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거리 예술] 과천한마당축제 임수택 예술감독한국거리예술센터 발족 공연 노하우 공유, 해외진출, 제도·법 정비 등 앞장

"우리나라에서는 거리예술을 다원예술의 하위 장르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유럽에서는 거리예술이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장르로 자리잡아 예술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거리예술센터가 창립됨에 따라 국내에서 활동하는 거리예술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과천한마당축제 임수택 예술감독은 오는 2월 2일부터 이틀 동안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한국거리예술센터를 발족한다. 우리나라의 거리예술은 2000년대 초반 과천마당극제가 과천한마당축제로 바뀌면서 조명 받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전통적인 방식의 거리연희나 마당극이 거리예술의 자리를 대신했다.

이 후로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국내 거리예술계는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인 무관심, 지원 정책의 부재 등과 같은 크고 작은 어려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거리예술센터 창립을 기점으로 국내 거리예술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센터에서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개최해 세계 거리예술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공연과 관련된 기술적인 노하우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밖에 거리예술 극단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작품 제작에도 협조할 계획입니다."

한국거리예술센터는 기존 거리극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에 주력해온 한국거리극연구소의 맥을 잇고 있다. 거리극연구소에서 마련한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거리극은 물론 시각예술, 무용, 음악 등 거리예술의 범주를 넓혀 장르간 소통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뒷전에 밀려있던 거리예술 지원정책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임수택 감독은 이와 관련해 "현재 국내에는 거리예술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제도들이 전무한 상태로 기껏해야 다원예술에 편입된 장르로서 거리예술을 보조하는 정도다"라며 "무엇보다 순수 거리예술만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센터가 앞장설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거리예술을 소개하는데 미흡한 시스템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 때문에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거리에서 공연하는 일이 아직까지 불법입니다. 그래서 거리 공연을 위해서는 사전에 관할 경찰서나 관공서의 허가를 받아야 하죠.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공연을 진행해도 공연 중 소음이나 교통혼잡, 통행방해 같은 문제들 때문에 제재나 규제가 가해지는 일이 많아요. 거리에서의 예술 활동은 점차 늘어나는데 반해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해결책은 거의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센터 창립을 발판 삼아 거리예술에 대한 지원 제도와 법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이를 통해 선진적인 거리 공연 문화를 정립하겠다는 것이 임 감독의 설명이다.

한편 거리예술인들을 위한 거리예술인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기 위해 센터는 거리예술계 네트워킹에도 초점을 맞췄다.

"거리예술가들을 비롯해 기획자와 평론가, 스테프들까지 거리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두루 조사해 데이터 베이스화 할 생각입니다. 스테프들 중에는 예술가에 버금가는 독보적인 기술을 겸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가이면서 기획자인 사람도 있고, 평론가나 극단들도 저마다 내세우는 특징들이 달라요. 불꽃 활용 기술을 가진 스테프, 플라잉 테크닉 보유자, 물을 사용하는 퍼포먼스의 대가 등과 같이 세세한 정보들을 수집해 자료로 만들어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거리예술인들 사이의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때 국내 활동은 물론 왕성한 해외 진출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어 임 감독은 거리예술의 역사를 설명하며 해외의 선진 거리예술문화에 비하면 국내 거리예술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말했다.

"거리예술의 역사가 전세계적으로 그리 긴 편이 아닙니다. 30~40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특히 프랑스가 독보적이죠. 전 세계 거리예술물의 70%가 프랑스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프랑스 정부의 지원 역시 굉장히 적극적이고요. 국내 현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국내 거리예술이 시작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만만치 않음을 토로했다.

"내부적인 어려움과 외부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외부적인 어려움은 실제 시장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거리예술은 거리를 무대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연료가 문제에요. 기준이 없는 거죠. 게다가 아직까지는 거리예술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도록 허락된 장소가 부족할 뿐더러 설령 장소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작품성을 갖춘 작품들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국내 거리예술문화는 의식적인 면이나 구조적인 면에서 취약한 부분이 많다. 결국 한국거리예술센터는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장소 물색에도 앞장서 두 문제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다.

"거리예술은 실내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거리에서는 남녀노소 아무런 제한 없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죠. 어떤 작품은 8,000명의 관객 앞에서 선보여진 적도 있어요. 일상적이고 평범한 거리라는 공간에서 누구나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거리예술의 장점이자 특징인 셈이죠."

누구든지 함께 나눌 수 있고 적극적으로 또 자유롭게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이 거리예술이 지닌 매력이라는 임수택 감독은 거리예술에서 문화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