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보테로 展

1-자화상(1192)
2-춤추는 사람들(2002)
3-얼굴(2006)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은 특징적이다. 저 비대한 몸들과 쾌활한 색감은 어떤 사조에서도 정형화된 적이 없다. 오로지 보테로의 인장이다. 고전적이면서도 팝적이고, 아이러니하다.

이런 화풍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질곡과 연결되어 쉽게 풍자로 오해되곤 한다. 그러나 보테로 자신이 부정한다. “나는 캐리커처 작가가 아니다. 대부분의 다른 화가들처럼, 나도 기형을 사용할 뿐이다. 자연현상은 다소 기형으로 되어 있는데, 구성에 의하여 수정된 것이다.”('20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 중에서)

반(反) 성직자, 반(反) 부르주아 메시지가 담긴 상당량의 작품에서 비대한 몸은 그들의 권력과 탐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일상을 그린 작품들에서 그것은 또한 느긋한 천성, 생명의 근원인 여성성, 품 넓은 대지의 감각, 백치미를 풍기기도 한다. 풍자라기보다 직설에 가까운, 소박한 수준의 은유처럼 보인다.

쾌활한 색감은 둔중한 몸들을 푸근하게 마감한다. 이는 대상에 대한 작가 자신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류지연 학예연구사는 “보테로의 작품이 다큐멘터리적이며, 기록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음에도 딱딱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로 “그 자신이 라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에 담긴 따뜻한 서정성과 삶에 대한 은유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직설적인 고발 혹은 폭로보다 더욱 의미심장하고 설득력있게 호소한다.”

4-소풍(2001)
5-노란 꽃(2006)
6-루벤스와 아내(2005)
7-악기(1998)
8-서커스 단원들(2007)
9-벨라스케즈를 따라서(2006)

그래서 보테로의 작품은 역사적인 동시에 상상적이며, 기괴한 동시에 유희적이다. 쓸쓸한 동시에 풍만하다. 라틴문화의 중요한 한 지점이다.

보테로가 말했다. “나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기 바란다. 마리 앙투아네트까지도. 그러나 나는 항상 내가 그리는 모든 것들에 라틴아메리카의 정신이 깃들여지기를 바란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전시가 6월30일부터 9월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