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안공간 미래는 있나] 서울 중심서 지방자치로부산 스페이스 반디 10년간의 행보 돋보여
|
지역의 대안공간은 서울의 대안공간과는 다른 맥락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영역을 막론하고 모든 담론과 제도가 서울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의 대안공간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커뮤니티의 성격이 더 강하고, 이런 성격은 때로 인천 배다리를 재개발 정책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스페이스 빔’의 활동 같은 일종의 ‘시민사회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중요성이 커진 공공미술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역의 주요 대안공간으로는 안양의 ‘스톤앤워터’, 대전의 ‘반지하’,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 ‘오픈스페이스 배’ 등이 있다. 그 중 서울의 ‘1세대’ 대안공간들과 같은 시기에 ‘대안공간 섬’으로 출발, 현재에 이른 ‘대안공간 반디’의 행보는 척박한 지역 미술계의 자구책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 대안공간 반디는 지난 10년간의 행보를 정리한 사료집 ‘대안공간 반디를 기록하다-섬에서 반디로 19992008’을 냈다. 이 책에서 미술평론가 김민석은 대안공간 반디의 전신인 대안공간 섬의 의의는 “무엇보다 ‘부산과 도시’에 관련된 주제를 예각화”한 것이며 이는 지역미술이 서울의 미술에 종속되도록 만든 “체제 변동”과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수탈과 통치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지역을 ‘자치’의 영역으로 변경하면서 지역에는 ‘의무’와 ‘책임’만이 남게 되었고 그동안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지역은 ‘생존’의 짐을 떠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안공간 반디는 이런 맥락에서 건축가들의 도시 인식을 담은 ‘도시-관점과 소통’(2000), 근대 이후 스펙터클화하는 부산의 정체성을 묻는 ‘도시의 기억과 상상’ (2003~2004), 80년대 부산미술을 정리한 ‘기억의 더께를 넘어서’(2007) 전시와 세미나를 마련해 왔다.
김성연 디렉터는 “부산의 열악한 현실에서는 전시와 교육 같은 대안공간 반디의 역할이 다른 곳에서보다 더 중요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만족스럽다면 대안을 제시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안공간 반디가 10년간 유지해온 정체성의 기치가 있나. 지금까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