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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소극장으로 온 까닭은
[소극장 오페라] 관객의 볼권리와 음악가의 꿈을 키워가는 작지만 소중한 무대 제공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1-잔 카를로 메노티의 청소년 오페라'도와주세요. 글로벌 징크스!'한국 초연 -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 2007
2-모차르트에 가려졌던 살리에리의 오페라'음악이 먼저, 말이 먼저'- 서울오페라앙상블, 2008
3-이강백 원작, 공석준 작곡의 창작 오페라'결혼'- 예울음악무대, 2008
4-스트라빈스키의'요리사 마브라'- 세종오페라단, 2007


새로운 변화와 실험은 대학로가 가지는 ‘상징’이다. 좀 더 넓은 무대로 가기 전 관객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단계, 다양한 실험이 용납되는 공간, 혹은 작지만 내실 있는 작품의 무대로서 대학로는 우리 공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연극의 중심지에서, 수년 전 뮤지컬까지 흡수한 대학로 소극장에 4월 초부터 한 편의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다. 벨 오페라단의 창단공연인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이다.

원래 두 시간 남짓의 공연은 1시간 20분으로 축소되었고 대표적인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대화체 노래인 레치타티보도 과감히 들어내고 아리아 외에는 모두 대사로 처리되었다.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아디나, 그녀를 짝사랑하는 네모리노, 그리고 이들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하사관 발코레, 사랑의 묘약을 파는 둘카마라 등 등장인물은 캐릭터와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이 외의 인물은 2명의 멀티맨이 일인 다역으로 소화한다. 소극장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활용되는 흥행코드도 적극 들여온 셈이다.

오케스트라 반주는 단 한 대의 신디사이저가 맡고 있으며 무대도 의상도 소박하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 알맞게 각색되었지만 아리아는 여전히 아름답다. 극중 인물들과의 공감은 대극장보다 한결 가깝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귀족문화의 전형처럼 여겨지던 오페라가 소극장으로 온 까닭은 무엇일까?

오페라의 대학로 진출도 처음은 아니지만 국내 소극장 오페라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길다. 국립오페라단에서 1980년대 초반 소극장용 오페라를 그 규모에 맞는 소극장에서 공연하기 시작한 것이 그 발단이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예울음악무대(대표: 박수길)와 서울오페라앙상블(대표: 장수동)이 소극장 오페라에 무게를 실어왔고 1999년 국립오페라단이 주최하면서 올해로 11년을 맞은 소극장오페라축제가 막을 열었다.

당시에 참여한 오페라 단체는 10개에 이르렀지만 꾸준히 소극장 오페라를 해온 단체는 예울음악무대, 서울오페라앙상블,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 세종오페라단 등 4개 단체에 불과하다.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는 동네마다 주말이면 볼 수 있는 것이 소극장 오페라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만큼 과정이 험난하다는 반증이다.

국내에서 소극장 오페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극장용 유명 오페라를 소극장에 맞게 각색하고 번안하는 작업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외에서 소극장을 위해 만들어진, 단막의 오페라를 그 규모에 맞는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규모 오페라를 보다 친근하고 알기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는 대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1시간 전후의 작품들은 귀족의 살롱에서 공연되었던 것도 있고 아예 소극장을 위해 지어진 곡도 있다. 도니제티만 해도 단막 오페라가 40개에 이르고 모차르트는 물론 모차르트 이전의 천재 음악가로 불리는 페르골레지 역시 12편의 소극장을 위한 오페라를 남겼다. 현대 작곡가 중에는 벤자민 브리튼이나 칼 오르프 등의 작곡가에게 단막 오페라가 많이 있다. 국내 창작 오페라 중 ‘보석과 여인’(박영근 작곡), ‘결혼’(공석준 작곡), ‘봄봄봄’(이건용 작곡) 등이 성공적인 단막 오페라로 꼽힌다.

그러나 막상 이런 공연을 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소극장이어도 오페라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대극장 공연이라면 가능한 기업 후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재를 털어 넣어야 하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소극장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지는 이유는 오페라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다. 벨 오페라단이 창단하자마자 소극장 공연을 감행한 데 역시 오페라 계 전반에 드리워진 고민이 내재되어 있다.

“유학을 다녀온 수 만 명의 고급인력이 정작 노래를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자신 역시 성악가인 테너 안광영 대표는 세계의 성악 콩쿠르를 휩쓰는 한국의 성악가들이 정작 노래할 무대가 없어 재능이 묻히고 있다는 생각에 ‘장기공연을 통한 성악가들의 고정수입을 꿈꾸며 모험 아닌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개최한 오디션에서는 신인뿐 아니라 기성 성악가들의 참여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이 설 무대는 좁다.

서울오페라앙상블(대표: 장수동)이 부암아트홀과 올해 4월부터 격월로 1년간 진행하는 ‘부암아트 살롱 오페라 축제’도 소극장 오페라를 만날 수 있는 드문 무대다. 15년 이상 소극장 오페라를 무대에 올려온 장수동 대표는 ‘내실 있는 오페라 공연을 위해 소극장 오페라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모차르트와 롯시니 오페라를 하면서 대학 때 기반을 닦아야 하는데, 그때마저도 푸치니의 ‘토스카’나 비제의 ‘카르멘’ 같은 인기 레퍼토리를 하기에 바쁘지요. 뿌리를 단단히 할 시간이 없어요. 그 단련의 공간의 바로 소극장”이라고 말하는 그는 소극장 오페라의 존재 의미를 설파했다.

