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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거울'서 누가 감히 외설을 볼 것인가
[지상갤러리] 안창홍 개인전 / 흑백 거울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1-권의효 전신(傳神)_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2-베드 카우치 1_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
3-베드 카우치 5_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도발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창홍이다. 늘 통렬한 작품을 선보여 왔던 그가 누드화로 돌아왔다. 다양한, 벌거벗은 몸들이 화폭에 우뚝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체인데 하나도 축축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담백하고 정직하다.

이 몸의 주인은 나라는 듯, 똑바르게 뜬 그들의 시선 때문일까. 우리에게 감지되는 것은 “개별적 삶의 역사가 묻어나는 건강하고 따뜻한 육체의 정직성과 존재감에 대한 경의, 가공되지 않은 몸을 통한 아름다움의 본질과 존재의 꿋꿋함”(‘작업노트’중)이다.

그 몸들에선 때로 “대립된 환경의 모순”(‘작업노트’중)이 배어나기도 한다. 작가는 ‘권의효 전신’과 ‘베드 카우치 5’를 대조해 보인다. 청담동 사업가인 권의효 씨와 평생 농사를 지은 손씨(‘베드 카우치 5’의 모델)는 동년배다. 그러나 그 몸들에 새겨진 문양과 체취는 적나라하게 다르다. 그런데 왜일까. 작가는 한결 매끈하고 세련된 전자의 발치에 해골을 그려 넣었다.

하지만 작가가 편애하는 몸은 아무래도 ‘아이들’의 몸이다. 아직 굳기 전의, 불안정함이 아득하고 불온함이 날카로운 저 신비롭고 매력적인 정체들. 작가는 ‘베드 카우치 2’와 ‘어떤 청춘’에서 그 “막힘없이 내키는 대로 물 흐르는 듯 사는”삶들을 포획해낸다.



4-베드 카우치 2_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
5-베드 카우치 4_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6-가죽소파_캔버스에 아크릴릭, 122×45cm, 2009
7-여자_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8-어떤 청춘_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이번 전시에서 안창홍은 과학자이거나 철학자다. 그의 시선은 치열하게 즉물적인 동시에 치열하게 사유한다. 그래서 이 몸들은 투시도거나 추상화다.

“일상 속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성에 젖은 시선으로 늘 상대를 바라보고 익숙한 인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잖나. 그 사람의 살갗과 뼈 속 깊이, 동공의 그늘 깊은 곳에 가려져있는 영혼의 향기는 거의 맡지 못하고 산다고. 그렇지만 화가는 그런 것들을 보고 느끼고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그러니 얼핏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겠지. 화가의 눈은 초라하고 고단한 육체를 통해서도 육체의 근원적인 위대함을 발견해낼 수 있고, 창녀의 지친 몸을 통해서도 인생의 격랑을 해쳐가는 강인함 속에 깃든 신성한 어떤 것을 발견해 낼 수가 있거든.”(인터뷰 중)

보는 이의 감각을 현혹하는 ‘색’은 아예 거둬냈다. 이 ‘흑백 거울’에서 누가 감히 외설을 볼 것인가.

전시는 6월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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