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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화두, 친환경이란 무엇인가?
[환경을 위한 실천 매뉴얼]
문명화된 인간을 생태계 맥락에 놓고 자연과 공생 관계 회복하는 일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1-영화 '홈'
2-윤호섭 교수의 '피카소+소'
3, 4-윤호섭 교수의 '생명'


‘에코’와 ‘그린’, ‘친환경’은 시대의 접두사가 되었다.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는 물론 아파트와 펀드, 지자체의 정책들까지 이 단어들이 접붙지 않은 분야가 없다. 환경을 생각하는 문화가 사회 전체에 이 정도로 속속들이 파고들었다고 해석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환경친화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어떤 말이 널리 쓰일 때는 그 세세한 맥락에 따라 다른 뜻을 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유기농으로 재배된 ‘친환경’ 먹을거리와 새만금 간척 사업 지역을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전라북도의 ‘그린’ 정책을 같은 잣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

또 어떤 말의 쓰임이 한순간 증가하는 데는 정황이 있게 마련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재앙들, 광우병 논란과 멜라민 파동 등 먹을거리 불안을 확산시킨 사건들은 환경 문제가 일상과 밀착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에는 산업적이고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작년 ‘제 3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만큼 내내 지속된 고유가 현상은 자원 고갈의 징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대안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 정부의 의도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녹색 뉴딜’이라는 ‘트렌드’로 나타났다.

쉽고 간편하게 쓰이는 ‘에코’와 ‘그린’, ‘친환경’의 이면은 이처럼 복잡다단하다. 이 말들의 정형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개개인이 실천한 ‘에코’가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친환경’의 홍수 속에서 친환경이란 무엇인가, 라는 오래되고 당연한 질문을 다시 묻는 이유다. 유기농 음식과 자연 소재 옷을 먹고 입으며, 그린 펀드에 투자하고 녹색 성장을 부르짖는 지자체장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위들이 일관되게 우리가 꿈꾸는 삶으로 이어질까.

북극의 눈물이 그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보장받고, 자원이 고갈될 걱정에 시달리지 않을 만큼 지속 가능한 삶의 궤도가 만들어질까.

다양한 방법들을 꿰어내는 친환경의 철학이 중요한 시점이다. 철학은 기본적인 생각과 정서, 태도다. 이번 커버 스토리는 다양한 문화예술의 움직임 속에서 그 출발점‘들’을 캐내려는 시도다.

“아름다운 것은 지구입니다”

“지구는 저의 조국입니다.”

항공사진을 통해 지구의 면면을 담아온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한국’ 머리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귀속감이 아마도 모든 환경주의, 생태주의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는 우선 미적인 인식이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제 사진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아름다운 것은 지구입니다. 저는 다만 그것을 기록할 뿐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윤리이기도 하다. 데릭 젠슨은 ‘문명의 엔드 게임’에서 “도덕적으로 절대적인 것, 본래부터 선하거나 악한 것이 있을까”를 놓고 친구와 논쟁을 벌인 에피소드를 언급한다. 결론은 “물, 그리고 숨쉴 수 있는 깨끗한 공기”였다. “만약 없으면 우리 모두 죽고 마는 것”에 윤리의 ‘닻’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개봉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영화 ‘홈’은 이런 친환경의 근본을 깨우치는 작품이다. 시야가 넓은 부감의 시선으로 지구의 형형색색을 정직하게 포착했다. 이 곳에서 인류가 건설한 삶의 구조와 역사도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 숭고하고 경이로운 풍경이 땅과 하늘, 물과 바람에 대해 감사하게 만들며 우리가 그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동시에 미욱한 인류가 이 완전한 자연에 입힌 해(害)가 눈에 아프게 밟힌다.

문명에 맞서 제 정신으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

“우리 인간은 땅, 바다, 별의 피조물로 태어났다는 것, 우리는 동물과 친척이며 식물과는 동료라는 것, 그리고 우리의 행복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행복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위치와 역할을 잘 지키는 데 있다.”

세계의 지성 55인이 생태학적 입장에서 쓴 글을 모은 책 ‘문명에 반대한다’를 여는 첼리스 글렌다이닝의 말이다. 오늘날 인류 문명은 외형적, 물질적 팽창에 초점을 맞춘 채 “우리의 위치와 역할”에 반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이 책을 번역한 정승현은 해제에서 ‘문명’이 낳은 민족주의, 제국주의적 지배 논리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역사를 지적하면서, 그 이후 활발해진 문명회의론이 생태학의 기초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인간 이성이 자연을 지배하는 도구로 쓰임으로써 만들어진 문명에는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황폐화하는 ‘독’이 내포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생태주의 환경운동은 자연을 대상으로 전락시킨 기존 서구적 가치관을 전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명 공동체” 안에서 회복하려는 노력이었다.

생태학은 몇 가지 갈래로 나뉘어 전개된다. 소비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 소비를 함으로써 문명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심층생태학이 있는가 하면, 문명 사회에 존재하는 ‘지배관계’를 생태계 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지역자치주의, 민주주의 같은 대안적 사회적 가치의 지향을 추구하는 사회생태론이 있다.

에코 페미니즘은 생태계가 여성처럼 억압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신과 물질, 자연과 문명, 생산과 생존 등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참여적 풀뿌리 민주주의에 바탕한 지역경제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문명 자체를 문제시하며 그야말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생태 원시주의도 있다.

