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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일간 찍은 사랑의 기억
[지상갤러리] 장미라 개인전 : A SEASON IN HELL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1-'on silence #3017'
2-'on eternity #4011'
3-'on pleasure #1048'
4-'on pleasure #1055'


한 시인이 말했다.

“화장실에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옛 일기를 불태우는 사람이 꼭 있다. 슬픔이 맵거나 독한 것이다. 그보다 약한 사람들은 그 기록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라면 박스나 큰 서랍에 넣고 잠가 버린다. 예컨대 이런 사람.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기형도)”(권혁웅, ‘불태운 책과 감춘 책’)

장미라는 후자다. 말하자면 기형도의 사진작가 버전. 이 이미지들은 그의 사랑의 기억이다. 2006년 11월24일부터 2008년 6월14일까지 569일간 찍은 966개의 사진들이다. 처음 만난 순간, 사랑한 과정, 떨어져 지낸 동안의 세 시기로 구분해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통점에서 꽃이 폈다’.(홍은택) 이토록 흐드러지게.

“사적인 시간의 기록들을 모두 모아 순수한 물질을 정제해 내듯 시간을 지우고, 합성하고, 수렴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추출, 응축된 이미지의 힘이 보여주는 삶과 시간의 본질적인 어떤 것에 다가가고자 했다./ 8개월여에 걸친 작업 과정은 소멸과 생성,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순간이었고, 이미지의 충돌로 빚어진 우연과 선택의 순간들은 마치 캔버스에 선과 면, 색으로만 단순화된 추상화를 그리는 즐거움과 시간의 무게를 온전히 견뎌내야만 하는 고통도 함께 주었다.”(작업노트 중)



4-'on love #2009'
5-'on love #2013'
6-'on love #2057'


그리고 우리가 이 이미지들에서 견뎌내야만 하는 것은 저마다의 내력이다. 누구에게나 지옥 같이 사랑한 기억이 있으므로. 아무도, 그 지나간 것이 더 이상 마음을 헤집지 않도록 지나보낼 수는 없으므로. 지나간 것을 기어이 붙드는 것은 사진 매체의 속성이기도 하다.

장미라 개인전 ‘A SEASON IN HELL 20061124_20080614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4월21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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