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스토리텔링] 만화작가 석정현이야기 중요성 인식하고 소통 전제로 한 스토리텔링 고민해야

만화는 이제 ‘잘 그려내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만화시장이 커지면서 만화가 다양한 매체로 재가공되는 일이 잦아지고 ‘이야기’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이에 따라 ‘써내는’ 만화 스토리 작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석정현 작가는 따로 스토리 작가를 두지 않고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개성 있는 만화를 만드는 만화가다. 그에게서 만화 스토리텔링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대개 만화가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될 거라고들 생각한다. 본인의 경우는 어땠나.

나도 처음엔 만화에서 이야기가 중요한지 몰랐다. 그림만 잘 그리면 만화가가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다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에 들어가보니 이야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무엇을 보여줄까’에서 ‘무엇을 이야기할까’로 생각이 바뀌었다.

-스토리를 만들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메시지다. 애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요즘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자신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도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작은 동기에서부터 메시지가 시작되는 것인데.

-스토리텔링의 노하우는 어떻게 얻는가.

물론 학교와 같은 시스템 교육도 중요하지만 소양의 축적은 역시 경험이 효과적이다. 독서나 여행, 사회활동 등의 직간접적 경험으로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현재 스토리텔러 양성 시스템의 역할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교육기관은 이야기의 구조, 그러니까 틀을 가르친다. 이 틀에는 개인의 진정성이 담겨야 하는데, 이것은 개인이 채워넣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교수나 강사들도 학생들에게 작업실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나가서 이야기의 소스를 얻으라고 채근하기도 한다.

-시스템의 수혜자로서 현재의 작업에 시스템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나.

말한 대로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도 전에는 사회적 의식 자체가 없었다. 학창시절 학생들도 메시지를 위한 고민보다는 ‘예술을 위한 예술’에 빠져 있기도 했다. 지금 한예종에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다. 결국은 개인의 사회에 대한 고민과 사유가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련 분야의 인식은 어떤가. 그리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요새 만화가 잘 쓰이는 분야가 게임이나 캐릭터산업이다보니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는 생각이 더 팽배해진 것 같다. 알고보면 그 분야에서조차도 스토리텔링은 제작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이 여전히 이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만화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우선 이야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통을 전제로 한 스토리텔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