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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로열 콘서트헤보' 처럼
[좋은 교향악단의 조건] 단원들의 개성적 음색과 음악적 통찰력으로 올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선정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위) 로열 콘서트헤보 (아래) 베를린 필하모닉


독일에 유독 뛰어난 교향악단이 모여 있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클래식 연주자는 ‘끼(재능)와 노력’의 조화라고 말한다. 스페인과 프랑스에 특출 난 연주자는 많지만 세계적인 명 교향악단이 드문 이유 역시 넘치는 ‘끼’를 근거로 든다.

“파바로티가 100명이 있다고 생각해보라”는 말은 촌철살인의 비유다. 자신을 드러내려는 순간, 조화는 깨지고 소리가 어그러지고 마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생리인 것이다. 비단 소리에서만은 아니다. 오케스트라가 있기까지 존재하는 모든 요소는 교향악단 연주의 질을 결정한다. 좋은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고 유지되기는 까다로운 미식가를 충족시키기보다 어려운 이유다.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은 매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20개 단체를 순위로 매긴다. 전 세계 음악계의 주요 비평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심사로 진행되어, 새해가 되면 음악 애호가들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

2009년 새해, ‘그라모폰’은 네덜란드의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에 빛나는 금관을 씌워주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무엇이 그들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을까?

로열 콘서트헤보의 상임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는 단원들의 깊은 통찰력에 한 표 던진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교향악단은 많다. 그러나 음표 뒤에 있는 심오한 의미를 읽어낸 후에 빚어내는 개성적인 음색과 음악적 통찰력은 드물다’고 말한다. 이 면모가 지금의 콘서트헤보의 존재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23년간 재직한 호른주자 퍼거스 맥윌리엄은 반대로 그들의 수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대음악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는 사이먼 래틀과의 호흡에 대해 “도전과 마주치는 우리 단원들은 전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이보다 어려운 과업 달성도 문제없다. 그러나 이는 단원 개개인의 완전한 헌신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좋은 오케스트라의 탄생은 엄격한 자기 검열과 단원과 지휘자 간의 완벽한 신뢰가 그 시작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필에 취임한 후 첫 번째로 한 일은 유능한 행정감독인 크사버 오네조르크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 것이다. 그만큼 밀도 높은 조직의 운영은 오케스트라의 생존에 절대적이다.

지난해 베를린 필하모닉을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엘 시스테마’의 결실인 ‘두다멜&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이 내한한 바 있다. 음악 애호가들은 넘치는 풍요로움을 느꼈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오케스트라에 대한 아쉬움이 세어 나왔다.

대개의 국내 오케스트라가 재정적인 어려움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현실에서, 이러한 아쉬움조차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좋은 오케스트라는 단 한 번의 조율로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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