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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으로 빚어낸 가능한 존재들
[지상 갤러리] 강형구 개인전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1-Da Vinci, 2009
2-Monroe, 2009
3-Van Gogh in the Book, 2009
4-Warhol, 2009
5-Woman, 2009


피부는 차갑다. 이 인물들은 알루미늄판에 새겨졌다. 그러나 눈빛은 뜨겁다. 무슨 연유인가.

미학자 진중권은 이 시선에서 “촉각”을 느꼈다. 그들이 다만 복제된 산물이라면 그럴리 없다. 통상적인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같은 비교의 수사로 설명되곤 하는 하이퍼리얼리즘 작품들과 달리 겨룰 대상이 없다.

강형구의 인물들은 차라리, 우리의 인식과 겨룬다. 순전한 허구이기 때문이다. 사진이 없는 시대에 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바야흐로 90대에 접어든 마릴린 먼로, 그리고 훗날의 작가 자신까지. 이 얼굴들을 사실적이라고 인식할 때, ‘사실’의 기준은 무엇인가. 여기, 엄연히 있는 것은 무엇인가.

‘노동’의 과정이다. 강형구는 못과 드릴, 이쑤시개로 알루미늄판을 긁어 저 형상을 새겼다. 뺨의 굴곡, 눈썹 한 올 한 올, 주름 한 갈래 한 갈래의 ‘터치’가 정밀하다. 이런 공정이 눈빛을 살렸다. 내용은 허구일지언정 형식은 낱낱이 진짜다.

“나의 작업은 차가운 외면성을 철저히 강조하는 하이퍼리얼리즘과는 아주 상반되는 철저한 내면성 위주이며 단순히 기법만을 차용할 뿐이다. 내가 이런 기법을 동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실에서 존재치 않는 허구와 사진으로 찍힐 수 없는 비현실 역시도 실감나게 그려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중략) 나는 리얼리즘보다는 허구를 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작가 노트 중)

캔버스를 넘어서면서 강형구의 관심은 현실과의 대척점에서의 허구가 아닌 가상 혹은 가능 현실로서의 허구로 확장된 듯 하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3차원의 공간감이다. 알루미늄판은 평면이 아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풍긴다. 대형 조각도 선보인다. 높이 2.1m, 너비 3.1m, 두께 1.1m 책 모양의 조형물에 빈센트 반 고흐를 새겼다.

고흐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귀를 잘랐다. 엄격한 자만이 자신의 세계를 세울 수 있다. ‘조물주’의 집념이 때로 폭력적인 이유다. 그래서 자학의 상흔은 엄숙하다. 강형구의 인물들의 생명력은 그 정체가 알루미늄판의 ‘상흔’이라는 데에서 연유하는지 모른다. 저 정밀함에 도달하려는 작가의 노동이란 어땠겠는가.

강형구 개인전은 아라리오 서울에서 4월21부터 5월17일까지 열린다. 아라리오 뉴욕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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