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영화를 만나다] 복원 전문가 차병갑김래원 두 달간 가르쳐… 복원 과정 좀 더 심도 있게 보여줬으면하는 아쉬움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수복팀에서 한국화를 담당하고 있는 복원 전문가 차병갑은 ‘인사동 스캔들’의 숨은 공로자다. 복원 과정에 대한 자문에 응했고, 영화 속에서 복원 전문가로 등장하는 김래원을 두 달간 가르쳤다.

인사동에서 도제식으로 복원 기술을 배우며 시작한 복원 인생이 벌써 40여 년에 이르렀다. 하지만 요즘만큼 복원 작업이 주목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영화와 복원에 대해 물었다.

영화 속에 한국화 복원 과정이 제대로 담겼나

영화 전개 상 복원 과정의 일부만 담겨서, 좀더 심도 있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복원 기술들 중 어떤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 불가능한가. 뿌리는 것만으로 지워진 선들을 살려내는 ‘회음수’는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았다

모두 다 가능한 작업들이다. 하지만 회음수는 영화적으로 과장한 측면이 있다. 거무튀튀한 그림에 회음수를 사용해 밝힐 수는 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던 희미한 글씨,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정도다. 영화 속에서처럼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림의 때를 입히는 데 오래된 먼지가 쓰인다는 내용도 있다

작품의 색 맞춤을 할 때 먼지를 쓴다. 석고 작품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색되는데 먼지가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런 기술들은 어떻게 전수되나. 정리된 자료가 있나

국내 복원의 역사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정리된 자료는 없다. 민간에 전수된 궁중 기술과 식민지 시절 인사동에 둥지를 튼 일본인들의 기술이 도제식으로 이어져 왔다. ‘기수’를 정리해 보니 내가 5기 정도 되는 것 같다.

90년대 들어 복원 기술 배우려는 사람들 많이 줄었다가 90년대 후반 대학교에 문화재보존학과가 생긴 후에는 복원 전문가들이 제도권에서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동양화라도 한국, 중국, 일본 등 국가마다 복원 기술이 다른가

기술 자체는 비슷하다. 하지만 복원 과정에서 작품의 국적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후가 다르면 재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종이를 예로 들면, 한국은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건조하기 때문에 이런 기후에 맞는 종이를 만든다.

하지만 일본의 종이는 습기에 강하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각국의 유물이 다른 국가에 갔을 때 변형될 수 있다. 취급 방법도 달라진다.

영화 속 이강준처럼 감정에도 참여하나

가끔 개인 소장가의 부탁으로 감정 작업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 누군가가 안중식 선생의 작품을 감정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살펴보니 정교하게 만들어진 복제화였다. 작품에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연륜’이 새겨진다. 복제화에는 아무래도 어색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복원 전문가가 되기 위한 소질,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복원 과정 자체가 지난할 뿐 아니라 복원 기술을 익히는 것 역시 오랜 연마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작품에 이물질이 묻었다면 강한 세제로 한 번에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을 표나지 않게 살살 여러 번 지워가는 것이 복원이다. 이런 것을 다 이해하고 작업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복원 철학이 있을 것 같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자는 것이다. 나에게 떳떳한 작업만 한다.

영화 속 복원 기술


세초

복원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당시의 종이를 확보하는 것. 종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오래된 고서, 궁중 백지를 차고 깨끗한 물에 씻어 먹물을 빼는 작업을 '세초'라고 한다. 옛 종이들은 일종의 '코팅지'여서 이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색잡기

세초한 종이를 항아리에 넣고 풀어 말린 후, 낙엽이나 도토리 삶은 물로 은은하게 색을 내는 기술.

덧씌우기

색을 잡은 종이 위에 오래된 먼지를 씌워 색을 맞추는 것.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