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展

김명진 작가의 남양주 작업실에는 큰 나무 그루터기가 있다. 여기에서 한지로 탁본을 뜨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다. 나이테는 한지에 다양한 자취를 남긴다. 그것들을 적당히 찢어둔다. 그리고 영감과 의도에 따라 모아 붙인다. 한지는 워낙 얇아서 그린 것처럼 붙는다. 그 색과 결이 은근하고도 섬세하게, 지난 공정을 차근차근 비추어낸다.

그것이 김명진 작가의 한지 콜라주가 갖는 매력이다. 일일이 손을 탔고 속속들이 나무의 삶과, 그것을 키운 햇볕과 땅과 물이 배어 있다. 재료와 공정이 곧 작품이 되었다.

김명진 작가는 올해로 10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작업을 해 왔다. 초기에는 얇은 무채색의 한지만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여러 폭의, 여러 색의 한지를 사용하는 식으로 그 세계가 넓어졌다. 특히 남양주 작업실로 옮기면서는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이번 작품들이 “멀리서 바라보는 관조적 풍경이 아닌, 그 내부로 미끄러지며 침투하는 풍경”이라고 설명하며 작가에게 “자연은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소우주적 차원에서 구성되거나 해체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1-with nap 장지에 한지꼴라주 130x162cm (2009)
2-organscape 장지에 한지꼴라주, 90x200cm (2009)
3-organscape 장지에 한지꼴라주, 60x128cm (2009)
4-organscape 장지에 한지꼴라주, 191x122cm (2009)
5-organscape 장지에 한지꼴라주, 122x122cm (2009)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시리즈다. 저 기기묘묘한 얽힘은 현미경의 풍경으로도, 망원경의 풍경으로도 보인다. 눈으로 만져지는 리듬감은 생명력의 은유 같다. 재료의 질감과 결이 작품에 기(氣)를 더한다.

머리와 마음, 세파가 시끄러울 때 조용히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전시는 7월23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TJH 갤러리에서 열린다. 02)558-8975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