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정신] 다이아몬드와 골드로 장식된 라이터와 펜 예술품의 경지

1-듀퐁의 2009 S/S 컬렉션
2-듀퐁의 창립자 시몽 티소 듀퐁(Simon Tissot Dupont)
3-다이아몬드 헤드로 장식된 듀퐁의 라이터
4-듀퐁의 가죽제품
5-엘라지베스 공주의 결혼식 선물로 듀퐁이 제작한 여행용 가방
6-엘리자베스 공주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누가 화려함을 여성의 전유물이라 했던가. 화려한 것에 열광하는 것은 여성만이 아니다. 남성들도 호화로운 것에 끌리기는 마찬가지다.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핑크 솔리드 골드로 장식된 듀퐁 라이터와 펜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듀퐁에 대한 남성들의 로망, 그것의 정도는 여성들이 '샤넬'을 생각하는 정도가 아닐까. 예술품의 경지에 이른 라이터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듀퐁은 남성 토탈 패션 브랜드로 남성의 스타일을 완성시킨다.

'듀퐁'하면 떠오르는 것은 라이터다. 휴대용 라이터 역사의 원조가 바로 듀퐁이기 때문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최초의 휴대용 라이터는 S.T. 듀퐁(Simon Tissot Dupont)의 아들인 루시앙(Lucian)과 앙드레(Andre) 듀퐁에 의해 1941년 발명됐다.

그 당시 이 휴대용 라이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듀퐁'이라는 이름도 함께 유명해졌다. '금연'을 새해의 목표로 세울 만큼 담배와 멀어지기 위한 몸부림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여전히 수많은 애연가들의 지지를 받는 듀퐁의 라이터는 모양의 정교함이 마치 보석과도 같아 비흡연자들의 관심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듀퐁은 1952년 윈저 공작을 위해 '윈저 라이터'를 만들었으며 이 해에는 최초의 휴대용 라이터였던 석유라이터를 개량해 가스라이터를 발명, 특허를 받기도 했다.

듀퐁의 라이터는 지금도 듀퐁의 라이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비롯해 수많은 펜을 확보하고 있다. 구리와 아연합금의 금속 본체는 2차원 형태에 깊이를 추가, 3차원의 모형을 창조하는 익스트루전(Extrusion), 납땜, 절단, 본체와 캡의 조립, 장식 단계를 거쳐 귀금속 세공과정에 들어가며 스트라이커 휠에는 라이터를 조립한 장인의 이니셜이 새겨진다.

무엇보다 그들을 매혹하는 것은 듀퐁 라이터에서만 들을 수 있는 '퐁'하는 소리다. 다른 라이터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 공명한 소리는 한때 소수의 사회 엘리트층 사이에서 그들만의 '코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허나 이 특별한 소리는 듣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부품들의 합성과 조립의 상태를 확인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장인들의 꼼꼼한 테스트 중 마지막 과정인 소리 확인 작업은 바로 완벽한 조립을 인정하는 단계인 셈이다.

듀퐁의 라이터가 '남성들의 보석'이라 불리는 이유로는 우선 모양을 들 수 있겠다. 최고의 귀금속 세공작업을 거친 제품들 중에는 실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제품도 있지만 보석 없이도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헤드장식은 듀퐁을 상징하는 문양 중 하나이다.

조각칼과 망치를 이용, 크리스탈과 귀금속을 수공으로 작업했던 듀퐁은 탄화 텅스텐과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컷팅 기술을 통해 다양한 모양과 정교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고정밀 각인기술인 기로쉐(Guilloche)를 이용해 완벽한 직선과 섬세한 곡선을 완성한다. 또한 금속에 옻을 덧칠하는 천연옻칠은 듀퐁의 전매특허 기술이다.

1-금속세공과 천연 라커의 기술이 결합한 듀퐁의 네오클래식 컬렉션(Neo-Classic Collection)
2-듀퐁의 가죽제품
3-플레이스 방돔(Place-Vendome) 컬렉션. 1702년 파리 시내 중심에 만들어진 광장을 기념하기 위해 런칭됐다. 나폴레옹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4-듀퐁의 커프스링크와 타이바


듀퐁과 천연옻칠 사이에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도금 대장인을 찾기 위해 신문에 낸 광고에서 도금 대장인을 뜻하는 프랑스어 'Plaqueur'가 'laqueur'로 잘못 표기, 결국 laqueur의 의미인 천연옻칠 대장인을 찾게 된 것이 그것이다. 실수에서부터 비롯된 운명과 같은 만남이 듀퐁을 더 큰 성공으로 이끈 셈이다.

남아시아 나무에서 껍질을 얇게 깎아내 받아내는 전통적인 태핑(Tapping)방식을 통해 수액을 추출하고, 필터링을 거치게 되는데, 미네랄 색소 등의 첨가물과 더해져 또 한 번의 필터링을 마치고 나서야 제품 표면에 칠해지게 된다.

수공 폴리싱 작업을 통해 보통 10겹까지 입혀지는 제품에는 옻나무의 잎 모양이 새겨지며 이를 통해 천연옻의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듀퐁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2년 시몽 티소 듀퐁에 의해 프랑스에서 시작된 듀퐁은 원래 가죽제품을 생산했다.

주로 지갑과 마로캥(maroquin)이라 불리우던 살구색 염소가죽으로 만든 제품을 생산했는데 이름의 이니셜을 새긴 고위 공무원들을 위한 지갑과 외교관과 법률가, 비즈니스맨 등을 위한 서류가방은 고객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면서 파리의 상류층 사회의 각광을 받았다.

1947년에는 프랑스 대통령이 차기 여왕 엘리자베스 공주를 위한 결혼식 선물로 주기위해 여행용 가방을 의뢰, 듀퐁은 라벤더 블루 가죽의 여행용 가방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듀퐁을 대표하는 또 다른 제품은 필기구다. 럭셔리 쥬얼리 볼펜의 역사는 순은으로 만들어진 듀퐁의 '클래식(Classique)'에서부터 시작된다. 150회의 공정과 200회의 품질검증테스트를 거쳐 완성되는 듀퐁 펜은 장 콕토(Jean Cocteau)가 사용하기도 했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와 노동부 장관 자비에 베르트랑 등의 사랑을 받는 듀퐁 펜은 프랑스 정부 공식 납품업체로 지정됐다. 나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듀퐁이 증정한 다이아몬드 헤드로 장식된 USB와 라이터 세트 등을 애용하고 있다.

듀퐁의 시작을 함께한 가죽제품과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라이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필기구를 비롯해 벨트, 커프스링크와 타이바 등의 남성용 액세서리는 수트, 자켓, 셔츠 등의 듀퐁 남성복을 통해 남성의 스타일을 완성시킨다. 남성의 커프스링크와 타이바는 남성의 세심한 감각을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다.

여성의 귀걸이와 목걸이, 반지 등에 해당하는 남성만의 액세서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2009년 듀퐁의 컬렉션은 가볍고 유연한 소재로 럭셔리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최근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독설가이지만 따뜻한 지휘자로 평가받은 '강마에'가 입었던 듀퐁 셔츠는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패션 스타일에 더해진 주머니 속에 있는 라이터와 필기구는 한 남자의 멋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준다. 바로 숨겨져 있던 남성의 미(美)에 대한 욕망을 깨우는 것. 그것이 바로 듀퐁이다.



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 (주)에스제이듀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