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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100년] 외화내빈 만화계에 필요한 것은
1909-2009, 한국만화 새로운 100년을 위해
인터넷 발달로 달라진 소비패턴에 맞는 새 틀 마련등 절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seochnh@manhwain.com
『만』(http://mahn.co.kr) 편집장



작가로서 기획·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한 작품활동으로 국내외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야기 작가 임달영 씨(아트림미디어)의 작품들. 「흑신」 「불꽃의 인페르노」 「언밸런스×2」 등.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만화계는 적어도 외적으로는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상물이 시종일관 안방극장과 은막, 공연장을 수놓는가 하면 유럽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 TV 뉴스에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내부로 고개를 돌려보면 여전히 어렵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2000년대 초반 이후 만화계 지형이 단순히 '만화계'라는 명칭으로 뭉뚱그리기 어려울 만큼 각기 성격이 너무나 다른 다양한 영역들로 나뉜 탓에 단지 한 쪽의 성과만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아니라도 만화계의 문제점은 참으로 많고 복잡하다. 여기서는 해묵은 논쟁거리와 뻔한 문제 제기 대신 과연 지금과 앞으로의 한국 만화계에는 '현실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바뀐 환경을 인정하고 새 흐름 새 판 짜기

인터넷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만화계의 큰 축이었던 장르만화[*주1]는 대여체제[*주2]라는 후진적 유통망의 한계를 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웹툰과 아동·학습 만화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한편 불법스캔만화의 범람과 함께 수요 자체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더 이상 대여비만큼의 비용조차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급기야 수년 간의 계도 끝에 법무법인을 동원한 단속으로 철퇴가 내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단속이 이미 갉아 먹힌 시장을 회복시켜줄 리는 만무했다.

다만 이 시점에서 만화계에는 떨어진 숙제는 옳든 그르든 출판물이 아닌 인터넷과 모니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 '화면'을 통한 작품 노출에 독자들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과 대가 지불에 관한 관념 자체가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출판물의 저작권 침해에 관한 단속과 계도는 계속 해야만 하겠으나, 이러한 이들의 성향을 되레 역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띤 만화를 연구해 그에 맞는 새 판을 짤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과 비즈니스적 모델 접목하기

흔히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작가는 장사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와 같은 말은 작품의 가치를 높일 수는 있으나 시장 측면에선 반드시 옳은 말만은 아니다.

'대중문화로서의 만화'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그 작품이 상품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상품적 가치를 지닐 수 있게 제작되고 효과적으로 내보여져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획이며, 비즈니스다.

흔히 일본 주류 만화계의 예를 들어 '기자(출판사)의 역할'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적인 부분과 영업적인 부분을 기자(출판사)가 맡고 작가가 창작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일본 모델은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 출판사의 영세함으로 그만한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작품 상당수는 작가 개개인의 역량에 많은 부분을 기대온 게 현실이다.

만화에 다양한 갈래가 있듯 모든 만화가 '기획 상품'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업만화의 틀로 접근하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작가가 '작품성 있는' 작품을 그릴 뿐이고 출판사가 이를 받아 찍어낼 뿐인 단순 도식을 벗어나 적극적인 기획과 의견 개진, 포트폴리오 구축 및 제안 등을 해 나가는 관계를 형성한다면 흔히 먹히는 아이템과 캐릭터가 없다는 비판을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지원금에 목매지 않기

우스갯소리로, "한국 만화계를 먹여 살리는 건 콘진(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현재 한국 만화계는 국가기관의 지원금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물론 매체 지원, 단체 지원 등은 불황 속에서 작품 활동이 끊이지 않게 해주는 점에서 만화계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점차 각종 창작 지원에 만화계 일원들이 지나치게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점으로 지적해야만 할 것이다.

지원이란 당연히 해 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작가 또는 장르, 매체를 공적으로 돕는 것으로 그 돈은 어디까지나 공적 자금에 해당한다. 물론 '눈 먼 돈'이라는 별칭답게 쓰이기 일쑤지만, 문제는 틀을 직접 짜 움직이려 들기보다 먼저 손을 벌리는 습관이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아닌 말로 만화계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물론 어렵지만, 지원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만은 버리는 것이 역으로 내부의 내구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물론 지원금은 주겠다고 나오는 것, 공정하게 받아낼 기회를 걷어찰 이유는 없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좀 더 상업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으로 건드리지 않기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만화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2009~2013, 2차)을 내놓았다. 장르만화를 중심으로 한 매체 지원과 마케팅 및 유통 지원 등이 포함되어 지난 1차(2003~2007) 계획에 비해 세밀하게 조율된 인상을 준다.

문제는 이 계획에도 멋있는 지원책이 나열되어 있을 뿐, 현재 개정을 앞두고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청소년보호법과 이를 기초로 한 심의에 관한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진흥책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작품 자체가 제대로 창작될 수 없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당장 2009년 현재만 해도 극화 창작을 하는 잡지 연재 작가가 편집부 판단에 따라 수정을 해야 하는 등 표현에 한계를 두는 상황이며 법이 개정되면 1997년 때의 만화탄압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는 만화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계열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이미 지난해 불온서적 23선이나 소설 「GOTH」 판매금지 처분 등 '통제'의 낌새가 엿보였던 터이다.

발전을 위해선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건 세상에 내놓지도 못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다. 법이 창작ㆍ문화 콘텐츠를 재단하려 든다는 우려가 없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1] 다양한 대상 연령대와 장르 특성을 지닌 상업 만화를 가리키는 속칭. 대체로 만화잡지를 통해 실리는 연재물이며 국내에선 대체로 '코믹스 판형'으로 나오는 작품군이 이쪽에 속한다.

[*주2] 대본소(만화방), 대여점 등 만화총판을 기점으로 한 대여 형식 만화 유통망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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