목을 읽었던 것이다. 그는 수소문 끝에 찾아갔던 상황을 설명하며 반포치킨에 관한 추억을 오랜 시간에 걸쳐 말했다. 고명철 평론가뿐만 아니라 문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포치킨은 일종의 ‘성지’같은 곳이다.

비평문학의 거장, 김현은 생전 이집에 외상장부를 트고 월급날에 외상값을 갚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직 그의 미결 외상장부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들릴 만큼 그와 반포치킨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황지우 시인이 김현을 추모하며 쓴 시 ‘비로소 바다로 간 거북이’에 등장하는 맥주집이 바로 반포치킨이다.

이밖에 신사동의 ‘고선’역시 문학평론가 김현, 김치수, 오생근 씨를 비롯해 소설가 이청준, 김원일, 복거일, 시인 황동규, 김광규 등이 자주 들렀던 대표적인 아지트였다.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은 50여년의 역사를 지닌 카페다. 서울대 문리대가 동숭동에 있던 시절부터 학림다방은 문청들의 아지트였다. 1956년부터 명륜동을 지켜온 이 곳에 소설가 김승옥부터 이인성까지 서울대 문리대 출신의 작가들이 학림다방을 거쳤고 이청준, 김지하, 박태순 등 한국문학의 거장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벽을 꽉 채운 LP판이 운치를 더하는 이 곳은 지난 2006년 개점 50주년을 맞아 콘서트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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