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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공간에 화두를 던지다
[도심 속 공간 공존의 조건]
근대화 과정 효율·생산성 중시서 문화적 삶의 질 우선으로 의식 전환 필요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올해 1월 벌어진 용산 철거민 시위는 한국사회가 '공간'에 부여하는 가치'들' 간 갈등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졌음을 증명했다. 용산의 '개발' 가치는 원주민이 이 곳에 부여한 생활 터전으로서의 가치와 맞서는 것이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사건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개발'이라는 명목의 공간 재구성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간의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문화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때 이 사건의 핵심은 '폭력성'이다. 교훈 역시 그 폭력성이 나타난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서 얻어져야 한다. 공간 때문이다. 공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간은 사람이 먹고 자고 일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인 동시에 사람의 정서와 행동 양식을 만드는 유기적 기반이기도 하다.

수 년 전부터 공간을 주제로 한 예술 작업이 부쩍 늘었다. 이런 경향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공간이 문제임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다. 예술가는 촉수와 같은 존재들이다. 사회의 이상하고 아픈 지점, 결핍과 욕망을 누구보다도 먼저 감지해내는.

안세권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다. 꾸준히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주목해 왔다. 청계천 복원 과정도 낱낱이 사진으로 남겼다. 그가 파헤쳐진 청계천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다. 헝클어진 채 바닥을 뒹구는 철근 덩어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근대화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한국사회에서 공간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효율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경제적인 목적과 행정 논리가 공간 구성을 이끌었다. 서구에 비해 '뒤쳐진' 근대화 과정을 빠르게 따라 잡아 '잘 살아보겠다'는 집단적 의지가 그 과정을 뒷받침했다. 공간에 부여되는 가치는 '생산성'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조성된 공간이 과연 생산적인가. 경제적인 의미 뿐 아니라 문화적인 의미에서도 잘 사는 삶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인가.

재개발 현장에서 작업을 한 작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차마 사람을 담을 수 없었다고. 그들이 카메라를 위협적인 것으로 느끼고 거부하기도 했고, 거기에서 쫓기면 갈 데 없는 사람들의 팍팍한 정서가 자신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그래서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사회의 정서가 공간의 변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서가 행복과 희망 같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근간인 이유에서다.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문화예술적 감각은 한국사회의 공간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한국사회의 공간은 문화예술적 상상력을 북돋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나. 생산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데 문화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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