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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정신] 아이그너(AIGNER)
최고 가죽의 변치않는 명성
소목부위 8% 가죽사용 자연기법과 독창적 염색 상류층 사로잡아





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
사진=코네스 제공



강한듯하지만 쓰면 쓸수록 부드러운 빛을 띠는 것은 가죽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손때가 묻으면 묻을수록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가죽의 참맛은 질 좋은 천연 가죽에서만 느낄 수 있다. 요즘처럼 트렌드에 따라 즉석으로 제작되는 인스턴트 합성피혁제품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멋이다.

아이그너는 가죽제품에 있어 선두를 달리는 명품브랜드로 '독일 지성의 명품'이라 불린다.

1-아이그너의 창립자 에띠엔느 아이그너
2-아이그너의 과거 제품들
아이그너는 에띠엔느 아이그너(Etienne Aigner)에 의해 창립됐다. 1904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그는 1930년부터 가죽 제품 디자인에 있어 뛰어난 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이그너의 이름 첫 자에서 딴 로고 'A'는 말발굽 모양으로 디자인된 것으로 'If you find a horseshoe, you'll agood luck.(편자를 발견하면 행운이 온다)'는 서양속담과 같이 행운을 상징하고 있다.

아이그너가 가죽으로 유명한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가죽의 최고의 질이 눈으로 확인되기 때문인데 가죽을 손질하는 방법에서부터 비롯되는 아이그너만의 비결이다. 일반적으로는 크롬 무두질과 같은 화학성분 용액을 이용하여 가죽을 손질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아이그너의 가죽은 전통적이며 자연적인 방식인 식물성 무두질을 통해 손질된다. 24시간 이내에 손질이 끝나는 화학적 태닝은 경제적이지만 그 질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가죽의 '살아있는 결'은 나무껍질 등의 추출물을 사용하여 두 달 여 가량의 오랜 시간을 거치는 자연적 방식을 통한 가죽에서만 찾을 수 있다.

가죽을 손질하기 전, 가죽을 선택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상처다. 상처가 난 가죽은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철조망 울타리가 많은 남미 지역 가죽보다는 독일남부와 이탈리아 지역의 소가죽을 선택하고, 소가죽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는 목 부위의 8%를 사용하는 것은 아이그너의 까다로운 가죽선택 과정을 말해준다. 아이그너 뮈니히(AIGNER MUNICH)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에는 가죽제품 사업을 핵심으로 두고 최고 품질의 소가죽을 생산하기 위해 울타리의 철조망을 없애기도 했다. 소의 가죽에 상처가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세심한 정성으로 선택되고 손질된 가죽은 15년 이상 된 장인들의 손에서 완성된다.

'아이그너'하면 떠오르는 것은 진한 와인 빛 가죽제품이다. 과거에 고귀함과 왕권을 상징하기도 했다는 와인컬러는 고상한 느낌을 풍기는 동시에 비밀스러움을 지닌 신비한 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고의 가죽에 더해진 독창적인 염색 방법을 통해 아이그너는 당대 유럽의 상류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천연가죽이 머금은 신비한 컬러는 소장자의 사용을 통해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사용하는 사람의 스타일대로 손결이 묻어나는 가죽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적으로 다른 감을 준다. 그래서 오랜 시간 사용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사용자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튀지 않는 스타일이다. 어떠한 의상과 액세서리와도 잘 어울리는 것은 아이그너의 특색이기도 하다. 1999년 아이그너는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라인(Lifestyle Line)을 선보였지만 이 역시도 잠시 스쳐지나가는 유행보다는 '혁신과 실용'이라는 콘셉트에 초점을 맞추어 기존의 전통적이고 고상한 명품의 이미지를 유지시켰다. 지금 당장 들어도 손색이 없는 예전 제품들은 시간성을 초월하는 명품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1-아이그너의 와인컬러는 독창적인 염색기법에 의한 것으로 유럽 상류층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아이그너의 'A'자 로고는 말발굽 모양으로 '행운'을 상징한다.
3-아이그너의 가죽제품은 15년 이상 된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명품의 가치는 자연적인 방식을 택한 아이그너의 가죽 손질기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랜 시간의 공에 의해서만 가능한 과거의 천연 손질기법은 뒤늦게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대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자연이 갖는 치유의 힘을 믿고 자연을 지키기 위한 이 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웰빙'을 향한 노력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다.

아이그너는 가방과 지갑, 벨트, 시계 등의 가죽제품은 물론 60, 70년대부터 남성복과 여성복, 스카프, 넥타이 등을 선보여 왔다.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토털브랜드가 완성된 셈이다.

지난해 말 11월, 아이그너는 두바이에서 '09 SS 컬렉션의 막을 올렸다. 현대인의 생활을 국제적인 감각과 접목시킨 이번 컬렉션은 삶의 풍요로운 질을 중요시하는 동시대인들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패션 컬렉션과 액세서리의 컬러를 통일시켜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추구했다. 2009년의 SS 컬렉션의 디자인은 지금 현재를 말하고 있지만 과거가 담겨있고 미래를 아우르는 유기적인 느낌이 주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베이지와 블랙의 메인 컬러 외에도 화이트, 모카, 네이비, 옐로 등의 강렬한 컬러의 제품들은 세월과 함께 누군가의 손에서 단 하나의 독특한 모습을 갖추어 나가게 될 것이다.

고가이지만 명품을 즐기는 이유는 최상의 품질로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한 견고함과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유행을 따지지 않는 질리지 않는 디자인, 이로 인한 소장 가치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야 소장하기 위한 '가치'를 운운하는 사람이 촌스러운 사람으로 평가되고, 그저 비싼 것이 '명품'으로 평가받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명품의 효용성을 따지자면 세월을 거스르는 최고 품질을 빠뜨릴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의 손길에 의해 한 사람의 색을 띠게 되는 가죽제품은 그야말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이 된다. 이는 희소성의 원칙에 따른 고가 명품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남들이 갖지 못하는 비싼 물건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한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이그너의 가죽이며 이는 '지성인의 감성'이라는 평가의 시작이 어느 지점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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