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죽었다고?] 김정호 프로듀서올해만 15장 음반 프로듀싱 2011년까지 스케줄 빽빽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오닐의 <눈물(Lachrymae)>, <겨울로의 여행(Winter Journey)>, <미스테리오소>, 소프라노 조수미의 <미싱 유(Missing You)>,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프로포즈>와 <세레나타 노투르노(serenata notturno)>,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녹턴>, 베이시스트 성민제의 <더블베이스의 비행>까지. 열거하자면 더 길어지겠지만 이들 음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인 아티스트라는 점이 표면에 드러난다면 그 이면에는 프로듀서가 동일한 인물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특히, 5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용재오닐의 <눈물>과 조수미의 <미싱 유>는 현재 음반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로 평가된다.

이들 앨범의 프로듀서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A&R을 하는 아트앤아티스트의 김정호 대표이다. 올해만 15장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2011년까지의 스케줄이 이미 빽빽하게 차 있는 그는 클래식 음반의 미다스 손이라 불린다.

성음(유니버설뮤직의 전신인 폴리그램의 라이선스 레코드사)의 원년 멤버로, EMI의 마케팅 부서장까지 지냈던 그가 독자적으로 음반 프로듀싱을 시작한 것은 용재오닐의 <눈물>부터다. 용재오닐의 소속사인 크레디아에 잠시 몸담으면서 맺은 인연은 앨범의 성공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유니버설뮤직은 그에게 A&R 업무를 전적으로 의뢰했다.

A&R 프로듀서의 역할은 음반제작의 전반에 세심하게 관여된다. 음반의 컨셉을 정하는 것은 물론 선곡과 곡의 배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획과 편곡, 패키징, 그에 따른 스태프 구성에까지 이른다.

앨범의 판매량 못지 않게 그에게 큰 보람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이하 DG)이나 데카의 레이블로 발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DG나 데카는 연주자의 인지도와 실력은 물론이고 전체 녹음상태와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에서 퀄리티 콘트롤을 하는 레이블이에요. 소비자는 레이블의 가치를 믿고 음반을 선택할 정도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은 <세레나타 노투르노>로 데카 레이블을, 용재오닐은 <겨울로의 여행>으로 DG의 노란 마크를 얻게 되었다. 최근에 <더블베이스의 비행>을 발표한 성민제의 앨범은 도이치 그라모폰의 사장인 마이클 랭이 직접 모니터하고 'Great!'라는 찬사를 보냈다. 곧 모차르트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역시 DG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

기획음반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국내 클래식 음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은 김정호 대표. 그에게 가장 만족스러웠던 앨범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연주자마다 다르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는 성민제 씨의 앨범과 곧 발매될 김수연 씨 앨범이에요. 연주와 레코딩이 훌륭했고, 매니아와 대중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 매력을 가졌거든요."

A&R 프로듀싱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아트 매니지먼트를 시작한 그는 소속 아티스트를 차근히 늘려가고 있다. 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실력 있는 해외 거주 아티스트들이다. 성민제, 김수연, 크리스토퍼 박(피아노), 엘리자벳 로(피아노), 앙상블 솔리판투티, 기타 퀄텟 보티첼리 등 10여 팀을 헤아린다.

곧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소프라노 신영옥의 앨범 녹음 준비를 위해 독일출장을 간다는 그에겐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길다. 한국의 클래식 음반시장은 낙관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조만간 정통 클래식 테너들이 활약할 때가 올 거라며 한국 클래식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감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