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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미술의 야망, 혹은 몽환
[지상갤러리] 줄리안 슈나벨 판화 회고전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줄리안 슈나벨은 진정 운이 좋았다."

조영남은 미술비평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예술은 고등 사기꾼 놀음이며, 70퍼센트는 운"이라는 백남준의 '농담 반 진담 반'을 인용하면서 그것이 적용되는 적확한 예로 줄리안 슈나벨을 든다.

이는 단순히 시장에서의 슈나벨의 가치가 작품 자체의 가치보다 높게 매겨졌다는 비판만은 아니다. '뉴페인팅'의 기수로서 슈나벨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데에는 그만큼 시대사회적 맥락의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그는 그만큼 운이 좋았거나, 1980년대 미국미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었다.

당시는 미국 금융경제의 호황기로 덩달아 투자처, 혹은 새로운 취향의 대상으로서 미술계도 팽창하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미국미술을 대표해 온 팝아트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1950년대 팝아트가 타고난 물질문명에 대한 하염없는 환희는 이미 촌스러운 것이 되었다. 미국인에게는 좀더 장엄한 것, 저들의 웅대한 꿈을 투영할 새로운 징표가 필요했다.





그때 줄리안 슈나벨이 등장했다. 25세의 텍사스 출신 작가가 그린 대담한 규모의 작품들은 미국미술계에 희망으로 다가왔다. 작가 프랭크 스텔라는 슈나벨의 작업에는 기본적으로 '야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 출발점은 "텅 빈 역사와 물질적 안정 속에서 스스로 신화를 창조해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1979년 슈나벨의 뉴욕 첫 개인전에 걸린 작품들은 전시가 시작하기도 전에 전부 예약 판매되었다.

슈나벨의 매력이 규모만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또 복합적인 '세계'가 있었다.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를 쓴 미술평론가 존 A.워커의 말마따나 "미술사와 대중매체로부터 가져온 유사 종교적 상징"으로 구현된.

슈나벨은 작품의 재료를 택하는 데에도 기민함을 보였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가우디의 건축에 영감을 받아 도기를 작품에 도입하는가 하면, 벨벳 같은 몽환적인 재료를 판화의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인하고 마초 같으면서도 낭만적인 이미지"는 슈나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의 판화 회고전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워터게이트갤러리에서 7월1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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