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展

1-이연경作 '무제'
2-김다해作 '인체패턴놀이'
3-김다해作 '인체패턴놀이 만화경 내부'

현대에 ‘몸’이 주목받는 데에는 다양한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이유는 몸이야말로 실존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일 것이다. 먹고 숨 쉬고 움직이고 느끼는 존재의 물리적인 증명. 따라서 몸에 대한, 때론 심지어 강박적으로 느껴지는 시대의 욕망은 오히려 몸, 나아가 실존의 불안에 대한 반동적 현상일지 모른다.

‘몸으로 취하는 안정적인 자세’ 전은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전시다. 시대의 불안을 전면으로, 가장 민감하게 통과하고 있는 젊은 작가 4명의 작업을 모았다. 이들의 시선과 발상은 불안에 대한 한 세대의 반응이고 해석이자 그에 대처하는 각고의 노력이다.

김다해는 몸을 하나의 생물학적 개체로 재조명해보는 작업을 통해 존재를 탐구한다. ‘인체패턴놀이’라는 이름이 붙은 라이트박스를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면 유전자 혹은 세포의 이미지들이 떠다닌다. 저런 기하학적 모양과 나열,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리듬이 곧 나, 라는 자각은 허무와 경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안겨 준다.

4-오영은作 '은신을 위한 박스'
5-최영빈作 '눈부시게 웃기다'
6-최영빈作 '눈부시게 웃기다'
7-이연경作 'I Love You Come'

오영은은 이 한 몸 꽁꽁 가둘 수 있는 ‘은신을 위한 박스’를 선보인다. 이 박스의 한 면에는 오디오 스피커, 의자, 휴지통 등 집 구석구석 심상한 풍경을 찍어 프린트한 사진이 붙어 있다. 일종의 ‘착시효과’를 일으켜 편안한 은신을 보장하려는 의도다. 인간관계와 사회에 계속해서 몸이 노출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정체성, 역할, 매너와 감정으로부터 송두리째 도망가고 싶은 내면을 반영한다.

한편 이연경과 최영빈의 작업은 억눌린 자아를 몸이라는 언어이자 기호로 표현함으로써 분출하려는 것이다.

총 70여 점의 작품이 서울 중구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7월7일까지 전시된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