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건강검진의 세계] 첨단 장비, 전문의 정밀 진단과 관리로 VVIP시장 공략

1-서울대병원강남건진센터에서 담당의사가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2-삼성서울병원 위장검사
3-서울대병원강남건진센터 CT촬영 모습
4-아산병원 프리미엄건진 병동 VIP룸

국내 대형 병원들이 프리미엄 건강검진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3년 문을 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고가의 건강검진 패키지를 선보인 이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각각 300만원이 넘는 건강검진 상품을 출시했다.

‘빅3’ 병원의 초호화 검진 상품이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지난 달 새롭게 개원한 서울성모병원(구 강남성모병원)도 400만원이 넘는 검진상품을 내놓으며 VVIP 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반검진보다 최고 수십 배가 비싼 검진 상품이 계속 쏟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건강하게 살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의 양극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부에선 병원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첨단기기를 이용해 불필요한 검진을 남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리미엄 검진, 건강을 위한 합리적 투자일까?

300만원 이상 정밀검진의 실체

프리미엄 검진 상품의 가격은 보통 3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30~60만원 대의 기본검진보다 최고 60배나 비싸다.

웬만한 사람들이 검진비용으로 이만한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비싼 검진 프로그램을 속속 출시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따르면, 프리미엄 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40~60대의 대기업 임원 및 최고경영인, 전문직 종사자 및 그 배우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의 평균 수입은 월 2000만원 이상이며, 주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성북구에 거주하고 있다.

돈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건강을 위해 비싼 진단 상품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격차이만큼 건강에 더 득이 되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권영훈 교수는 “요즘은 암, 심장병, 뇌질환 등의 조기발견을 위해 일반적인 건강검진 보다는 정밀검사를 원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 뇌졸중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질환도 초기에만 발견되면 완치율이 95%에 이른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주요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해 부유층이 선택하는 정밀검진 패키지는 300~600만원 수준.

암 등 주요질환 조기발견에 우수, 과도한 검진이라는 우려도

서울대병원 등은 우선 최신 검사 장비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점을 프리미엄 검진의 우수성으로 내세운다.

병원별 차이는 있으나 컴퓨터단층촬영(CT)은 일반적인 16채널이 아닌 64채널을,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은 1.5T가 아닌 3.0T를 사용한다. 또, 췌장암, 간암 등 복부 장기의 진단을 위한 복부 CT와 퓨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심혈관 3D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보다 정확한 조기진단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최첨단 기기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검진을 시행하는 의사다.

서울대병원 측은 강남센터에 40명의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산부인과, 안과, 영상의학과, 신경정신과 등의 교수가 상주하고 있고, 본원 지원교수도 24명에 이른다며 맨파워를 자랑한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46명의 전문의가 포진해 있는 등 정밀검진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이들 병원의 주장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밀검진이 이뤄지려면 전문의사가 그만큼 검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 예로 건강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 중 하나인 내시경 검사의 경우, 숙련된 내시경 전문의사가 검진을 시행하느냐, 일반 의사가 시행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과 김선신 교수는 "타 검진센터의 일반검진 수진자의 암 발견율이 평균 0.67%인데 비해 이곳 수진자의 암 발견율은 1.45%에 이른다"며 '명품검진'이 암을 포함한 주요 질병의 조기발견에 있어 정확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프리미엄 검진은 일반검진을 받을 때보다 전문의에게 검사결과에 대해 충분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수백 만원 대의 프리미엄 검진 수진자는 30분 가량의 건강상담을 받는 게 보통이다.

스트레스 측정, 헬리코박터균 검사, 운동부하 검사 등 검사항목 수가 많아 기본검진보다 종합적으로 건강상태를 볼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다보니, 대개 1박2일 또는 2박3일 숙박하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인근의 고급 호텔에, 나머지 세 병원은 병원 내 VIP 숙박시설에 머무르며 다양한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불필요한 검진으로 과도하게 방사선을 쏘이게 되거나 건강 염려증을 일으키는 등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형화된 패키지 보다 본인의 연령과 질병 경력 등을 파악해 필요한 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의가 도움을 주는 검진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500만원 대 초호화 검진

프리미엄 패키지 가격은 어떤 검사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냐, 그리고 어떤 검사 항목을 추가하느냐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서울대병원 360 만원, 삼성서울병원 300만원, 서울아산병원 380만원(1박2일 숙박검진), 635만원(2박3일 숙박검진), 서울성모병원 400 만원(1박2일 또는 2박3일 숙박검진) 선이다. 숙박비는 별도다.

