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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
[진화하는 스토리텔링] 문화예술 비롯 마케팅·드라마·게임 등 다방면서 중요성 부각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1-태양의 서커스 '퀴담'
2-폴포츠
3-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
4-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


얼마 전 영국의 휴대폰 외판원 출신의 테너 폴 포츠가 한국을 찾았다. 시민들이 모인 서울 광장에서 그는 최근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의 수록곡‘라 프리마 볼타(La Prima Volta)’를 불렀고 시민들은 일순 감동에 젖어 들었다.

영국 ITV의 인기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 폴 포츠. 그는 클래식 음악계의 ‘신데렐라맨’이 되었다. 대중들이 그에게 마음을 연 것은 비단 빼어난 노래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 ‘왕따’의 상처, 빚을 지면서까지 음악공부를 하며 놓지 않았던 성악가의 꿈. 이 같은 그의 고난과 역경의 과정은 마침내 폴 포츠라는 ‘인간극장’을 완성해주는 스토리텔링 요소가 되었다.

‘스토리텔링 시대’를 말하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소재의 고갈에 시달리던 다양한 예술장르나 매체에서 문학의 서사구조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은 너무도 당연해졌다. 그리고 이제 스토리텔링 기법은 문화예술계를 넘어 상품이나 이미지를 다루는 모든 분야에 도입돼 적극적으로 변용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기법을 비롯해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콘텐츠 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스토리텔링은 단지 기법 차용의 차원을 넘어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 커버스토리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확장에 대해서는 배제하기로 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트렌디한 키워드가 되면서 사실상 단순한 콘셉트 기획이면서도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예도 적지 않다. 원래의 개념이 발전하고 확장되면서 그 의미도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스토리텔링은 어떤 대상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결합시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문화상품이나 예술작품의 창작, 혹은 행사를 알리는 데 있어 대상과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스토리텔링이 아니거나 실패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이야기의 개발이 쉽지 않으며, 사용하는 매체에 따라 상이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인쇄 매체에서 표현되면 문학이 되고, 영상 매체에서 표현되면 영화가 되며, 디지털 매체에서 표현될 경우 게임과 같은 디지털 서사가 된다. 이 같은 방식은 자연스럽게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와도 연결된다.

문화예술 장르에서의 스토리텔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장르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와 이벤트 식의 안이한 접목은 문화예술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을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게하는 요인이 된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세계의 공연계를 사로잡은 서커스단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서커스라는 공연 장르에 스토리텔링을 삽입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적인 사양산업이었던 기존의 서커스에서 모든 퍼포먼스는 하나씩 나뉘어져 있다. 아크로바틱과 어릿광대의 어설픈 연기, 동물 쇼 등 사람이나 동물이 최대한 어려운 동작을 해내거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는 과거의 서커스에서 바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가 관객들에게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관객들은 놀라움이 아닌, 감동의 경험을 갖게 된다. 인간 신체 표현의 극한을 보여주는 서커스의 본령은 남아있지만 공연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태양의 서커스를 더 이상 서커스에 머물지 않게 하는 그 ‘무엇’으로 만들었다.

작은 테마로 구성된 한 편의 거대한 서사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은 음악과 의상, 무대장치 등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극대화되었다. 이로써 태양의 서커스는 일명 ‘아트 서커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미술, 음악 등 텍스트를 가지고 태어나는 문화예술 장르와 마케팅 기법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이미 10여 년 전, 자신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예견했다. 그의 예측대로 상상력과 이야기, 감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도래했고, 자체의 이야기로서 소비자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상품들이 성공하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의 발달로 디지털 매체가 폭넓게 활용되면서 스토리텔링이 그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도 등장했다. 이를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고 하는데, 문화를 위한 기술, 즉 문화·예술산업의 발전을 위한 디지털 기술을 말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 디지털 영화, 인터랙티브 드라마, 웹 애드, 웹 에듀테인먼트 등이다.

21세기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단순히 이야기나 서사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 MIT교수이자 미디어 비교연구 프로그램 창립자인 헨리 젠킨스는 스토리텔링을 ‘하나의 스토리 콘텐츠가 여러 채널과 형태로 유통돼 시너지를 창출하는 트랜스미디어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바꾸어 말한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은 여러 매체에서 이용 가능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문화콘텐츠로 인정받는 것이다.

따라서 분야를 막론하고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누가 썼느냐보다 콘텐츠가 의미가 있는지가 먼저인 시대이다. 이야기가 비단 한 사람의 몫만은 아닌 것이다.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 등 성공적인 미국 드라마의 크레딧이 보여주듯이, 결국 잘 짜인 이야기는 각 전문분야에서 모인 수많은 브레인들이 이뤄낸 총체이다. 이질적 분야의 융합과 통섭, 그로 인해 소비자 혹은 사용자에게 친화적이라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실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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