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문화에 꽂히다]한예종 이어 세종문화회관·대학들 프로그램 잇따라다양한 이론 강의와 실습·체험 각계 지도층 유혹

1-1기 개강식
2-1기 강좌진행
3-세종르네상스(SRP)1기 수료식
4-1기 강좌진행
5-1기 강좌진행

CEO들, 문화로~문화로~

서울 광화문 4거리의 세종문화회관.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여러 기업과 단체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이 곳을 찾아온다. 기업체 회장부터 사장, 대표이사, 이사장, 단장, 대학의 학장, 법원장, 총재 등등….

언뜻 직함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듯한 이들 최고경영자가 ‘굳이 시간을 내’ 모이는 이유는 단 한가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마련하고 있는 고품격 문화예술강좌 ‘세종르네상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CEO들이 ‘문화 예술’로 향하고 있다. 보통 CEO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강좌나 학위과정은 경영이나 경제, 통솔력과 리더십 등 경제 환경이나,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주제들이 대부분. 예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CEO들은 요즘 문화 예술 강좌에 더 열중하고 있다. 최근 문화 예술에 초점을 둔 CEO 대상 강좌들이 속속 생겨나고 이들 강좌를 수강하는 CEO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들이다.

실제 지난 해 중반까지만 해도 CEO들을 위한 전문 문화 예술 강좌를 꼽으라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고 있는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CAP)만이 유일무이한 수준. 그런데 지난 해 말 세종문화회관이 첫 과정을 개설한 세종르네상스가 가세하면서 더불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둘 강좌가 주목을 끌면서 대학들 또한 CEO들을 위한 문화 예술 강좌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함께 달라진 모습이다. 성균관대 한양대 등 몇몇 대학들은 벌써 엔터테인먼트 과정, 인문학 과정 등 CEO들을 겨냥한 강좌 개설과 수강생 확보에 ‘뒤늦게’ 부심하고 있는 눈치.

때문에 CEO들의 문화 예술 강좌 및 과정에 대한 관심은 재계는 물론 문화 예술 부문에서도 하나의 커다란 ‘메가 트렌드’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이는 그동안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을 거쳐간 재계 인사들의 면면을 들여다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CAP(Culture & Arts Program for CEO) 과정 경우 지금까지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민형동 현대백화점 사장, 오남수 금호그룹전략경영본부 사장, 최태경 두산동아 부회장, 김종배 한국산업은행 부총재, 박희열 희경건설 대표이사, 박인철 대기산업 회장, 임진혁 동연산업 회장 등 약 350여명의 기업인, 정ㆍ재계 인사들이 거쳐갔다.

세종르네상스 또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홍석규 ㈜보광 회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김충재 (주)금강주택 대표이사 회장, 김재환 란스튜디오 회장,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감경철 CTS 기독교TV 사장, 이남기 SBSi대표이사, 이충희 ㈜듀오 대표 등 1기 73명을 배출했다.

지금 한창 강의가 진행중인 세종르네상스 2기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이성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김진 두산베어스 대표이사, 김태영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등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캐서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주미대사, 차광은 포천중문의대 부총장, 문훈숙 유니버셜발레단 단장,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좌상봉 롯데호텔 사장, 남상만 서울관광협회 회장 등도 눈길을 끄는 ‘학생’들.

특히 이들 강좌는 CEO들을 위한 클래스라는 성격 때문에라도 화려한 강사진 구성을 자랑한다. 문화예술계의 유명인들과 거물급 인사들이 주요 강사로 나서면서 ‘수강생으로 나선’ CEO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져볼 수 있다는 것도 무엇 보다 큰 매력으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진행중인 CAP 8기 과정의 주요 강사로는 황지우 총장(시인),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안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이창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김훈 작가, 신경숙 작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약 6개월간 이루어진 세종르네상스 1기 과정에도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 총론을 시작으로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실장의 ‘세종의 리더십’, 홍성욱 서울대 교수의 ‘하이브리드 문화, 융합의 창의성’ 등과 같은 경영 강좌뿐만 아니라 류춘수 건축가의 ‘건축 디자인과 창조력’, 김선정 한예종 교수의 ‘Platform Seoul 2008’ 전시 특강, 국악평론가 윤중강이 해설하는 살롱음악회, 원종원, 유형종 등 공연전문 평론가의 강의와 공연관람 등이 이어졌다.

강사 및 강의의 레벨도 더욱 업그레이드 되고 글로벌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새롭게 시작된 세종르네상스 2기 과정은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인 루이지 피치(Pier Luigi Pizzi)의 ‘오페라 특강’, 이태리 뜨리에스테 베르디 극장 예술감독 알렉산드로 질레리(Alessandro Gilleri)의 ‘이탈리아와 한국 오페라 문화교류 의의와 역할’ 등도 추가했다.

‘CEO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의 산실’을 자임하는 이들 과정은 ‘탄생의 취지’ 그대로 문화 예술 강의를 주제로 한 커리큘럼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는 경영관련 교과 일색인 기존의 최고경영자 과정의 수업들과는 판이하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세계 유명 오페라실황 감상’ ‘바로크시대 살롱음악’ ‘토스카 제작자 특강’ ‘시민연극’ ‘뮤지컬 공연산업 전망’ ‘세계 속의 한국 건축’ ‘디자인 서울’ 등이 꼽아볼 수 있는 대표적 강의 내용들.

그렇다고 기업 경영이나 경제에 대한 강의나 수업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간간이 ‘국제협상의 기술’ ‘국내경제전망’ ‘정신건강에 대해’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본 세계경제현황’ 등을 주제로 각 분야의 교수나 권위자, 전문가들을 초빙해 특강을 듣는다.

무엇 보다 문화 예술에 대한 수업이 이론이나 강의 일변도로만 진행되지 않고 다양한 실습과 체험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도 이들 과정이 CEO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제공하는 CAP과정은 문화예술 이론강좌를 비롯해 현장답사, 예술체험, 공연실습, 사진과 도예실습 및 정책최고책임자와의 조찬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돼 있다.

세종르네상스 또한 1교시 수업은 이론과 강의로 진행하지만 2교시 수업은 강사의 연주나 전시 관람 등 문화 체험과 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수강 기간 동안 최소 2회 이상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거나 문화 현장을 답사하는 것에도 비중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화의 세기인 지금 감성은 이성의 한계에 대한 보완책으로 각광 받고 있고 감성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곧 미래 성장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치열한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각계 지도층 인사에게는 고품질의 핵심적 감성역량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키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소속 성기숙 CAP과정 주임교수는 “CEO들이 문화 예술에 전례 없는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도 그만큼 진일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해석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