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배후설, 메가바이트 산성의 비밀’
노순택'배후설, 메가바이트 산성의 비밀'

노순택과 채승우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전혁직 언론사 기자라는 이력은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겨우, 이런 분류법만으로 그들이 묶였을까?

서원석 큐레이터의 말마따나 노순택은 “침투했고” 채승우는 “분석했다.” 노순택이 노근리, 대추리,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통과해올 동안 채승우는 경복궁과 숭례문, 국방부에 전시된 현상들을 거쳤다. 다른 의미의 역사적 현장들이었다.

그들의 근작인 ‘배후설, 메가바이트 산성의 비밀’과 ‘新반차도’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뚜렷하다. 비오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노순택의 ‘인간’은 ‘역사’를 조형하려 움직이고, 광화문 복원을 가린 장막 앞에서 채승우의 ‘인간’은 ‘역사적’ 의례에 틀 지워진다.

그런데,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 인간들 왜 이러나. 근접한 원인이야 자명한 ‘사실’인데 보는 각도가 미묘하게 기우뚱하다. 인간을 보이되, 무작정한 낙관이나 이입의 태도가 아니라 지적 성찰에 바탕한 거리감으로, 정직하게, 맥락 속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군인이 여고생에게 수류탄을 쥐어주는 천진함이란, 그것이 아무리 체험학습 명목의 연습용이라 할지라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1-노순택 '좋은, 살인'
2-채승우 '테이스터스초이스'
3-채승우 '삼일절'
4-채승우 '新반차도'

(노순택, ‘좋은, 살인’) 불타버린 숭례문 앞 조악한 그림을 배경으로 3.1 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남자의 의연함이란, 제 아무리 한국사회에 만연한 애국심이라 할지라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채승우, ‘삼일절’) 심지어 자신의 역할까지 때론 어리둥절해할 지경이다.

(노순택, ‘조류도감’). 커피 믹스를 팔기 위해 신화적 인물들을 ‘차려 입고’ 거리로 나선 사람들의 모습(채승우, ‘테이스터스초이스’)은 아이러니하다. 저 기표들과 제각각의 생이라는 하릴없고 존엄한 기의들은 얼마나 멀고도 가까운가.

그러니 이들의 닮은 점은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한, 체득한 각도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한 지평이다.

‘춤추는 무뢰한’ 전은 노순택과 채승우의 궤적을 아울러 접근하는 시도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갤러리175에서 5월3일까지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