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사무실·옥상등 친환경 조경 유행… 직장 활력소로 인기

1-한화증권 실내 정원 '아뜨리움'
2-더와이즈황병원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의 휴게실 '아뜨리움'은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5층 높이의 천장은 야외에 나온 듯 탁 트인 느낌을, 계속해서 '짹짹' 거리는 새 소리와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청량감을 높여준다. 키 큰 나무들과 관음죽, 칼라 벤자민, 아라오카리아 등 다양한 종류의 화초들은 시각적으로도 훌륭할 뿐 아니라 탁한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고, 습도를 조절해 숨쉬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나무와 화초, 인공 시냇물, 인공 바위, 새가 어우러진 이 곳은 한마디로 빌딩 속 작은 숲이다.

이른 아침,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나 보이차를 마시며 회의를 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전날 야근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직원들은 이 작은 숲에 와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 갈 무렵이 되자 자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잠시나마 자연의 정취와 여유를 즐기려는 인근 직장인들로 가득 채워진다.

한화증권 홍보팀 박금수 씨는 "야근이 잦고,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 지역 직원들에게 아뜨리움은 피곤한 심신을 달래주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내정원이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주변 회사들도 하나 둘씩 자연친화적인 실내조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이웃 건물인 한국투자증권의 옥상 정원 시공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여의도 내에서만 로비에 소형 정원을 설치한 회사들이 꽤 여럿이라고 전한다.

1-한전 목동사옥
2-더와이즈황병원
3-IT 기업 로비


실내정원은 세계적 추세

실내조경 전문가 이명주 씨에 따르면 3~4년 전부터 아파트 베란다를 미니 정원으로 꾸미고, 사무실에 박스 정원을 설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는 "새로 건물을 짓는 곳을 보면 인테리어의 최종마감으로 실내조경을 선택할 만큼 실내에 자연을 옮겨놓으려는 열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새 건물에 입주한 경기도에 있는 한 IT업체도 회사 로비의 일부에 쉼터형 정원을 만들어 직원들이 정원 안의 벤치에 둘러 앉아 담소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포착해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IT회사들이 실내정원 도입에 특히 적극적이라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IT회사 외에도 메리츠증권 대치동점, 교보증권 광화문점, 목동 한전 사옥이 정원의 일부를 박스에 담아놓은 듯 실내를 꾸며 놓았다.

병원이나 제약회사 중에서도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곳이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와이즈황 병원은 환자들이 건물 내부에서 통유리를 통해 나무와 넝쿨로 구성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건물 내부에도 자연과 함께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삼일제약 사옥은 자연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서울 방배역 부근 서리풀 공원을 배경으로 세운 이곳은 통유리를 통해 서리풀 공원을 볼 수 있다. 4층 직원휴게실에는 인공폭포도 마련돼 있어 자연과 함께 하는 느낌이 한층 강하다.

친환경을 갈망하는 욕망은 먹거리에서 의복, 주거환경으로 그 범위가 확장돼가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적 주거환경이라는 도시인들의 열망은 먹거리나 의복보다 현실에서 충족되기가 훨씬 힘들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된 자연환경을 복원한다는 것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도심에서 자연을 조성할 공간을 새롭게 확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수시로 숲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날 수도 없는 일.

때문에 이제 실내에서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이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와 타임지 등 미국 유수 언론들은 실내 공간에서 식물을 수직으로 하늘 높이 키우는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이 인기를 끈다고 보도했다. 수직농장의 인기는 땅 없는 도시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