그런데 고급 검진 상품의 가격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훨씬 비싼 연간 1500만원~1800만원의 최고급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2006년 VVIP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를 선보였고(가격은 당시 1500만원에서 현재 1800만원으로 상향조정 됨), 지난해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1500만원 대의 비슷한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서울성모병원도 곧 이 같은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고급화된 건진 서비스에 대한 부유층의 반응은 좋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최고가의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 올해 111명이 연간 회원으로 가입했고,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관계자도 "CEO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올해는 정원이 꽉 차서 더 이상의 인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검사를 하길래 연간 이용비가 1500만원이 넘을까.

VVIP 프로그램은 건강검진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일반검진이든 프리미엄 검진이든 질병의 발견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검사'인데 비해 초고가 패키지는 건강검진은 기본이고,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의료 서비스다. 검진뿐 아니라 건강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멤버십 제도로 운영된다.

5-서울대병원강남건진센터 VIP 전용 대기실
6-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7-서울성모평생건강증진센터 카페
8-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VIP병실 방문진료

나만의 주치가 365일 24시간 건강관리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당뇨병을 앓는 CEO가 있다. 사업 상 술과 담배를 끊기 힘들어 혈당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겼지만 시간이 없어 병원에도 자주 못가는 형편이다. 아무리 정확한 검진도 그가 정작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는 아닌 것이다.

그런 그가 이 병원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 프로그램 멤버로 가입한 후, 질병 관리가 수월해졌다. 전담 간호사가 그의 집이나 회사로 찾아가 피를 빼오고, 그는 매일 혈당을 체크해 전담 주치의에게 문자로 '오늘은 혈당이~나왔다'고 통보해준다. 또, 주치의는 그에게 매일 문자를 보내 운동을 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 프로그램은 멤버 한 사람 마다 전담 주치와 헬스매니저(간호사)가 지정돼 365일, 24시간 건강상담이 가능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정기적으로 정밀검진도 실시한다. 검진 시에는 의사 및 헬스매니저와의 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검진을 피하도록 도와준다.

검진 후에는 주치의가 2~3시간에 걸쳐 검사결과와 건강상태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 검사를 받고도, 검사 수치 등 검진 결과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상담 이틀 전, 담당 주치가 회원의 검사결과를 미리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병원 내 타 진료과 교수와 회의를 거쳐 치료계획을 세운다. 또, 검사결과에 따른 사후관리도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와 운동처방사가 팀을 이뤄 진행해준다.

또, 매월 이 센터에서 개최하는 정기 건강 세미나에 초대하고, 이메일로 건강소식지를 발송해 건강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키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미국 하버드 의대와 협력을 맺고, 하버드 의대에서 나오는 최신 의학 지식을 회원들에게 보내준다. 회원이 함께 먹으면 효능이 떨어지는 약 등에 관한 정보에 대해 물어올 경우, 센터에 상주하는 의료진들이 하버드 의대에 최신 자료를 요청해 회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회원이 해외에 나가도 국내에서와 같은 최상의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얼마 전부터 이 병원은 모든 회원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법과 대처법에 대한 설명문을 이메일과 우편으로 발송해 주며, 해외에 나가기 전에, 예방 백신을 처방해 주고 있다. 외국에 나갈 경우, 해당 국가의 연계병원 리스트도 전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예방을 철저히 해도 해외에 나갔을 때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는 법이다.

이때 회원은 연계 병원 리스트를 보고 직접 연락을 하거나, 한국에 연락해 연계 병원에 연락을 취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면 병원에서 회원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도움을 준다.

서울대병원은 해외 응급 진료서비스를 위해 회원의 건강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웹사이트에 입력해 놓고, 회원과 외국의 의사가 인터넷에 접속하면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 주치의를 맡고 있는 김선신 교수는 "시간과 건강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하룻밤 400만원 짜리 호텔급 병실

천정부지의 패키지 가격 중에는 정밀검진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 외에 호텔급 시설요금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호화스러운 시설로 의료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빈축도 사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일류 시설은 고객중심의 편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VIP 검진 고객을 위해 별도의 병동을 보유하고 있다.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의 한 관계자는 "종합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본인이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일반 환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검사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 점을 배려해 지난해 5월 개관한 신관으로 건진센터를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숙박검진 시 머무를 수 있도록 일류호텔 급의 8개 방을 준비해 놓았고, 마사지 룸과 카페, 옥상정원, 갤러리 공간도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병원 내 프리미엄 건진 고객을 위한 VIP병실을 갖추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VIP병실의 경우 하룻밤 숙박비가 45만~70만원, 특급병실은 400만원이 넘는다.

이 병원 관계자는 "고급 숙박시설에 머무르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검진을 받는 '휴양형 검진 고객'들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파이낸스센터 38~40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프리미엄 검진 고객에게 샤워실과 TV, 오디오, 인터넷과 팩스 등을 갖춘 VIP 전용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김선신 교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권영훈 교수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