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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문학을 바꿀 수 있을까?
[한국문학의 구원투수, 인터넷 소설] 황석영·도정일 참여 문학웹진 창간
전문 작가 키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야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소설가 황석영, 문학평론가 도정일 씨가 공동편집인으로 참여하는 문학웹진 창간소식이 들린다. 이 문학웹진에는 장편 연재소설과 단편소설, 시, 평론 등 기성 작가들의 작품과 네티즌의 서평과 문예 공모 당선작 등을 함께 싣는다. 애초 내달1일을 창간 목표로 두었지만, 7월 중에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편집인을 맡은 황석영 작가는 소설 ‘개밥바라기 별’의 인터넷 연재를 앞둔 지난 해 2월 이미 이런 생각을 블로그에 남긴 바 있다.

‘나는 문예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젊은 작가들이 단편을 전재한다든가 차례로 중편 소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든가 해서 독자들을 확보하고 넓혀나가는 실험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판과 연결이 되면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상호보완하게 될 것이다.’(2008년 2월 25일 황석영 블로그 ‘작가의 말’ 중에서)

최근 몇 년 간 봇물을 이룬 인터넷 소설에 이어 문학웹진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문학웹진 ‘문장’이 있지만, 이번 창간하는 문학웹진의 경우 국내 10개 내외의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 예스 24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훨씬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의문에 생긴다. 인터넷 소설은 어떻게 한국문학의 대세가 됐을까? 인터넷은 한국문학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인터넷 소설은 ‘블로그 소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인터넷 소설 연재는 재작년 박범신 작가의 ‘촐라체’를 시작으로 황석영, 공지영, 정이현, 이기호 등 작가 등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장편을 연재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후 공선옥, 박민규, 백영옥 등 수많은 기성작가들이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했고, 최근 소설가 김훈 씨가 문학동네 블로그에 장편 ‘공무도하’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이슈화됐다.

이들 작품은 1990년대 PC통신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소설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우선 PC통신에서 탄생한 작가들의 SF, 무협지 등 장르문학에 무게를 둔 아마추어 작가들에 의해 쓰여졌다면 최근의 인터넷 소설은 기성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직업 작가들이 인터넷으로 발표 공간을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소설을 올리고 반응을 얻었던 90년대와 달리 최근의 인터넷 소설은 작가가 출판사 또는 포털사이트에 원고를 넘기고, 다시 해당 편집자가 블로그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김명석 문학평론가는 최근 저서 ‘인터넷 소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에서 본격 문학 작가들의 온라인 연재를 ‘블로그 소설’로 개념화했다.

김명석 평론가는 “인터넷 소설이 디지털 공간을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글로서 남아 생명력을 찾아가는 과도기적 양상”이라고 현재의 인터넷 소설을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오늘날 주목받는 한국의 인터넷 소설은 정확하게 ‘인터넷 연재소설’이며, ‘블로그 소설’인 셈이다.

인터넷 소설은 무엇을 바꾸었나?

불과 몇 년 만에 한국문학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터넷 소설 연재는 한국문학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기성 작가들의 인터넷 연재는 1970~80년대 신문 연재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문예지를 발표지면으로 간주해왔던 관성을 뒤흔들었다는 점과 지면의 인식 전환을 가져온 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 등은 70~80년대 신문 연재를 연상케 한다.

더구나 인터넷 연재의 경우 독자는 별도의 비용 없이 소설을 감상할 수 있고, 작가는 고정 독자와 원고료 수입을 확보하고 출판사와 포털사이트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뉴미디어를 통한 연재가 작가와 독자, 작품의 거리를 좁혀주고 상호 소통의 계기가 되어 한국문학의 부흥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들린다.

문학 텍스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인터넷에 연재하는 일부 작가들이 이전과 다른 문체와 서사를 구사한다는 것이 특징으로 지적된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지난 해 대안지식연구회를 통해 발표한 칼럼을 통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을 분석했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연재라는 매체환경의 변화가 소설의 서사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문체는 의도적으로 단문으로 끊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모니터로 읽어야 하는 인터넷 환경에 맞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 변화다. 전개는 끊임없이 사건의 연쇄를 중시하고, 성격화가 약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칼럼 ‘상업적 성공이 문학적 완성을 보증하는 가?’ 중에서)

그러나 이런 몇 가지 특징을 제외한다면 인터넷 소설 연재가 한국 문학 텍스트에 준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명석 문학 평론가는 “아직 블로그라는 형태에 맞는 형식의 작품 개발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는 인터넷 소설의 경우 기성 작가들의 장편 연재가 대부분이지만, 기존의 신문 연재와 비교해 차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작가 공지영(오른쪽)씨와 이기호씨


또한 독자의 댓글은 실제 작품에 반영되기보다 ‘소통의 상징’으로 남는다. 현재 인터넷 연재 작가들은 대부분 직접 블로그에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치 분량을 웹 담당자에게 넘기고, 편집자는 다시 이를 블로그 게시판에 올리는 방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의 댓글이 실시간 작가의 집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소설가 김 훈 씨는 최근 문학동네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하며 “네티즌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는 하지 않을 생각이며 작가와 독자의 관계는 격절되는 것이 좋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그는 “작업실에는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 독자들의 댓글에 답변할 생각도 없다”며 “출판사 쪽의 매개를 거친 댓글 주고받기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고봉준 문학 평론가는 문학수첩 봄호에 발표한 ‘감동의 문학과 영감의 문학’에서 “미디어의 등장이 미술에 대한 인식의 혁신을 가져왔음에 반해, 인터넷 소설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주장했던 불확정적인 서사의 쌍방향적 가능성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소설이 문학적 특성을 가지지 못하는 한, 매체의 확장 또는 출판기획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미루어 볼 때, 현재 인터넷 연재소설은 문학 텍스트를 바꾸었다기보다 소설의 유통 구조를 바꾸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게 들린다.

고봉준 평론가는 같은 글에서 “인터넷은 문예지의 연장선, 즉 독자층의 이탈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문예지를 불완전한 방식으로 대체하는, 즉 그것의 확장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의 인터넷 공간이 문학의 자기 갱신이 아니라 몇몇 출판사들의 출판기획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돌파구는 전문 작가의 탄생

그렇다면 인터넷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

대다수 전문가들이 ‘전문 작가의 탄생’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석영, 공지영 등 기성문인들의 인터넷 연재는 인터넷 소설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즉, 인터넷을 통해 작가가 탄생하고 주류 작가로 성장하는 시점에 이를 때, 인터넷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김명석 평론가는 “100년 전 한자 중심의 문학에서 근대문학으로의 전환기에 이인직, 이광수 등 근대문학 작가들이 등장했고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처럼 인터넷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가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경 문학평론가는 “이제까지 인터넷 소설의 성과만을 본다면, 작가의 문학적인 면을 평가하고 문인을 발굴해 내는 역할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있다고 본다. (인터넷 소설이 문학계의 주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문인을 만들어 내고, 문인에게 지면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의 문학 형식에서 벗어나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블로그에 연재되는 대다수의 소설은 몇 가지 대중 서사 이외 다른 시도를 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불특정 다수인 네티즌 독자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인터넷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연재 작가와 작품, 장르의 다양성이 담보되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소설 미학이 형성되는 가능성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독자가 컴퓨터 화면으로 작품을 읽는 만큼, 짧은 호흡을 갖춘 문체가 등장해야 한다. 계간 ‘문학과 사회’는 지난 봄호 권두언에서 “만약 인터넷 연재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의 작품들이 솟아날 수 있다면, 그것은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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