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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찾아가는 음악회] "무료 연주 봉사 음악가 보람느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씨
자신도 시력 잃어가고 있지만 병원·학교등 돌며 이웃사랑 실천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사진=김지곤 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 씨. 지난해 그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전곡 도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선천성 백내장과 녹내장을 앓고 있는 그는 지난 해부터 매년 '작곡가 탐험 시리즈'를 열기로 한 첫 무대를 베토벤의 음악으로 채웠다. 현대홀에서 열린 4회 공연 내내 객석이 가득 찼고 서서 감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청중들의 태도는 연주자만큼이나 진지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7년 반 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연주자의 기반을 닦았다. 2005년부터 대학 출강과 레슨으로 바쁜 와중에도 4년째 무료 연주 봉사를 해오고 있다. 자신의 곡절 많은 삶을 떠올리며 병원, 학교, 교도소 등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저도 불우하게 공부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제 시간의 일부를 쓰는 것은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개의 병원에서 올해로 4년째, 한 달에 한 번씩 해온 병원 연주는 이제 100회를 넘어섰다. 한 병원 로비에서 본 피아노가 연주 봉사의 발단이었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바이올린 연주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알고 지내던 동료 피아니스트에게 제의했다. 병원측과 별다른 상의 없이 게릴라 식으로 했던 연주가 뜻밖의 호응을 얻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함께 해온 피아니스트 역시 두 번의 신장 이식수술을 하며 병원에서 지내는 환자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음악가들에게 이런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의 공연에서 이런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처음 연주해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코에 호스를 꽂고 휠체어를 타고 온 환자들은 '병이 다 나은 것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고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인 줄로만 알았는데, 마음으로 다가온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는 고정 팬들도 많아져 수술 시간을 연주 시간에 맞춰서 예약하는 일도 있을 정도다. 수술실에선 종종 '이 곡을 연주해달라'며 신청곡이 날아오기도 한다.

김종훈 씨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병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다른 연주자(테너 최승원, 클라리네티스트 이상재)들과 더불어 2006년부터 <희망으로 콘서트>에서도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왔다. 교육부에서 후원한 공연으로 중고등학생들의 자살 방지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콘서트다. 연주와 함께 세 음악가의 시련 극복 이야기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자신이 악장으로 있는 하트 블라인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는 학교와 교도소 등 전국 구석진 곳을 찾아 다닌다. 청각장애를 가졌던 베토벤을 누구도 청각 장애인 작곡가라고 부르지 않듯, 그는 시각 장애인이기에 주목받기보다는 음악가로서 더 많은 이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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