뉴욕이나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소극장 오페라는 생경한 문화가 아니다. 신인들이 무대 경험을 쌓는 땀의 현장이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레퍼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국내의 좁은 오페라 무대에서 보자면 성악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에, 10년간 70여 편의 공연을 꾸준히 이어온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의 소극장오페라축제는 그 행보를 더 주의 깊게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자성과 관객들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올해 7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에서는 이전보다 크게 향상된 역량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김문식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장은 “그 동안의 캣치프레이즈가 대중화와 전문화의 접목이었다면, 올해는 전문화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공연의 완성도가 높아야 관객도 자신 있게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설픈 무대를 소극장과 동일시하지는 않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홍보를 위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홈페이지(www.kcof.co.kr)도 만들었다는 그는 체계적인 홍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 동안 소극장오페라축제가 신인 등용문이었다면 이번에는 김태현(상명대), 권흥준(그리스도신대), 이종숙(성결대) 교수 등의 베테랑 성악가들과 젊은 성악가들이 각 팀을 이룬다. 기성 팀은 안정감 있고 완숙한 무대를, 신인 팀은 신선하고 풋풋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것. 총 5개 단체의 6개 공연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있다.

모차르트의 3막의 미완성 오페라인 ‘카이로의 거위’와 도니제티의 ‘울 엄마 만세’가 그것이다. ‘코지판투테’,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가 훗날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듯, 이들의 엑기스가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 ‘카이로의 거위’이다. 또한‘사랑의 묘약’이 나오기 전까지 도니제티 최고의 걸작이었던 ‘울 엄마 만세’에서는 엄마 역을 남성 성악가가 맡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두 작품 모두 한국 초연이다.

“소극장 오페라는 큰 극장과는 다른 컨셉으로 가야 합니다. 관객과 가까이 있으니 오히려 무대도 잘 만들어야 하고 연기도 더 뛰어나야 하지요. 음악은 좀 더 섬세해야겠지요. 그리고 극장이 아닌 작은 저택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이동하기도 쉬워야 합니다. 원작은 최대한 살리면서 전달은 확실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있습니다.”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김문식 회장의 지난하고 진지한 사유의 과정을 짐작케 한다. 소극장 오페라는 반짝하는 트렌드가 아니다. 트렌드 여서도 안 된다. 관객들의 볼 권리이자, 음악가들이 꿈을 호흡하는 무대가 바로 그 작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좀 더 오래, 좀 더 자주, 소극장 오페라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수길 예울음악무대 대표
"성악예술 근본 지키기 위해 시작"






1994년 예울음악무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소극장 오페라를 해오고 계신다. 어떤 목적으로 이 단체를 만들게 되었는가

대중화에 치우쳐서 성악예술의 근본이 사라지는 현실을 경계하고자 했다. 성악가 20여 명과 함께 만들어 처음 세 가지 사업을 시작했다. 첫째가 소극장 오페라이다. 한국 오페라의 퀄리티 향상과 관객 발굴을 위해 소극장 오페라를 활성화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둘째가 성악 앙상블이고 셋째가 젊은 성악가들을 위한 여름 캠프이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작곡가를 선정해 그 분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노래하고 작곡 성향을 해설해보자는 것이다. 이는 올해가 3회째로 이흥렬, 나운영, 김진균 세 분의 작품으로 5월 26일 공연한다.

소극장 오페라는 주로 어떤 작품을 공연했나

연극에서도 '햄릿'을 매번 새롭게 해석하듯이 오페라에서도 좋은 시도라고 보여졌다. 그래서 모든 공연을 소극장용으로 축소하고 번안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 푸치니 '잔니스키키'는 '김중달의 유언'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박과장의 결혼'으로, '코지판투테'는 '사랑내기'로 각색했다.

또 국내 창작 오페라인 '결혼'도 공연했다. 오페라라는 문화가 우리 속으로 완전히 들어와야 하는데, 한국에서 공연된 지는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과도기라고 본다.

16년간 예울음악무대를 해오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아무래도 경제적인 면이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비용이 들게 마련인데, 소극장 오페라에는 기업이나 은행이 스폰서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1999년 이후부터는 소극장오페라축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사실 소극장에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대비 큰 효과를 거둔다.

양질의 오페라도 제작하고 기업 역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다. 앞으로는 7월 한 달간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소극장오페라축제를 여는 것이 목표이다.


소극장 오페라의 특별한 오케스트라?




야마하 엘렉톤


오페라의 생명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음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소극장 오페라가 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피아노 혹은 신디사이저이다. 아쉬움에 10명~12명 정도의 실내악단을 구성하게 되면 비용은 급상승한다.

그리하여 가장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음을 들려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 엘렉톤이란 건반 악기이다. 당초 대중음악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야마하에서 클래식에 적합하게 개조해냈다. 오케스트라의 음색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전자악기이지만 한계가 없을 수 없다.

전자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클래식 연주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더불어 현악기의 바이브레이션을 표현할 수 없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엘렉톤에 현악기 연주자들을 추가 구성하는 식으로 풍부한 음색을 표현하기도 한다.

올해 소극장오페라축제에는 기존에 엘렉톤과 작은 규모의 실내악에 의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엘렉톤을 비롯해 피아노, 쳄발로, 그리고 현악을 더해 규모 있는 반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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