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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메이드' 바람이 분다
[손의 귀환] 생활문화·도시공간·예술 등 전방위적으로 나타나




김청환기자 chk@hk.co.kr



서울 합정동에 사는 김모(28)씨의 하루 일과는 ‘손’과 떼어놓을 수 없다. 김 씨는 ‘레디 메이드(ready-made)’가 아닌 개별적 디자인의 ‘핸드 메이드(hand-made)’ 옷, 모자를 쓰고 외출한다. 그가 타고 가는 자전거도 패션디자이너가 디자인한 140만여 원 짜리 수제다.

김 씨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수제(手製) 햄버거 집에서 1만 3000원의 돈을 내고 식사한다. 식사 후엔 ‘핸드 드립(hand-drip)’ 커피 전문점에서 ‘바리스타’가 손으로 직접 물 내린 커피를 마신다. 그는 지금 홍대 인근에서 ‘핸드 드립’ 커피 전문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 IT회사의 상품기획팀에서 일하던 김 씨의 미적감각은 사실 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핸드 메이드’ 인생을 사는 김씨가 그리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핸드 메이드’가 과거의 ‘레디 메이드’를 앞지르는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 메이드’ 바람이 의식주 등 생활문화, 도시공간, 예술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손’은 눈 외에 인간의 감각 인지의 주체이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손’의 반란이 시작된 원인은 인간성과 관계의 회복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손’은 도시공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가치도 예술을 중심으로 점차 주목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 염려증’의 사회적 확산은 이런 수제 바람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수제’ 먹을거리는 개별적 제작과정을 거친다. ‘기성’ 먹을거리에 비해 느리지만 세심한 정성이 들어가고, 대부분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있다. ‘수제’ 제품은 원료의 제작 및 유통과정, 생산과정의 추적이 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어떤 공정을 거쳐 만드는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돈이나 맛보다 인간이 우선임을 보여준다.

‘차별화’의 욕구도 이런 수제 유행의 한 요인이다. 수제품은 대량생산(포디즘; Fordism)체제의 과잉생산으로 획일화 된 제품이 꽉 들어찬 ‘월마트 사회’의 개인에게 아날로그 감성으로 개성적 가치를 불어넣는다. 수제 제품의 유일무이(唯一無二)성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자아정체성(identity)마저 돋보이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런 제품에 대한 소비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사고가 효율성을 앞지른 셈이다.

‘소통’에 대한 욕구 역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고도로 발전한 대량생산체제의 제품소비는 소비자와 제조자의 의사소통을 단절시킨다. 생산자의 숨결을 느끼고 소통하고자 하는 원자화 된 개인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해석이다. 구멍가게에서 ‘레디 메이드’ 제품을 사지만 주인과 나누던 인간적인 대화는 ‘월마트 사회’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손의 귀환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단절된 인간관계의 회복이다.

‘손’을 통한 교감과 인간성 회복의 노력은 도시공간에도 반영되고 있다.‘느림’의 재평가다. ‘속도전’방식의 획일적 도시개발에서 인간 소외는 가속화하기 마련이다. 올라가는 건물 용적률만큼 도시인의 삶의 질은 떨어진다. 인간이 자신을 위해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어냈지만 오히려 더 건강은 위협받고, 원치 않는 과잉소비를 하며, 소외를 겪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손의 가치는 획일적 도시공간에서 피로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좀 느리지만 안전하고, 인간과 관계의 터전이 되며, 자연과 다시 가까워지는 슬로우 푸드ㆍ슬로우 시티라는 상상을 안겨줬다.

‘손’의 회복을 통한 슬로우 시티의 상상은 결국 ‘도시 경쟁력’과 연결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현대의 도시와는 차별적인 도시정체성 때문이다. ‘에코 투어’를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이야기와 감성의 ‘스토리 텔링’ 공원과 ‘뮤지엄’이 있는 덴마크 오덴세 시(市) ‘안데르센 마을’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올랜도의 ‘롤러코스터 도시’ 이상의 도시경쟁력을 얻는 이유다. ‘손’에서 비롯한 ‘느림’과 인간, 환경 중심의 가치가 주는 선물이다.

인간과 사회를 반영하는 예술에서도 이런 경향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봉림 작가(사진비평가)는 “예술에서 손의 귀환은 시각, 개념 위주의 지성주의에 대한 항변이자 전통적인 인간 사이 접촉의 부재에 대한 욕망”이라고 정의하고 “아우라를 잃은 복제의 미학과 공존해야 할 인간의 원초적 표현욕구나 직접적 의사소통에 대한 갈망이 손의 회복을 통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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