이 다기한 꿈들을 읽다 보면 정승훈의 말처럼 “문명에 맞서 제 정신을 갖고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끼게 된다.”

친환경 일상이 실천이자 예술

친환경은 이처럼 인간을 문명화된 인간 사회 굴레 바깥으로 끄집어 내어 생태계의 맥락에 놓는 것, 그럼으로써 자연과의 공생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문명의 편리에 길들여졌고 생태적 감수성은 무뎌진 개개인이 이 어마어마한 일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져야죠. 겨우 한 사람이 한다고 될까, 하는 냉소가 가장 걱정스러워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더 시우터’의 ‘everyday Artday everyday eArthday!’ 전시장에서 만난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가 말했다. 무기력하고 비겁한 우리를 격려하듯, 전시장에는 친환경적으로 살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낙엽을 모아 넣어 앉을 때마다 가을 정취가 훅 끼치는 의자, 한 번 쓴 포장용 테이프를 뭉쳐 만든 공, 그 자체로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소금 벽돌로 만든 테이블 등등. 윤호섭 교수가 코드 없는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전기 대신, 음식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소금과 숯을 넣어 부패를 막는 원리다. “여기 넣으면 과일이 더 맛있어지더라고요. 수분이 줄어들어 당도가 더 높아지나 봐요.”

그는 스스로도 전시 제목처럼 산다. 2002년부터 매년, 환하고 따뜻한 계절 내내 인사동에서 해온 ‘티셔츠 퍼포먼스’가 상징적이다. 2000년, 전시의 소재로 쓰려고 옷장을 뒤졌는데 티셔츠가 필요한 양보다 “너무 많이” 나온 것이 계기였다. 그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 교내 바자회에서 나누어준 것이 시민들의 티셔츠에 아름다운 자연물들을 깃들여주는 인사동 거리 작업으로 이어졌다.

덜 쓰고 가난한 일상이 실천인 동시에 예술이 된 셈이다. 환경 문제를 “지식 이전에 윤리, 도리의 문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지구 전체의 맥락에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창조주”라는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전시장 가운데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다양한 크기의 목각들은 곧 윤호섭 교수의 철학이다. 보기에 따라 허파이기도, 남성의 성기이기도, 잎이기도 한 모양이다. 그가 40년 동안 버려진 나무들을 다듬어 만들어낸 것이다. 갈라지지 않도록 2주일에 한 번씩 들기름을 발라준다. 그래서일까. 유물 같은 기운이 풍겼다. 저마다의 결들에 역사와, 그것을 돌본 윤 교수의 손길이 배어 있었다. “그게 느껴지는지, 아이들은 꼭 이 아래 누워보곤 하더라고요.” 이 작품의 이름은 ‘생명’이다.

환경친화적 삶은 이처럼 일상 속에서 실용적이면서도 미학적인 차원을 수행하는 것임을 ‘everyday Artday everyday eArthday!’ 전은 일러준다. 그리고 꼬드긴다. 이런 것이라면 “재미있게, 목숨 걸고” 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창조'의 책임을 지는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 온갖 사물이 단정히 붙어 있는 전시장 한쪽 벽면이 '균형'이라는 제목의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곧 중국에서 '균형'을 주제로 강의하고 전시할 예정이에요. '균형'이 무엇일까 스스로도 고민하고 주변에도 묻고 다녔지요. 세상만사 다 균형 아닌 것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전직 카피라이터인 이인구 씨가 한 마디 하더라고요. "나비가 안다" 자연 안에 그렇게 구현되어 있는데 더 이상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 있나요. 중국에서 강의할 때 청중에게 나비를 그린 티셔츠를 던지려고요.(웃음)

▲ 몇 년 전 인터뷰 기사를 보니 은퇴하면 생태적 집을 짓고 사시겠다고 했습니다. 계획은 이루셨나요?

고민이 많았죠. 태양열, 지열 이용하는 시스템을 갖출까, 지하에 들어가 살면서 땅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공공장소로 제공할까, 나무 위에 오두막을 지어 살아볼까 등등. 하지만 어떻게 해도 새로 짓는 것은 있는 집을 활용하는 것보다 건축 폐기물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집 내부만 간소하게 털어냈어요. 대신 집과 담 사이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비무장지대'를 만들었죠. 저도 들어가지 않아요. 금세 거미줄이 쳐지고 벌들이 찾아 오더라고요.

▲ 오랫동안 인사동에서 티셔츠를 그려주셨습니다. 인사동이라는 장소성이 교수님께 미친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 너무 많이 변했어요.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나고 '스타벅스' 같은 모던한 기호들도 들어왔죠. 좀, 혐오하게 됐어요. 한국사회의 '키치'를 만들어내는 경쟁적 구도를 실감하기도 하고요.

저 상업적 영향력에서 생태윤리적 가치를 지키자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점점 인사동 작업을 줄이려고 해요. 지방에 있는 대안학교나 혜화동 필리핀 시장 같은 곳에 다녀요.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 오는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리는 '디자인큐브' 전에도 작품을 설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의 화폐들을 종이 비행기 모양으로 접어 가득 쌓아 놓을 예정이에요. 천정에는 풍경(사찰 추녀에 달린 물고기 모양의 장식으로 '늘 깨어 수행하라'는 뜻이다)을 달고요. 혹은 '자린고비'를 의미하는 굴비를 달지도 모르겠어요. 제목요? '쿠오바디스("어디로 가십니까?"라는 뜻의 라틴어)'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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