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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탕트] 독서·문학, 지적 즐거움에 중독되다
[커버·당신은 딜레탕트입니까]
블로그·인터넷에 서평 올리고 사회적 담론 형성 세력으로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람들은 책이 지성과 지식, 인문학적 교양의 척도라는 생각들을 한다. 모르는 고전이나 문학작품, 작가의 이름을 들을 때면 괜히 내가 무식한가, 라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문화라는 단어조차 생경했던 배고프던 시절, 우리들은 취미란에 대부분 '독서'라고 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독서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가깝게 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지적활동이자 문화활동이며 그 자체가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

책은 모두에게 가장 친숙한 대상이다. 독서는 음악이나 미술, 공연을 즐기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시간때우기 용으로 읽는 사람,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 분야의 책을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사람과 책을 찾고 골라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읽는 사람과는 분명 다르다.

실용서가 아닌 인문학ㆍ문학 분야의 진정한 독서 애호가들은 얼마나 될까?

철학자 탁석산 씨는 한 공개 강연회에서 "국내 인문학 서적(판매)의 마지노선은 5000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름을 들었음직한 고전이나 인문 서적도 5000권을 판매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경제학자 우석훈 씨는 '사회과학 르네상스는 오는가?'란 칼럼에서 "(사회과학 도서가) 5000권을 넘기면, '50명의 글쟁이' 안에 들어간다. 1만 권을 넘기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5000권.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대략 이 숫자를 독서 분야의 진정한 딜레탕트 수로 추산해 볼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수십만 개의 독서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폐지되지만, 책읽기가 생활이 된 사람은 불과 5000명이라는 말과 통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1만 명 중 한 명이다.

인문학이나 문학을 즐기는 딜레탕트들은 저자나 출판사 이름만 듣고도 책의 성향과 스타일을 파악한다. 대형서점에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휘둘리지 않는다. 심지어 좋아하는 서평 기자와 칼럼니스트도 따로 있을 정도로 깐깐하다.

"인문·사회과학 도서는 후마니타스나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책을 주로 보게 되요. 고종석 씨나 강준만 교수처럼 좋아하는 필자가 쓴 책은 먼저 읽게 되지요. 서평은 H 신문 문학전문기자가 쓴 기사를 좋아합니다."

회사원 한기은 씨의 말이다. 그는 하루 한 시간 이상 책을 읽고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저녁까지 독서 토론을 한다. 한 씨는 "한 달에 10만 원 이상 책을 사는 데 쓴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거나, 사회 담론을 만드는 주류 세력으로도 등장한다. '문학기행'이나 '문학 콘서트', '작가와 대화' 등 문학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들도 이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독서의 매력은 무엇보다 '지적 즐거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비평고원'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서평꾼 '폭주기관차'의 본업은 약사다. 광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그는 일주일에 한두 편씩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 그렇게 활동한 지가 벌써 9년째다.

"책을 읽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져요. 현상을 보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깨닫거든요.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사고의 유연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한 중견기업 간부인 이석기(55) 씨는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는다. 그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지식이 입담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중년의 나이에도 20~30대 젊은 사원들과 대화할 때 주춤한 적이 없다. 직원들은 최신 문학작품부터 미국발 경제위기 분석까지 '노장의 혜안'을 듣기 위해 점심시간이면 그를 찾는다.

"필독서는 3권을 구입합니다. 한 권은 사무실 책상에, 한 권은 안방에, 한 권은 화장실에 두고 읽습니다. 손에 잡히는 곳에 책을 두고 언제든 읽을 수 있게 말이죠. 이렇게 하면 웬만한 책은 일주일이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고수들이 말하는 독서 요령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우선 책을 고르는 방법이 중요하다. '독서입문'은 전문가에게 한두 권 추천을 받는 데서 시작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있는 책 추천을 참조하거나, 대형서점의 북마스터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인터뷰한 독서애호가들은 신문과 인터넷 서평을 가장 많이 참조한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서점 '이음아트'에 배치된 인문 예술관련 서적은 입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들이 참조하는 도서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독서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명소가 됐다.

전문 잡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격주로 발행되는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와 '출판저널'은 국내 도서 시장 전반에 관한 정보가 있다. 문학은 문예지를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된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등 문예지의 기획 또는 특집 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국내 문학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추천을 받아 한 권을 읽은 후 책에 실린 인용구의 원전이나 책 뒷면에 실린 참고 도서 중 다시 한두 권을 골라 찾아 읽는다. 나뭇가지를 따라 나무의 줄기와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듯 최신의 텍스트에서 고전을 거슬러 올라가 읽는 방법이다. 분야 별로 4~5권만 읽으면 주요 고전을 혼자 읽는 단계에 이른다.

책을 읽을 때 궁금한 점을 메모해 두거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 등 꼼꼼히 읽는 것도 인문ㆍ문학 애호가들의 공통점이다. 인터넷 서평꾼 '폭주기관차'는 "인문서는 2~3 번 읽는데, 처음 읽을 때는 줄거리를 따로 정리해 컴퓨터 파일로 저장해 둔다. 두 번째는 이 메모를 참고해 빨리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으로 서평 모임을 갖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논리성을 키우고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9년째 독서토론모임을 하고 있는 회사원 한기은 씨는 "혼자 읽기 힘든 고전도 토론 주제로 선정되면 읽을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독서 카페는?

독서 모임은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카페 '비평고원(http://cafe.daum.net/9876)'은 회원 수가 8000명에 달하는 최대 비평 카페다. 이 카페의 운영자 '소조'는 소장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불멸 회원(6개월 이상, 한 달에 3회 이상 서평에 참여한 회원)'인 '로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터넷 서평꾼이 됐다.

네이버 문학 블로그 '우원호와 문학산책(http://blog.naver.com/w_wonho/)'은 국내외 문학에 관한 주요 정보가 집결된다. 하루 평균 2000명이 다녀가는 이 블로그는 국내외 문학 신간 소개는 물론 문학상 수상 소식, 작품분석, 문인 동정 등 문학관련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

시인들의 약력과 주요 작품을 감상하려면 웹진 '시인광장(http://www.seeinkwangjang.com/)'을 찾아가면 된다. 국내외 시 흐름을 짚어주는 특집 기사는 물론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과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http://cafe.naver.com/mhdn/)와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yes24.com/default.aspx)에는 매일 작가들의 장편소설이 업데이트 된다. 현재 문학동네 카페에는 공선옥 작가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예스 24 블로그에는 백영옥 작가의 '다이어트의 여왕'과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드'가 연재 중이다. 작품을 읽고 댓글을 달면 출판사 주최 술자리에 초대되거나, 작가들의 답장을 듣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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